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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블로그시작

추억이 된 생고생들

1. 제주도 자전거완주 : 20060828~20060902

벌써 10년도 지났다. 마지막 백수시절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동기언니와 함께 제주도 자전거 완주를 계획했었다. 나는 그때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을 몰랐다. 갈때였는지 올때였는지 혹은 둘다였는지 배를 탔다. 다시는 제주도 갈때 배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도에 도착을 해서 자전거를 빌리고 성산방향으로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도로에서 엄청 심하게 넘어지고 다리도 아프고 속도도 안 나고 같이 간 언니가 지금 생각하면 참 착했다. 자기 속도로 가면 금방 갈 수 있는걸 나한테 보조를 맞추다보니 속도가 늦어졌고 보통 여자아이들도 3~4일이면 될 것을 우리는 5일이 걸려 완주했다.

 

한참 달리며 점점 몰골은 이상해지고 알수 없는 제주 날씨에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그래서 하루 주행을 마치고 그날그날 정한 민박집에서 쉴때의 달콤함과 제주 바다를 두고 맥주 한캔씩 마실 때 참 행복했다.

우리가 고생고생하며 오르막길을 올라갈때 옆에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꼭 다시 와서 그때는 뚜껑 열린 스포츠카를 타고 달릴거라고 다짐했었는데 그 이후로 제주를 몇번이나 갔어도 이때만큼 기억이 생생하진 않다.

이 여행의 마지막날은 한라산등반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올라가도올라가도 끝이 나지 않는 길을 걸으며 한라산은 참 지겹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착하여 바라본 백록담의 초라함이라.....헐...이걸 보려고 이 고생을 했단말인가...하고 약간 허무했던 기억이 있다. 내려오면서 이제야 바라볼수 있는 풍경은 꽤나 멋지다. 구름위에 둥둥 떠있는것 같은 느낌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내려가도내려가도 길이 끝이 나지 않는다. 올라갈때도 내려올때도 똑같이 4시간씩 걸렸던것 같다.

2. 경주, 신라의 달밤 걷기 : 20081108~20081109

처음 이 행사에 참여했을때 잘 모르고 그냥 직장에서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갔었다. 저녁8시에 출발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8시쯤 도착했다. 그때 내 앞에 가고 있던 아저씨가 너무 안정적으로 잘 걷길래 그분 가방만 보고 걸었다. 그분이 나를 테스트하려고 일부러 속도를 빨리 했는데 내가 잘 따라붙었단다. 밤새도록 걸으며 새벽5시쯤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됐다. 그때 그분이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할수 있다고 계속 걷게 만드셨다. 그리고 그분이 1등, 내가 2등으로 도착했던걸로 기억한다. 알고 보니 그분은 원래 산을 넘어 출근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한 2년쯤 뒤에 언니와 맹희와 같이 다시 한번 참여했다. 나는 서울에서 경주로 언니와 맹희는 부산에서 경주로 와서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는 30km에 도전했는데 완주는 했지만 다시는 안 하기로 다짐했다. 마지막쯤 비도 내리고 무릎이 아파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걷는데 역시나 이걸 지금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내가 이글을 쓰면서 깨달은게 있다. 나는 내가 첫번째 승진에서 밀리고 난 뒤부터 열심히 재밌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늘 열심히재미를 찾았고 내가 재밌는것에는 참 열심히도 했던 것 같다. 사는게 그런거지...그냥 사는거지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편히 쉬고만 싶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편하고 싶다. 나에겐 몸보다 마음 편한것이 우선이고 편한것보다 즐거운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