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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블로그시작

내가사랑하는여행지-지리산둘레길

남편이랑 연애할 때 첫 여행지가 지리산둘레길이었다. 솔직히 나는 등산은 안 좋아한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동네뒷산을 다녀왔는데 내려오는 길에 무릎이 너무 아팠고 질질 끌고 내려온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산을 갈때면 겁부터 나고 무릎보호대를 찾곤 한다. 그래도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좋아하고 걸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걸을때 나오는 리듬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단다. 나는 그것을 느끼는 사람 중에 하나고 뭔가 쳐질때는 버스 대신 1~2코스 정도는 걷곤 한다. 그러고 집에 와서 뻗어자곤 한다.

지리산둘레길의 많은 코스 중 남편이 골랐던 것은 3~4구간이었고 남원까지 버스 타고 가서 하루 걸었던것 같다. 조용한 시골동네를 지나고 산을 넘으면 또 다른 동네다. 걸으면서 보는 꽃들, 나무들, 평온한 마을의 모습이 참 좋았고 밤에 민박집 앞 평상에 앉아서 마셨던 맥주가 참 맛있었다. 그때 우리와 함께 했던 별이 너무나 멋졌다.

중학교때인가 수련회를 갔는데 그곳이 지리산이었는지 강원도의 어느산이었는지 밤에 훈련을 받고 너무 힘들어서 운동장에 드러누웠던 적이 있다. 그때 별이 쏟아질것 같았던 광경을 나는 평생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반짝거리는 별 하나 보기 힘든 도시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시골에는 있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시골을 좋아하고 지금 찾아갈 친척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쉽다.

지리산 둘레길 시작하는 수기

요즘 내가 예전에 다녔던 곳들을 하나씩 생각하며 그때 참 좋았지 하는 회상과 함께 이제 곧 슬찬이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기대를 종종한다. 슬찬이가 아직은 조금만 걷고는 "안아주세요"하고 있지만 그래도 "슬찬이가 이렇게 크고 무거워져서 엄마가 안기엔 너무 힘들어"하면 예전처럼 무작정 떼를 쓰진 않는다. 절대 오지 않을것 같았던 시간이 이렇게 온 것이 너무나 기쁘다.

나는 일상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상이 너무나 반복적이고 소소해서 우리는 간혹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잊곤 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잠시 딴곳을 배회하고 돌아왔을때의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극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특별하고 화려하다기 보다는 일상이 아닌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다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원래 해외여행에 그렇게 열광하지 않은 듯 하다. 나는 불편한 모든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돈 내고 가는 여행에서 말도 안 통하고 긴장된 상태로 있고 쉽지 않다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내 주변에 나만큼 활동적인 사람은 우리언니뿐이다. 그래서 조카만 데리고 서울로 한번씩 올라오고 그때 나는 기꺼이 슬찬이와 함께 나간다. 슬찬이가 내가 느낀 것을 느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슬찬이가 더 건강하게 잘 자라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따뜻한 봄날이 기대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