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보통 노래를 듣는다. 한참을 더콜에 빠졌어도 이 노래는 흘려들었었다. 너무 달콤한 목소리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서였다. 그래서 늘 패스하다 오늘 우연히 제대로 들었다. 몇번이나~
레트로, 70년대 복고를 주제로 한 날이었다. 그날 김종국팀의 <아깝지 않아>가 너무 좋아 한참을 들었었다. 멋지게 슈트를 입은 여섯 남자가 모든 걸 다줘도 아깝지 않다고 하는 직설적인 가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 날 신승훈은 몸이 엄청 안 좋았었다. 그런데도 무대에 올라 열심히 하고 내려왔다.아마도 나는 이 모습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노래은 쏙 잊어버렸다.
어릴때부터 신승훈보다는 김건모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은 참 비슷하다. 음악에 대해서는 천재성과 노력 둘다를 가지고 있고 유머가 있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듯 하다. 그런데 나에겐 뭐가 신승훈보다 김건모에게 끌리게 했을까...생각해보니 김건모가 부르는 가삿말은 김건모에게 어울리지만 신승훈이 부르는 슬픈 노래 가삿말들은 가식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비현실적인 미성에 외모도 준수하고 인기도 많은 다가진 듯한 사람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역시 외모에 대한 내 열등감이 시작이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아침이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 언어의 온도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그동안 참 많이도 꼬여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진 사족~
이 노래 유치한 듯 참 좋다. 신승훈 노래 진짜 잘 만드는 것 같다. 특히 가사가 참 좋다. 저 정도의 나이까지 살아낸 사람이 덤덤하게 내뱉는 말, 지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 뜻을 이제는 진심 공감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고 공연을 하는 신승훈은 '괜찮지만 외로워'가 아닌 '외롭지만 괜찮아'여서 아직은 싱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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