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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블로그시작

[영화]당신자신과당신의것

아이를 낳고서는 제대로 영화보기는 어렵다. 폰으로 출퇴근할때 옥수수로 티비를 보는데 토요무료영화로 떠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영화는 참 홍상수스럽다. 웃게 만드는 유머코드, 남자들의 찌질함, 너무나 일상적인 배경, 장이 바뀔때마다 나오는 음악이 참 좋다. 그리고 영화에 쓰이는 손글씨 같은 자막도...모든 것이 너무나 아날로그 같아서 참 좋다.

최근 김민희와 사건 때문에 홍상수 개인의 결말이 궁금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난 홍상수를 조금은 이해한다. 홍상수는 늘 본능에 충실한 찌질한 남자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그렸다. 자신도 그런 찌질한 남자중에 하나였을 뿐인것 같고 아내와 딸에게는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 생각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고 김민희가 조금만 참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번씩 한다. 너무나 본능에만 충실하기엔 남은 생이 너무나 아깝다.

화가인 영수는 오늘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영수는 여자 친구인 민정이 어느 남자와 술을 마시다 크게 싸움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날 밤 그 일로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고 민정은 당분간 서로 보지 말자며 나가버린다. 다음날부터 영수는 민정을 찾아다니지만 민정을 만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그가 사는 연남동의 여기저기를 민정 혹은 민정을 꼭 닮은 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 영수는 민정을 찾아 헤매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데, 그게 세상하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민정 혹은 민정을 닮은 여자는 영수가 두렵게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그 좋은 남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둘이 다시 만나는 날,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건 모든 싸움을 멈추는데, 그게 너무 좋아 믿기가 힘들 수 있다.

(줄거리-네이버퍼옴)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랑 나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 속에서 살고 있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면서도 저런 여자 만나면 남자도 참 고생스럽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만 보고 두 사람만의 사랑이면 충분한 여주인공이기에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소통만 되었다면 여자가 저렇게까지 엇나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여자입장에서 변호하고 싶다. 그래도 요즘세대같이 않게 남자주인공도 비록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찌질한 모습이지만 끝까지 여자주인공을 찾아다니고 결국 찾아서 둘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참 좋았다. 남자주인공도 여자주인공을 너무나 사랑해서 여자를 억압하려 하고 여자도 남자의 그 사랑을 느끼기에 둘다 마지막 순간 행복해보였다. 물론 저렇게 끝은 아닐것이다. 똑같은 문제로 또 싸우고 화해하고 어쩜 결국은 정말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더 따뜻한 거라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배우가 꽤 인상적이었다. 문소리, 정유미에 이어 앞으로 계속 홍상수의 히로인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두 배우의 열애 소식을 들으며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