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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슬찬이에 대한 생각

7월동안 내가 하원하면서 슬찬이가 웃는게 너무 좋아 소소하게 장난감이든 간식 같은 것에 돈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한 것이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슬찬이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가 하고 싶은 것에는 그닥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이 없다. 그냥 일상생활하고 쉴 수 있을때 제대로 쉬는 것, 이 외에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돈을 주고 시간을 사자는 마음으로 미술에 이어 두번째 방문수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습지를 생각했다가 15분정도의 시간에 내가 만족할 수도 없고 남은 학습지를 해결할 방법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한번 이용해본 '아놀짱' 어플에 다시 들어가봤더니 영어놀이가 있어 신청해봤다.

그리고 소아과 선생님께서도 볼때마다  "슬찬인 표현력이 참 좋아요. 신경써주면 좋겠어요"라고 하시고 어린이집에 종일반선생님도 언제부턴가 슬찬이가 말하는걸 참 좋아하고 잘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이번 영유아검진때 슬찬이가 친구들하고는 어울리지 못한다. 아마도 치여서 그런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작년에 비해 너무 좋아졌고 크면서 나아질거라고 믿고 있지만 요즘 하나의 걱정이 슬찬이가 어른들을 좋아하는데 놀이터에 모든 어른들에게 말을 너무 잘 거는데 어른들은 불편해하는게 느껴진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긴 친구들에게 치이는 것도 있지만 슬찬이가 생각하고 말하는 수준이 7세 정도 된단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하는 대화가 유치해서 자기가 피하는 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재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영재로 볼 수 있지만 그 특징이 자폐랑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어차피 크면서 평범해질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의 대화를 좋아하며 슬찬이가 말할때 누가 끼어드는게 싫듯이 어른들도 싫어한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하셨다. 이 의사선생님을 내가 좋아하고 의지하는 이유다. 뭔가 여유가 있다. 그리고 내 상식에 맞다. (참고로 우리 남편과 어머니는 이 분이 진료를 잘 못 본다고 했다.)

내가 슬찬이에게 바라는 게 뭘까를 한번씩 생각해본다. 그냥 무난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서 스무살부터 자기인생을 제대로 살았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느낀 결핍과 마음의 왜곡을 슬찬인 조금 쉽게 편하게 자연스레 넘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이 과정에서 슬찬이의 재능이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내가 모르거나 막고 싶지 않다. 어차피 슬찬이도 커서 일은 해야하고 어떤 일이든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임을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하고 어울려 잘 살면 좋겠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자랄 수 있기 위해 나는 사람들 사이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슬찬이에게 호의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성당에 꼭 보낼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이미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자라는 것이 인생에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만 같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지해주고 일상을 같이 공유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다. 1대1에 강한 나에게 1대1을 늘 원하는 슬찬이가 이해가 되기에 힘들면서도 방법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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