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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슬찬이의 일상

요즘 슬찬이가 확 큰 느낌이다. 떼도 늘었고 말을 참 이쁘게 잘 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자기주장이 확실해져 우길 때가 많아졌다. 그리고 오늘 미술수업 시작하자마자 선생님께서 돌아다녀 앉으라고 한 말에 슬찬이가 미술 안 하겠다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니 수업 시간 중 방에서 나가겠다며 문을 잡으면서 잡아달라는 몸짓~에 비위를 맞추면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수업 하기 전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부채를 가지기로 했는데 슬찬이는 늘 가위만 낸다. 이것도 나의 어린시절과 똑같다. 나는 여전히 늘 가위부터 낸다. 내가 주먹을 내서 이겼더니 다시 하잖다. 계속 주먹을 냈더니 나보고 보를 내라고 한다. 결국 울음을 터트리려고 해서 내가 보를 냈더니 금새 만족한다. 자기가 보를 내면 이긴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가위를 내고 싶고 이기고도 싶다. 그럴때 당당하게 엄마에게 보를 내라고 하는 그 당당함이 나는 참 좋다. 집밖으로 나가면 끊임없이 자기 마음대로 못 하는 거 투성이다. 집에서도 점점 안 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보고 싶었던 적이 별로 없어서 그 욕구를 잘 모르겠다. 어른들에게 이쁨받으려 눈치 보며 맞춰주는 것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해보려는 의지가 보여서 나는 좋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고 어떻게 크는 것이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 남편이 한 말 중 "미안하지만 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며 슬찬이가 그 점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서 안 해놓고서 너 때문에 못 했다는 식의 남탓을 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은 저질러보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 경우 진심으로 사과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왕이면 피해주지 않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면 더 좋겠다.
요즘 슬찬이의 화법 중 내 화법이 많아졌다. 그리고 지적과 명령을 엄청 싫어하는 것도 닮았다. 속으로 깊이 생각해보고 "왜"에 대한 의문을 늘 가지는 것 같다. 내가 최근까지도 한 고민을 슬찬이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슬찬이가 궁금하다.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방학중인데도 슬찬이는 YMCA에 가고 있고 오늘 처음으로 코풀기에 성공했단다. 집에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요새는 시키는 건 웬만해서 하지 않는다. 그럼 나는 곧 포기한다. 보여주고 싶을때 보여주겠지~라며~
슬찬이 손을 볼때마다 마음에 걸리는데 역시 종일반선생님은 내 코드의 사람이다. 다음부턴 손에도 꼭 선크림을 발라줘야겠다.

슬찬이만 탄게 아니라 덜 미안하다. 나는 살짝 따끔하길래 안 아프냐고 물으니 아프진 않다고 한다. 아직도 배고픈것과 배아픈것의 차이를 표현하지 못 하는 아이다 보니 아픈데 아프다면 약 바르자며 귀찮게 할까봐 안 아프다곤 하는건 아닌지 고민을 좀 했지만 슬찬이는 회복력이 좋을 나이니 그냥 두고 있다.
나는 정말로 편하고 싶은 사람인데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들었기에 슬찬이가 힘들었었다. 요즘은 나 스스로 조금 아니 많이 풀어졌고 내가 가장 서툴고 못하는 가사일들을 슬찬이와 함께 하나씩 해나가며 재미를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이게 사는거구나를 깨달은 지금 나는 만족하고 늘 슬찬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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