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내시간의 가치

스무살부터 용돈은 알아서 벌어서 썼다. 과외로 처음 벌었던 돈은 월15만원이었다. 하루 2시간 주2회인지 3회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처음 하는 과외였고 기본시세를 알지 못 했다. 그냥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1년 가까이 다녔다. 그 친구 이후부터는 월30만원으로 올랐다. 때론 주2회, 때론 주3회였고 어떤 때는 40만원이었던 적도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월 2~3개씩은 과외를 늘 했기에 나의 대학생활은 풍족한 편이었고 그 돈으로 매주 영화를 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다녔다. 그게 지겨워질 즈음 맹희랑 버스투어를 하며 기장에 대게를 먹으러 다니고 뭔가 독특한 20대를 보냈다.

나의 시급을 계산해보면 처음에 만원이었다가 2만원으로 오른 듯 하다. 2000년도의 이야기다. 나는 이 정도의 돈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돈이 무섭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돈이 무서운 사람이었고 돈이 없어서 괴로웠던 사람이었다. 내가 돈을 벌어보니 엄마가 이해가 안 되었다. 뭐라 그리도 불안해서 인상을 쓰며 살까...그러나 아이를 낳고 보니 알겠다. 게다가 자식이 3명이라면 정말 답이 안 나올거 같다.

제주도에 다녀오고 짜증이 많이 났었다. 12월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기분이 업되었을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질러놨었다. 참고로 그때 세부도 진행했다가 나의 준비부족으로 세부도 망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굳이 여행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보니 남편에게 다 맡기고 나는 신경도 안 썼다. 그런데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짜증이 났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편하고 즉흥적이고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이 여행 처음부터 뭔가 고단하고 힘들었다. 나는 쉬고 싶은 사람인데 이제 더이상 나에겐 여행이 쉬지 못하는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부터 비행기에서 렌트를 하여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순간까지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슬찬이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코스가 공룡랜드였다. 슬찬이가 즐거워했고 구경을 잘 하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 가자마자 뭔가 또 답답했다. 그렇게 짜증이 난 상태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티가 다 났다. 나름 숙소 예약하고 렌트카랑 식당들을 알아본 남편 입장에서도 짜증이 났다. 그래서 그주 주말에는 내가 집을 좀 비웠다. 둘이 같이 있다가는 싸울 것 같아서였다.

<내가 기억하는 2017년 제주도여행>

1. 도착해서 카시트가 불편하다며 계속 안 앉겠다고 버티는 슬찬. 그때 이미 피곤이 누적되어서 쉬고 자고 싶은데 낮잠을 안 자는 슬찬이에게는 불편한 카시트가 너무나 짜증이 나는 상황.

2. 2일째 슬찬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도 가려고 이동 중 소아과에 들러서 약을 받고 가는중에 토하고 성산에서 배 타기 전 대기 중 짜증이 나서 결국 보슬비가 내리는데 밖에서 놀게 둠.

3. 3일째 퍼시픽랜드에서 장난감을 사겠다고 주차장에 드러누움. 주차장이다보니 차들이 다녀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나도 보고 있는데 남편 참지 못하고 물통으로 슬찬이 머리를 내리침.

4. 3일째 오후부터 월정리 바다에서 편안한 시간.

이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슬찬이와 남편은 바다에 들어가고 나 혼자 돗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녀오고 사무실에서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돈지랄하고 왔다고 떠들었다. 항공권을 무료로 했음에도 1시간 만족을 위해서 200만원 가까이 썼다고. 다행히도 후회는 짧은 사람이라 일상으로 돌아와 즐겁게 잘 보냈고 지난 수요일 슬찬이 영어방문수업 이후 기분이 완전히 풀렸다. 1시간 방문수업의 비용이 49,500원이었다. 나에게는 제주도 여행보다 이 한 시간이 훨씬 의미있었다. 그러나 제주도여행이 있었기에 슬찬이가 훨씬 더 큰 느낌이란 것을 안다. 하나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내년에 휴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내가 원하는 휴가>

우리 남편과 나는 좀 많이 다르다. 우리 남편의 경우 몸이 불편한 걸 못 참는 사람이다. 그래서 방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게다가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랑 조금 떨어져도 큰 상관이 없다. 나의 경우 방 컨디션보다 위치가 중요했다. 처음에 내가 항공권을 예약할 때 4박5일이란 시간이 숙박비가 꽤 들것이 예상되었고 바다 가까운 허름한 민박에서 3일을 보내고 마지막 4일째에 호텔을 갈 것을 생각했었다. 나에게 있어 돈을 쓴다는 것은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 정도 돈은 써도 된다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슬찬이가 조금씩 더 크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언니네와 조인을 해서 가거나 나혼자 1박2일 정도 쉬다와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한번씩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교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공부를 좀더 할 걸...직업을 잘 고른다는 것이 돈과 시간을 운영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슬찬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점은 꼭 가르쳐주고 싶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꼭 해보고 특별한 꿈이 없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 그리고 상황에 맞게 직업을 고르고 일을 하여 번 돈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을 만들어라."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813 주일미사  (0) 2017.08.13
슬찬이의 일상  (0) 2017.08.13
감정왜곡  (0) 2017.08.11
슬찬이에 대한 생각  (0) 2017.08.10
감정의 밑바닥  (0) 201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