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우리집에는 장난감이 없었다. 내가 갖고 싶은 인형을 갖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고 사촌동생집에서 눈치보며 레고를 만지작거리고 슈퍼마리오 게임 한번 하기위해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곤 했다.
우리엄마는 방문학습지를 등록해주고는 한달만에 끊어버리고 6학년때 학원을 보내주지 않아 내가 모아둔 돈으로 처음 등록을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학원비를 내주었다.
그냥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자라왔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집은 늘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던 듯 하다. 본능적으로 내 분수를 안다고나 할까 나는 자잘한 물건 사는거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이레 자연스레 과외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용돈을 벌어썼기에 궁핍한 적이 없었고 24살때 통영에 있는 학원에서 6개월간 일했을때는 돈 쓸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직장을 다니고나서부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도 일년에 천만원씩은 꼬박꼬박 모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분명 벌이는 2배가 되었는데 모아지는 돈은 2배가 되지 않았다. 내가 요리에 자신이 없고 귀찮기도 하니 끼니를 시켜먹는걸로 해결하고 내 용돈을 줄이다보니 늘 돈이 없는거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남편과 싸우는 이유가 돈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며 싱글인 동생들에게 결혼은 비추이지만 결혼을 할거라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과 하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그동안 시간과 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내 소비패턴을 체크하고자 가계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11.28~12.4 공동생활비+수기개인지출>
대출상환 150,000 / 슬찬 130,000 / 식비 72,380 / 생활용품 10,000 /의료비 18,900 / 여가활동비 662,200 = 총지출 1,043,480원
이번주엔 2017년1월22일자 팬텀을 예매했다. 그리고 그냥 머릿수 채우자는 의미로 서울광장을 가면서 SPG 가입하려고 눈여겨봐둔 웨스틴조선에 갔다. 그러다보니 생각지 않았던 지출이 60만원 넘게 생겼다.
2년전에 팬텀을 혼자 봤었다. 이번에는 남편과 같이 보고 싶어서 예매를 했고 지금부터 2개월은 팬텀을 기대하며 즐거울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웨스틴조선호텔은 역시 좋았다. 슬찬이가 장난치다 와인잔을 하나 깨뜨렸는데 친절히 잘 치워주셨고 추가요금도 부담되지 않았다. 킹베드는 3명이 자기에 충분히 넓었고 광장과도 가까웠다. 그리고 아리아의 조식은 지금껏 먹어본 조식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엄청 우울했던 동안은 1년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가는걸로 열심히 일한 보상을 하고자 했었다. 최근 마음을 다잡고 보니 의외로 나는 해외여행이 꼭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 생활에 불만이 많다보니 극대화된 일탈로 해외여행을 꿈꿨던거 같다.
내가 해외여행을 가면 하고 싶은것이 그 동네 사람인양 생활하는 것이다. 그냥 이탈리아의 어느 골목길을 걷고 커피 한잔 하고...여행가서 쉬고 싶은 것이 내가 꿈꾸는 여행인 듯 하다.
물론 잊을 수 없는 풍경도 있다. 이것 때문에 여기 오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곳~~그러나 그것을 위해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지금은 아닌 듯 하다. 조금더 여유가 생기고 슬찬이가 좀더 커서 같이 걸어다니고 같이 그 풍경을 보며 나눌 수 있을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쓰고 잘 모을수 있을까이다. 버는 돈은 정해져 있다보니 소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는데...하고 싶은건 왜 그리도 많은지...다 돈이라는걸 처음으로 느꼈다.
우선 내돈 주고 밖에서 사먹는 커피는 끊었다. 그리고 불필요한 쇼핑도 끊었다.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멍하니 티비를 보다보면 홈쇼핑에 나오는 옷, 화장품이 괜찮아보여 엄청 샀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체험단 같은거 보면서 열심히 하다보면 이것 또한 돈벌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나에 대해 기록하며 내 자신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거 같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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