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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말하는대로]조승연, 강원국, 수현

- 비정상회담 한국 대조승연의 버스킹 -

많은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새해의 시작인데 신년계획은 세웠나요? 신년계획 별로 의미없죠? 신년계획들이 작년, 재작년과 똑같은, 세우나마나 실천 안 할 뻔한 계획들이잖아요. 저는 올해는 뻔한 신년 계획 같은 의미 없는 짓을 하느니 어떤 놈이 새해라는 걸 만들어서 나이만 먹게 만들고 푹푹 한숨을 쉬게 하는지!! 역사속에서 범인 검거해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새해를 기념하게 됐을까요? 우리가 쓰는 달력은 흔히 로마력이라고 불러요. 로마력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우리나라 '단군' 같은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로물루스 달력이라고 하죠. 근데 로물루스력을 보니까 굉장히 놀라운 점이 1년의 마지막 날이 12월 31일 아니고 1년의 첫째 날도 1월 1일이 아니었어요. 로물루스력의 새해는 3월15일 경에 시작하고 1년에 10개월만 존재했어요. 그리고 365일이 아니라 304일만 존재했죠. 과연 없어진 60일의 어디로 갔을까요? 달력에서 사라진 60일은 시간이 정지된 기간이었어요. 농경중심사회였고 단순했던 고대 로마인은 농한기에 땅이 쉬면 사람도 휴식해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땅이 영양을 보충해야 봄이 되면 새싹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정지된 시간이 있어야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 정지의 중요성은 로마인들만 알았던 게 아닙니다. 농사를 짓던 우리 선조들도 알고 있던 사실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 말을 보면 명절, 계절, 절기 마디를 뜻하는 절이 있고 춘분, 추분, 1분기, 2분기 나눔을 뜻하는 분이 있죠.

사람은 이어서 쭈~욱 살도록 되어 있지 않고 구분 지어 끊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과 함께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거죠. 근데 과학이 발전했습니다. 정확하게 열달은 열두달이 되었고 우리는 12월 31일이 가면 한순간의 휴식도 주지 않고 1월 1일을 맞이하죠. 분절없는 삶, 쳇바퀴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거죠.

제가 좋아하는 루마니아 철학자 중에 에밀 시오랑이라는 분절되지 않은 연속된 삶의 고통을 불면증의 고통으로 비유했어요. 친구가 접촉사고로 놀랐거나 친구가 실연의 아픔으로 슬퍼할 때 "일단 한숨 푹자"라고 많이 조언하죠. '잠'의 의미는 내일까지 가지고 갈 것과 어제에 두고 와야 하는 것을 구별하는 거에요. 인생도 마찬가지로 끊는 시간 없이 쭉 살다보면 삶의 무게가 쌓이기만 하고 비울 기간은 상실되죠. 어느 순간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내가 지탱하는 힘보다 세지게 되고 결국 무릎이 꺾여지게 됩니다. 이 상태를 "번아웃"이라고 하죠.

마디 지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사회는 우리한테 그 마디를 만들어줬습니다. 그걸 "바캉스vacance"라고 합니다. 바캉스는 라틴어의 바누(빈자리) + 바카티오(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에서 유래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비움의 시간인 바캉스를 쓰는 방법은 어떤가요?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비우는데 쓰지 않고 때는 이때다 하며 학원에 가서 더 많은 것을 채우죠. 직장인은 어떤가요? 분, 초로 나누어 전쟁계획을 방불케 하는 휴가계획을 세우죠. 사진기 속에는 더 많은 사진, 머릿속에는 더 많은 추억, 우리에게 휴가란 더많은 것을 담아와야 좋은 휴가가 되죠. 휴양지에서 가만히 누워 일광욕하는 자를 보면 시간이 아깝지도 않나 저 사람 참 태연하네~라고 생각하죠. 남들이 아까워하는 그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는 행동이 우리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 중 비움을 향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인 거 같아요.

미국 연애 문화에는 클로져(closure)라는 전통이 존재해요. 클로져는 말그대로 '닫다'는 뜻이죠. 대체로 연인들이 헤어질 때는 안 좋은 감정을 갖고 헤어집니다.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올라오는 후회들...후회들을 혼자 간직하고 있으면 마음속에 괴롭게 하죠. '클로져'문화는 시간이 지난 후 헤어진 연인과 재회해요. 물론 다시 연인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둘다 알지만...연인 시절의 섭섭함과 미안함을 토로하고 그간의 감정을 비우고 '우리 친한 친구로 지내자'며 마무리하는 거죠. '클로져'를 한 연인들과는 헤어진 후 좋은 친구로 남는 경우가 많아요. 제대로 클로즈 못한 철천지원수로 이별하죠.

저는 맺는 것보다 끊는 것이 더 중요함을 직접 체험했어요. 제가 굉장히 사랑하던 한 여성이 있었어요. 아주 작은 이탈리아 시골 출신의 여성이었는데 그녀를 위해 무연고지인 이탈리아 시골로 이사했어요. 그런데 얼마 안가 그녀의 이별통보를 받아요. 청천벽력이었죠. 일단 파리로 복귀했어요. 실연의 상처 때문에 6개월간 폐인모드로 생활했어요. 그때 파리에서 공부할 때 프랑스어로 글쓰기를 가르쳐 주신 프랑스어 스승을 만났어요. 그 선생님이 "한사람의 인생의 가치는 그사람의 러브스토리의 권수란다. 네모습을 보니 정말 멋있는 스토리를 썼구나 이제 그거 책장에 꽂고 다음 공책을 열 때 됐다고 생각하지 않니?"라고 말하셨어요. 그래서 러브스토리의 엔딩을 위해 그녀에게 쓴 편지를 썼죠. '네가 나를 버렸을 때 난 너에게 화가 났었다. 난 너에게 화가 나있어서 너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고 깨달았다. 연인이 헤어질 때는 둘 중 한 명이 잘못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야할 길이 그 상대편이 따라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 얼마 후 받은 그녀의 답장을 받았어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너는 내 첫사랑이야.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겠지만 내 첫사랑의 자리는 누구도 뺏어갈 수 없어.'

저는 그 편지를 받은 다음에 미련이 비워지며 무거운 짐 하나를 덜은 느낌이었어요. 홀가분한 기분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서 매듭을 짓고 비우니 다시 새삶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때 사람은 맺음을 하면서 살게 돼 있음을 깨달았어요. 올해 신년 계획 재수립을 건의하고 싶어요. 더 채우지 말고 비우는 계획을 추천해요. 예를 들면 작년에 매듭짓지 못했던 일, 미완성으로 남아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인간관계 등 불필요한 채움을 안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길 제안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의 버스킹 -

저는 말하는대로 오늘 두번째 나왔어요. 지난번에 우리가 "읽기, 듣기만 하지 말고 말하기, 쓰기를 하면서 살자."며 '입력'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 내 생각을 '출력'하며 살자!고 했죠.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좀더 심각한 문제예요.

제가 직장 생활을 끝낸 후 4년정도 쉽게 말해 백수로 살고 있는데 그러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연설비서관으로 청와대 생활을 마친 후 난 또 다른 데서 불러줄 줄 알았죠. 그런데 아무도 안 불러줘요! 생각해보면 불러줄 이유가 없죠. 정권이 바뀌었고 이전 정권 사람을 누가 불러요. 안 데려다 쓰죠. 때는 마침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였어요. 때마침 TV뉴스에서 실업률이 올랐다는 보도를 나왔고 그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 무서워한 적이 처음이었어요. 영원히 나 이제 취직 못하나보다! 생각했죠. 이러한 불안감의 원인은 패러다임이 변화였어요. 대략 2050년이 되면 평균 수명은 120세 시대가 되요. 인간의 수명은 빠른 속도로로 연장되고 있는데 반면 정년은 단축되고 있는거죠. 60세까지 일한다 해도 그 후 60년을 살아야 해요. 그 60년동안 자기 명함도 없고 소속도 없고 자기 직장이 없어요. 온전한 '나'자체로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인거죠. 이게 여러분 앞의 현실이에요!

제가 50살이 되던 해 직장생활을 몇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한3년, 길면 5년정도였는데 내가 몇 살까지 살까 생각하니까 80세까지는 살것 같아요. 그렇다면 당장 3년, 5년 직장생활 더 하는 게 중요한게 아니고 30년 살 거리를 찾아야겠다!싶더라구요. 그래서 평생 할 거리를 찾기 위해 신문사의 문화센터에서 6주간 평소 관심있던 출판과정을 공부했어요. 그후 출판사에 힘들게 취업했구요. 첫날 소개하라고 해서 제 소개를 했어요. 그랬더니 제일 고참인 여직원께서 잠깐 보자고 그러는 거에요. 마치 옥상으로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였죠. 딱 한마디 하시는거에요. '앞으로 말 그렇게 길게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는 거 좋아할 사람 없습니다.' 나이 먹은 제가 경력이 있어서 일손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을 가르처줘야 하니까 이런 사람 데리고 있기 싫었던 거죠.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일을 많이 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주말도 없이 열심히 근무하며 1년반동안 7권의 책을 편집했어요. 그런데 뭔가를 열심히 하면 얻는게 있어요. 특별한 사람만 책을 쓰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이었어요. 1년반의 출판사 생활 후 책을 썼어요. 회사에 휴가를 내고 2달동안 책 쓰는데만 몰두했죠. 그렇게 <대통령의 글쓰기>가 탄생했어요. 책 출간 후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예전에는 인생의 전반전인 60세까지의 삶은 성공하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죽어라고 일하고, 아부하고, 자기를 버리고 살아야 하고 나머지 60년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패러다임이 이제 끝났어요. 전반전의 인생은요. 내가 주인공이 아니에요. 직장에서 자기가 주인공으로 살면 잘려요. 직장생활에서 "하기 싫어요." "못합니다." 이 두마디만 할 수 있으면 유토피아에요. 직장에서 이 말 못해요. 절대!! 때론 '나'를 죽이며 살아야 하는 직장생활이고 '나'를 찾기 힘든 인생의 전반전이죠. 내가 있는 세월은 후반전이에요. 그러니까 그때는 진짜 '나'로서 살아야 해요. '나'로서 산다는 것은 '내 콘텐츠'로 산다는 것이에요. '나'에 관한 질문의 답이 바로 '나의 콘텐츠'에요. 바로 '나'의 이야기죠.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이야기를 쌓고 계신 거에요. 예를 들면 취직이 안 되고, 계속 떨어지는 것도 이야기예요. 인생의 모든 순간이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맵고 짜고 쓴 것이 진짜 이야기에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해요. 그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지금 "나의 콘텐츠,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구나."를 생각하면 되요. 인생에서 누구나 다 '성공'할 순 없어요. 소위 '성공했다'할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누구나 행복할 수는 있어요."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면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만의 콘텐츠를 쌓으세요.'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 사회생활 잘하는 법에 대한 대답 : 보통 직장에 가면 가장 힘든게 상사와의 관계인데 저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일할 때 계속 꾸지람을 하시니까 '해도해도 너무 하신다.' '나도 한다고 하는건데' 내심 야속했어요. 그때 대통령께서 직접 써서 보낸 연설문이 있었어요. '독도는 우리땅입니다'라고 시작하는...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녀요. 직접 쓰신 연설문을 보고 내가 그동안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보좌한 게 아니고 "대통령께 배우고 있었구나"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말씀해주시는 게 단 거에요. 그러니까 더 배우게 되는 거에요. 그때 '배움'의 마음가짐이 생겼고 그러면 일도 배우고, 직장 생활을 하는데 한가지 지혜가 아닌가.

@ 하이퍼리얼리즘 예술가 정중원질문 : 지금 너무 힘든 청년들에게 '지금 네 삶이 언젠간 이야기가 될거야'라고 하기엔 행복하지 못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기에 지금 청년들이 나중에 이야기를 펴낸다면 비극과 신파일색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 삶을 견뎌내서 나중에 이야기를 펴내는 것보담 지금 더 행복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었으면 생각을 해요.

그게 참 안타깝죠. 기성세대로서는 미안하고 그럼에도 '이야기를 쌓아간다'는 것이 중요하구요. 그것을 멀리서 찾는 대신 가까운데서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지금 내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지?' 또는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지?' 같은 거 말이에요. 힘든 현실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은 '나 스스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에요.

- <어벤져스2> 배우 수현의 버스킹 -

제가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게 그동안 한번도 제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 적이 없어서에요. 저하면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어벤져스나 영어를 연상해요. 오늘은 그동안의 수현을 접어두고 진짜 수현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저는 배우가 되기 전 막연하게 미디어 분야를 지망하던 학생이었어요. 대학생 때 기자생활을 했는데 사람들을 취재하고 꿈을 위해 언론사 인턴 생활을 했어요. 제가 설정한 목표에 몰두해서 열심히 살았죠. 2005년 어느 날 저희 어머니가 2006년 슈퍼 모델 대회 공고를 본거에요. 무엇이든 '국제'를 선호하셨던 부모님이셔서 국제대회니까 출전하라고 엄마가 권하셨어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저도 취업 걱정이 심했던 평범한 학생으로 나를 증명하는 자격증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성공하면 모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날 지원 후에 원래 목표는 아니었지만 무작정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 결과 1위로 입상했어요. 제 생각에도 정말 신기한 드라마 같은 일이었어요. 대회 종료후 슈퍼모델 수상자들이 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데 한 감독님 연락이 온거에요. 국제변호사 역이 어울릴 것 같다며 생각도 못한 드라마 출연 제의였어요. 계획지도 않게 드라마 감독의 제안으로 SBS<게임의여왕>을 통해 드라마 데뷔를 했어요. 순식간에 달라진 삶에 약간 얼떨떨했어요. 어느날 눈을 떠보니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던거죠. 그때 '내가 이걸 목표한 일인가?' '내가 이걸 평생 해야 되는 일인가?' '내가 이걸 할 수나 있는 사람인가?' 큰 변화에 겁이 덜컥 났어요.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내 인생의 '다음'은 뭐지? 하지만 답이 안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멈췄어요. 갓 발을 담근 연예계에서 3년간 도망을 쳤어요.

연예계를 떠나 인생의 '다음'을 찾기 시작했죠. 원래의 꿈대로 아나운서에 도전하려다 내가 '어렸을 때 그림을 좋아했지?'하며 막연히 그림도 그려보고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만 허비했어요. 쌓이는 부모님의 걱정과 커지는 심리적 압박감에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람과의 만남조차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고 그 속에서 자존감은 곤두박질 쳤어요.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조언했어요. "언니, 광고 찍을 떄 차인표 선배님이 NGO에 들어오라고 제안을 했잖아. 거기 가서 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봐" 동생의 말을 듣고 용기내어 찾아간 NGO단체에서 그곳 사람들과 서서히 고민을 공유하며 인생 친구도 만났어요. 그 친구들을 통해서 제가 깨달은 게 "조급해 할 필요없어,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잠깐 멈춰도 돼. 막힌 시야를 뚤기 위해서 잠깐 도망쳐도 돼!" 였어요. 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없는 3년이었지만 제 자신에게 가장 투자했던 시간이었죠. 보잘 것 없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 내면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했구요.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난 이유가 있을거야' 불편함을 뚫고 나와보자!라며 멈췄었떤 연예계로 복귀를 결심했어요. 그렇게 결심을 했을 때 정말 감사하게도 KBS<도망자>에 캐스팅이 됐구요.

그냥 내 신념대로 열심히 하자. 그렇게 결심하니 내면에서 좋은 꿈들이 피어났어요. 새로운 일들을 꿈꾸게 되었죠. 같은 소속사에 다니엘 헤니라는 배우가 있는데 할리우드 오디션을 준비중이었거든요. '할리우드엔 새로운 것이 있으려나?' 하며 흥미를 가졌을 즈음 영화<분노의 질주>에 새로운 여자 역이 있다는 거에요. 실제 촬영처럼 연기하며 오디션용 영상을 제작했어요. 그것도 아주 불편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분노의 질주>팀의 긍정적인 반응이 왔는데 갑자기 원래 계획됐던 배우가 스케쥴이 가능해졌다며 마지막에 할리우드 진출이 무산됐어요. 그런데 제가 철칙이 있는데 "오디션은 나를 알리기 위함이지 꼭 되기 위함이 아니다" "오늘의 No는 내일의 더 나은 Yes" 에요. <분노의 질주>말고도 실패한 오디션들이 많았어요.

스스로 토닥하며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다른 작품에서 연락이 왔어요. 오디션 영상을 보고 미드 <마르코 폴로>에서 캐스팅 제안이 온거죠. 비슷한 시기에 받은 의문의 대본 한장이 있었어요.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재밌는 내용에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그 의문의 대본이 어벤져스였어요. 저에게 뜻깊은 오디션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제가 정말 좋아했던 미드<버피>감독이 바로 조스웨던 감독이었어요. 조스 웨던 감독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That was great! 머리를 잡아 뜯으면서 폭풍칭찬을 해주시는거에요. 그동안 상처받았던 자존감을 회복시켜준 칭찬이었어요.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만족해하니까 위안이 되더라구요. 폭풍칭찬도 받아고 ' 다 된 것 같아'하고 있는데 뺏길 위기가 많이 있었어요. 나는 다른 경쟁자들처럼 유명하지 않으니까....또다시 기다림이 시작되었죠. 정말 열심히 했고 좋은 칭찬을 받았지만 내것이 아니라도 행복했어. 기다림 끝에 마음을 비웠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제것이 됐어요. 그리고 연이어 드라마<마르코 폴로>에도 캐스팅 됐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울컥해요. 사실 제 해외활동을 탐탁지 않아하는 분들도 많아요. "쟤 할리우드만 고집하는 거 아냐?"수근대죠. 그런데 할리우드도 화려한 것만은 아니에요. 불편한 상황들 투성이죠. 우리나라와 달리 매니저없이 활동해야하구요. 소속사의 용돈으로 생활하고 스케쥴 관리부터 스태프 소통까지 직접해야해요. 직접 하다보니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오해도 많죠. 할리우드는 인생의 많은 UP과 DOWN을 선사했죠. 늘 내면을 점검케 하고 상상 이상의 세상을 보여주는 지금도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어요. 얼마나 이일을 오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불안하고 불편하다기보다 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어줘요. 자 고민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잠시 멈춰도 "괜찮아"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때로는 멈추는 불편함이 더 멀리, 더 오래 날게하는 원동력이 되요. '누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자!!

한순간 나타난 마블의 신데렐라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린 배우 수현

<한순간 나타난 마블의 신데렐라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린 배우 수현>

-수기의 느낀점-

우선 조승연에 대해서는 정확히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말 참 잘한다. 것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참 멋지게도 잘 한다. 첫번째 출연했을때 와인잔을 가지고 와서 프랑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으로 버스킹을 시도했던것이 기억나고 두번째 출연하여 펜싱용어 "투셰"를 이야기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오늘도 역시 바캉스란 용어가 비우고 쉬는 용어라는 뜻이었다는 걸 알게 해줘서 참 좋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치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조승연이란 사람이 해외생활경험이 많은만큼 사고가 참 열려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신감에 대해 강원국이 저렇게 잘난사람은 재수없어요라고 말한 걸 나도 똑같이 느끼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 당당함과 지식에 대해서는 볼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강원국은 지난번에 나와서 출력하는 삶을 살자가 나에게 참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그간 너무 안으로 무언가를 꾹꾹 눌러담고 있었던 느낌이었는데 블로그를 시작하고 스스로 많이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늘 또 이야기한다. 퇴직후 60년이나 살아야 한다면 순간 정말 겁나긴 한다. 어떻게 그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나에 대해서는 정말 진지하게 한번쯤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수현이란 내가 SF대작 영화는 안 보다보니 어벤져스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모르는 배우다. 드라마도 본 적 없는 드라마에만 나와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별 기대없이 들었는데 앞으로 정말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자신에 대해서 참 고민 많이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지금 사람들에게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화려한 삶이 아닌 자신이 힘들게 쟁취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어한다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