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 바빴다. 바쁠 때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람은 여유롭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요즘 많이 느낀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동안 슬찬이는 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보내야한다는 부모로서의 부담에 슬찬이에게는 약간씩의 규율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나와 같이 통제받는 걸 싫어하는 아이인지라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울어재끼곤 한다. 나도 워낙 잘 우는 편이라 우는 것을 볼 때 이해가 되면서도 짜증도 나고 복잡한 마음이 들때가 많다.
지난 주말에 홈플러스에 놀러갔다가 만들기를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마침 저녁식사시간이었고 저녁을 먹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기심에 계속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었다. 결국 아빠의 "밥 먹고 해."라는 단호한 말에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에 남편은 "울면 갖다버릴거야."라고 말하니 갑자기 자리를 뜨더니 한쪽 구석에서 등을 보이고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느순간 슬찬이도 예전에 비하면 울음떼가 많이 줄었다. 이렇게 사회화되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고 오히려 어릴때 어느정도의 받아들임을 배우는 것이 커서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1인인지라 처음의 짠한 마음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울음을 참고 괜찮은 척 하려는 모습을 보니 기특한 한편 살짝 짠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저 해줘버리다보면 아이는 클수록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기에 내가 참고 견뎌야 한다고 다짐한 날이었다.
7월에 집 계약을 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더니 좋아하던 슬찬이가 갑자기 마음이 바껴서는 며칠전엔 갑자기 이사를 가지 않겠단다. 아빠가 "집을 이미 팔았어."라고 말했더니 또 울어재끼며 "집 팔지 마요~~~"하며 한참을 대성통곡을 했다. 자기는 할머니와 부천에 있고 엄마, 아빠랑은 금, 토, 일만 보면 된다나...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 정확히 감을 잡을 수는 없으나 이제는 한번씩 부천에 보내고 나의 휴가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또 홈플러스 서점에 구경을 갔다. 문화상품권이 있어 책을 한 권 사주겠다고 했더니 결국 또 공룡종이접기 색종이를 골랐다. 가격이 저렴해서 OK하고 아빠를 기다리며 계속 구경을 하고 있는데 5살쯤 되어보이는 동생들이 집에 있는 공룡을 사겠다며 우기고 엄마는 말리고 있었다. 슬찬이가 갑자기 그쪽으로 가더니 "그럼 이 종이접기를 사는게 어때요?"...헐!!
그리고 카운터에 있는 사장님에게 가서 "주인님, 이 종이접기가 새로 나왔네요~"라며 한참을 자기가 고른 상품과 신상품들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주인님이란 말도 너무 웃겼고...이 아이는 진짜 도대체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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