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2월까지 엄청 바빴고 3월에 갑자기 부서이동을 하게 되어 멍한 상태로 지냈다. 그리고 3월말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 사이 슬찬이도 부쩍 컸다.
12월부터 2월 사이 나도 남편도 엄청 바빴다. 어머니께서 충분히 보살펴 주시지만 슬찬이도 힘든 시간이었다. 어느날부터인가 손톱을 엄청 물어뜯어 열 손가락 모두 손가락 끝부분이 엉망이었다. 솔직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2월말에 약간의 여유를 찾고 내가 슬찬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살짝 나아졌다고 느꼈었다. 여전히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고 아마도 꽤 오래 갈 듯 하다.
슬찬이를 보다보면 딱 나같아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척 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는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내가 들었음 좋겠다 싶었던 말들을 슬찬이에게 많이 전했고 슬찬이 또한 내가 생각하는대로 잘 따라와줘서 참 고마웠다.
그럼에도 '쟤는 도대체 왜 저러지' 하는 경우도 참 많다. 어제는 정기검진차 치과에 들렀다가 1층 약국에 꽂혀서 뭘 사고 싶단다. 잘 먹지도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무조건 사고 싶다고 했다. 어쨌든 치과에 다녀오자고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슬찬이가 계속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달에 슬찬이가 좋아하는 레고, 요리, 로봇 병아리수업에 돈을 많이 내서 그걸 살 돈은 없어."라고 했더니 슬찬이왈 "일해서 돈을 벌면 되지. 일하고 일하고 일해" 지금보다 어떻게 일을 더 하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자고 일하라는....' 완전 '헐!!'이었다.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웃으시며 "장난이겠지" 하시길래 내가 "진담일걸요."하며 슬찬이게 "농담이야 진담이야"했더니 "진담!!"이란다.
물론 장난이다. 반은 진심인.....
그리고 어제는 2주만에 슬찬이가 주일학교 미사에 참례했다. 성당은 내가 여력이 되면 가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억지로 끌고 가진 않겠다로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어제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었고 그러면 나는 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함께 갔다. 슬찬이도 순순히 갔다. 그리고 한주 빠져서인지 입당송할 때 율동도 따라하려하고 집중을 해줬다.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나자 자기 시작했다. 주변의 아이들이 전부 슬찬이를 바라보며 깨우려고 장난도 치고 하는 듯 한데 15분은 숙면을 취한 듯 하다. 예전에 그러긴 했다. '너무 졸리면 자라고...괜히 떠들고 장난치지 말고....' 이렇게 내 말을 잘 들을 줄이야~~~
슬찬이랑 지내다보면 저리 살아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저렇게 본인의 욕구에 솔직하게 다 표현하고 안됨 말고...란 생각으로 살면 되는데...나는 그러지 못했다. 뭔가 갖고 싶다면 단식투쟁을 해서라도 얻어냈고 평소에는 순하디순하게 굴며 참다가 한번에 폭발하곤 했다. 참았던 동안의 억울함이 쌓여 더 크게 감정적으로 무너지곤 했던 듯 하다.
슬찬이도 이제 조금씩 포기를 배우고 있다. 그렇게 포기를 받아들이는 것들이 내가 짠했다. 그럼에도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불필요한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포기 또한 가르쳐야 하는게 내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슬찬이의 인생에 내가 얼마나 관여해야 하냐였다. 최근 들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0~3세때는 100%, 3~초등 70%, 중학생 50%, 고등학생때는 30%, 20살 이후에는 0%'로 나왔다. 나는 이게 나에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관여하지 않을 수도 없고 너무 모든 것을 다 챙길수도 없다. 경중을 따져서 적당히 슬찬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슬찬이와의 관계도 조금 깔끔해진 것 같았다. '나의 완벽한 독립'이라는 내 꿈을 슬찬이도 함께 꿔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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