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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수기의수다]휴식에 관하여

제대로 잘 쉴 줄 아는 것도 재능이다. 나의 경우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왔고 여전히 참 어렵다. 지난주말 이후 일주일을 참 열심히 보냈다. 정말 행복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게 사는거지란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친한 사람들에게 글을 보내고 함께 수다도 떨었다. 그간 나에게 이런저런 불평을 토로하던 사람들이 조용했졌다. 좀 심심해졌다. 그리고 병이 났다. 목이 칼칼하더니 어느새 목이 갔고 머리도 아프고 몸살이 왔다.

나는 어릴때부터 병원에 잘 가지 않았고 심하지 않은 감기쯤은 그냥 잘 넘겼다. 며칠 지나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보니 내 맘대로 아프지도 못한다. 그래서 아플때 참 서럽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리석어서였다. 슬찬이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나만 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것 같다. 내가 아플때는 도움을 구해야한다. 남편이나 시어머니께..그리고 나는 쉬어야 하는것이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오다보면 쉴 줄을 모른다. 그리고 쉬는 내가 어색하다. 그러나 내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들어야 한다.

내가 팬텀싱어 방청을 신청했다가 탈락이 된것 같다고 어머니께 "설전날 우리 둘이 더킹 보러 갈까요?" 하고 여쭤봤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들의 술상에 올릴 음식을 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생각해도 참 좋은 분이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사신 듯 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은 잘 챙겨서 하시는 편이다.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인 듯 하다. 어머니께는 팬텀싱어 방청이나 영화관람보다는 사랑하는 자식들 밥 챙겨먹이시는게 더 행복이신 것이다. 나는 반대이다 보니 그 말을 할때 칼칼하던 목이 완전히 잠기고 괜히 착한 선배가 되고자 옆직원에게 설연휴전날 휴가를 가라고 권하고는 내 몸은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괜히 남편과 시어머니와 도련님께 "음식하기 싫어서 병이 난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용케도 어머니와 도련님께서 시원하게 받아넘겨주셨다.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조금만 할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고 도련님께서 하신 "흠...형수님과 음식하고 무슨 관계죠?" 이말에 빵 터졌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머리가 가벼워지더니 다운되어 있던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이틀간 잠을 엄청 잤다. 남편은 부산가는걸 취소하라고 했지만 나에게 부산가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이틀간 잠을 그렇게도 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몸이 조금 개운해지고 있다.

상담할 때 선생님께서 쉬는 법을 알려주셨다. 자신의 숨에 집중할 것. 단어로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억누르고 자신의 숨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잠이 드는게 맹점이라고 하셨는데 상담을 하는동안도 안 되었고 12월 내내 한번도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잠자기 전에 해보니 잘 되었다. 자도 된다고 생각하고 잠자기 직전에 단 몇분만이라도 자신의 숨에 집중해보자.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