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5년정도 가지고 있는 미안함이 있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 했기 때문에 내 마음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한번씩 떠오르곤 한다.
22살쯤 과외를 한참 하던 중 한 학생를 새로 하게 되었는데 집 위치가 좀 애매했다. 우리집이랑 아주 멀진 않은데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했다. 기존에 하던 과외들이 집에서 1시간 거리여도 버스에서 내려 금방이었는데 뭔가 불편하고 가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수업을 하던 중 그 학생하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한달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달이 되었고 수업료를 받고 그 다음 수업에 가야하는데 신기하게도 목감기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머니에게 설명도 없이 그 집 바로 인근에 살던 친구에게 그집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와는 한번씩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위치가 애매해서 한달만 하고 그만두려 한다.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할 수 있음 니가 하면 좋겠다고...
그때 친구가 다녀오곤 어머니께서 뭐라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내가 전화로도 설명을 드릴 용기가 없었다. 난 이미 한달 수업을 했고 수업료도 받았으니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친구도 수업을 한달 하고 더이상 안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못한 일이다. 내가 이런 일화가 있어 하면서 한번씩 털려고 가볍게 이야기는 한 적이 있어도 그 어머니와 내 친구에게 제대로 그 미안함을 표현한 적이 없다. 그 어머니께도 정말 죄송하지만 만날 일이 없을 것 같고 내 친구에겐 오랜만에 연락해야겠다. 지금도 한번씩 필요할 때 연락하곤 하는데 안부인사를 하고 그때의 미안함을 전해야겠다.
그 외엔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거의 없다. 그 미안이란 감정이 싫어 미안할만 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자신에게 엄격한 삶을 살다보니 내가 상담을 끝내고 가졌던 감정이 내 자신에게 제일 미안했다. 그러고도 진짜 내마음이 편했는가 돌이켜보니 아니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남편과 아이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 많았다. 미안한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표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 같다.
우리3남매 중 나만 이렇게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생각이 많은 것은 내가 너무 특별해서라고 이제 받아드린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난 언니를 참 부러워했다. 우린 다르면서도 참 닮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나니 완전 쌍둥이 같다고 느꼈다. 어린 내눈에 언니는 가무에 능했고 늘 밖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지냈다. 나는 늘 집에서 인형놀이를 하며 혼자 지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때 반에 키가 제일 컸다. 맨 끝에 서있는데 짝을 정하는데 옆에서 남자애들 2명이 서로 나와 짝이 안 되려고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2학년때까진 늘 쭈그려있었고 학교가 끝나면 혼자서 집으로 뛰어가곤 했다. 그러다 3학년때 내가 공부를 잘 하는 걸 알았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과 짝이 되라고 할 때 반에서 꽤 인기 있는 남자애가 나에게 왔다. 그때 나는 세상에 외모가 다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다 4학년때 담임선생님께서 음악수업시간에 앙칼진 목소리로 '넌 음치구나'라고 아이들앞에서 큰소리로 말해서 주눅이 들었었다. 그때 우리 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선생님이 나에게 좀 차가웠다는 걸 지금은 알고 그 선생님이 잘못했다는 것도 안다. 그 선생님때문에 주눅이 들고 내가 음치라고 노래를 멀리 한 것이 참 한이 된다.
그 이후론 난 늘 재밌는 친구를 좋아했고 그 재밌는 친구는 이쁘고 공부도 잘 하고 여성스러운 친구를 좋아해서 상처를 종종 받으며 이렇게 자랐다.
내가 내 자신을 정말 사랑했다면 내 자신에게 미안할 행동을 안 했을것 같다. 콤플렉스나 열등감의 원인을 한번 생각해보자. 원인을 알면 훨씬 삶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슬찬이에겐 끊임없이 표현해준다. 정말 니가 제일 멋지다고~마음을 담아...아이들은 어려 아직 눈에 보이는것만 믿을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고 엄마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레 밝은 아이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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