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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뮤지컬 팬텀

서울에 올라온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공연들 때문이었다. 나를 알고보니 나는 끊임없이 나를 알아가는 노력을 해왔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가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을 보다보면 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재능을 찾아 노력하여 성취한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고 부러워서였다. 내가 진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내가 예전부터 늘 하는 말, 노래를 잘 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거 같다. 너무 행복할 거 같아.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안타깝게도 음치다. 그래도 다행히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걸 제대로 느낀 것 같다.

팬텀은 2~3년전에 한번 봤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날 근처에 배우 이순재가 있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날 혼자 보고 돌아가며 그래 이게 사는거지 란 느낌만 남아있었다.

12월에 팬텀이 하는걸 보고 예매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일요일 저녁 공연 20%로 할인해주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 공연 중 내가 좋아하는 신영숙과 프랑켄슈타인때 보고 궁금해진 박은태가 나오는 공연을 선택했다.

박은태의 목소리는 오묘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따뜻하면서도 때론 쓸쓸하다. 연기를 정말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노래도 좋았지만 박은태가 대사할때 더욱 멋졌다. 언젠가 티비에도 나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늘 기억하고 있던 대표곡은 나오지 않는다. 팬텀의 삶에 대해 더욱 집중한 작품 같다. 이건 오페라의유령이 아니고 팬텀이어서 그렇다는 결론을 냈다.

레베카 이후 완전 팬이 되어버렸다. 목소리 연기 모두 너무 멋지다. 역할이 노래를 못하는 역이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이 생각을 하며 지난번에도 신영숙이 까를로타였단 것만 기억했다.

그리고 나는 김주원, 엄재용의 발레연기가 가장 멋졌다. 말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으로도 모든 감정이 느껴졌다.

고전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팬텀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에릭, 그를 괴물로 보지 않았던 엄마, 아버지라 밝힐 수 없었지만 곁에서 늘 지켜주었던 아버지, 팬텀이 사랑한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한 또 한명의남자  필립, 크리스틴의 재능을 시기한 카를롤타...모든 사람의 행위가 다 이해된다. 사람의 모든 감정이 나오고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나는 역시 편하게 살고 싶고 대접받는 것을 좋아한다. 저렇게 재능을 찾아 멋진 배우들의 노력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이 정도의 공연 한편쯤 부담스럽지만 무리라고 포기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나에게 또 칭찬한다. 멋진 공연을 보여준 모든 배우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함께여서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던 남편에게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