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 사전을 보면 애쓰다는 말은 마음과 힘을 다하여 이루려고 힘쓰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어휘다. 그런데 나는 항상 이 표현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야 하는데 나는 대부분 마음이 아닌 몸만 힘써온 것이다.
내가 서울에 올라오고 참 행복하다고 느꼈고 그때 떠들고 다녔던 말이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였다. 그때 나는 정말 꽤 괜찮은 사람이었던 걸 오늘 또 한번 느낀다.
상담을 끝내고 12월 한달동안 참 많이도 울었다. 요즘도 간혹 운다. 원하는것도 없이 너무 열심히도 살아온 내가 짠해서다. 요즘 어쩌다어른 김창옥교수 양재진원장님 편, 알랭드보통의 불안을 통해 나에 대해 완벽히 이해했다. 그러고 나니 다시 내가 사랑스럽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에게 고마웠다.
지금도 눈물이 줄줄 나니 지하철 옆자리 아저씨께서 휴지를 주신다. 참 고맙고 이래서 삶은 살만하다.
난 3삼매 중 막내다. 오빠, 언니, 나 이렇게 세명인데 25살때까진 그닥 유대관계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다들 안정된 직장에 결혼하고 나니 여유가 생겨 1년에 단 몇번이라도 제대로 만난다.
우리집은 고등학교까지는 무난하게 보낼 수 있는 집이었고 3명 다 대학도 나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엄마는 늘 삶이 빡빡했었다. 너무 정직한 아빠가 운수업을 했었고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엄마가 파크랜드 공장을 다니며 조금은 여유를 보였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국민학교밖에 못 나와서 4명의 동생들을 위해 집안일을 도우며 살다 고등학교나이부터 부산에서 일하다 20살에 시집온 엄마에겐 3명의 자녀들의 재능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다. 오빠때는 엄마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어쩌다보니 학교임원을 하며 쫓아다녔다. 언니는 피아노에 꽤 재능이 있었지만 중학교 들어가면서 끊었다. 나는 언니나 오빠에 비해 특출난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내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느끼며 살았던것 같다. 애쓰며 살고 있는 엄마에게 부담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수능을 두달 앞두고 공부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제대로 안 했고 수능을 망쳤다. 그래도 부산에선 제일 좋은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그때 내가 좀더 내 삶에 진지하게 욕심을 냈더라면 하는 생각이 요새 종종 들었다. 그러나 나는 역시 자기합리화에 능하기에 지금 삶에 만족한다로 결론을 냈다.
고등학교때까지 책을 재미로 읽어본 적이 없다. 10권이 넘는 토지를 고2때 1년에 걸쳐 읽었을 정도로 문학책에 있는 책 전문을 알면 문제 풀기 빠르겠단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대학교때 공강시간에 종종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때 접했던 작가가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양귀자 작가였고 글이 재밌었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원망하기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더라도 연애이야기엔 감동을 받지 않는데 부모자식간의 이야기엔 참 많이도 운다.
우리 엄마는 지금도 건물청소일을 하신다. 아빠는 10년전 돌아가셨고 30년 넘게 모시던 시어머니와는 2년전 좋지 않게 결별했다. 3명의 자식이 다 떠나고 혼자 사는데 홀가분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래서 나는 한번씩 내려가서 귀찮게 해야겠구나 하고 또 느낀다.
우리 엄마 세대때는 다들 살기 힘들었다. 우리를 위해 노력한 엄마에게 보상하는 길은 우리가 우리 삶을 잘 사는 것이다.
내가 잘 사는거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역시 애쓰며 살아야 한다. 애쓸때는 생각과 마음이 일치해야 한다. 생각들은 보통 내 생각이 아니고 남의 생각일때도 많다. 잘 구분해야 한다.
내가 힘든 시기에 우리 남편이 그랬다. 너는 맨날 니 생각이 아니고 책속에 있는 남의 생각만 말한다고...그런데 그때는 나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때라 헷갈렸다. 내 생각이 아닌가하고...이제 알았다. 내 생각이 책에 잘 정리되어 나오니 책을 읽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생각이 많고 괴롭다. 그러나 조금만 더 애써서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이 오고 그때 몸이 따라주면 정말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제 정말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좋다. 덤으로 슬찬이와 남편까지 있고 5년 뒤쯤부터는 직장에서 일도 열심히 해서 10년 뒤쯤 신규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애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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