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하철을 타러 가기 위해 정류장에 왔고 송내역으로 가는 83번 버스가 6분 뒤에 온단다. 지하철 시간표를 봤다.
그때 시각이 5시25분정도였다. 5시37분 지하철은 포기하고 46분 또는 49분 지하철을 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서있자니 춥기고 하고 그 정도라면 걸어서 15분정도니 걸어가자 마음을 먹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35분쯤 내가 기다리려했던 83번 버스가 슝~하고 지나갔다. 그순간 헉 하며 기다릴걸 버스에서 내려 뛰면 37분 지하철도 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넌 역시...하다가 아냐 이 새벽 15분 운동했네 하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40분 역에 도착했고 46분 지하철을 타고 지금 서울로 가고 있다.
남들이 볼때 나보고 일을 참 편하게 한단다.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좋다. 나는 일생(?!)을 참 열심히 살아왔다. 나는 보통 10만 하면 될 일을 15정도의 난이도로 해서 11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요행을 부려본 적도 없고 내가 꿈꾸지 못할 욕심은 애초에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또 한번 느낀다.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는데 15를 할 수 있는 내가 정말 15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가...물론 지금 삶에 만족하고 요즘 10년 뒤쯤 내 삶을 기대하며 잘 지내고 있다. 내 목표를 명확히 하고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일이 내가 살아가며 풀어야 할 숙제이다.
내 인생의 목표가 정말 10이라면 딱 10만큼만 할 것!!
15만큼 할 수 있고 15만큼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정하지만 내 눈에 10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 10만큼 노력하고 15의 성과를 낸다고 느껴질 때 속이 쓰릴 때가 많다. 이 경우 내가 느끼지 못한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거나 간혹 부도덕한 방법으로 해냈다고 폄하할때도 많다. 이렇게 내눈에 거슬린다는 것을 보면 나도 15가 목표였구나를 요즘 느낀다.
내가 예전에는 아부나 술자리나 개인적인 모임에서 이뤄진 관계가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에 화가 났었다. 내 기준엔 그런것들이 부도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그것 또한 그 사람의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어쩜 그냥 일만 잘 해내는것보다 더욱 어렵고 재능이 있어야만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다.
요즘 직장에서의 성공은 어느정도는 포기했다. 내 인생전체를 놓고 볼때 적어도 지금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다시 승진시기도 올것이고 조금은 느려도 언젠가 다시 내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를 정확히 알려야 내 일도 더쉽게 더잘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는 것을 알고 보니 직장을 또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을 접어야 할 것 같다. 부산에서의 4년이 내 기본실력을 쌓는데 참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서울에서의 6년..이제 직장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안다. 그러고보니 부산에서 처음 관계를 맺었던 동기들부터 나를 이뻐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알게된 사람들까지 참 고맙다.
인생은 장기전이고 힘을 쓸때와 뺄때를 잘 조정하며 사는 것이 조금은 쉽게 잘 살아가는 요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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