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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남과 여

슬찬이를 보다보면 참 남자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알려준 것도 아닌데 '남자는 이래야 해'란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 참 많다. 나름 중성적으로 자라면 좋겠단 마음에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 슬찬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
이틀전 슬찬이가 영어놀이시간에 무언가를 만들고 나왔다. 물건만 주곤 머쓱하게 서선 아무말도 하지 않자 선생님께서 "너 하기로 했잖아"하니  "무당벌레"라고만 말하자 "I love you 하기로 했잖아"하자 겨우 작은 목소리로 "I love you"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모습이 너무 웃겼고 슬찬이에게 부끄러움, 쑥스러운 감정이 생겼단 것에 놀랐다. 난 슬찬이가 감정에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출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어릴때 나는 화장실을 가고 싶단 말을 못해서 오줌을 싼 적도 있고 키가 너무 커서 늘 어른 역할을 해야만 했던 것이 불만이다보니 큰키가 너무 불편한 컴플렉스 중 하나였다. 게다가 어찌나 말은 느리고 음치에 표가 나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많은 아이였다. 이렇게 눈에 띄게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건 좀 슬픈 일 같다. 이 단점이 너무 커져버려서 장점이 잘 안 드러나기 때문이다. 타인들에겐 별일이 아니라도 자기자신에게만은 세상이 무너질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슬찬이에게 뭐든 할 수 있단 자신감을 주고 싶다.  그리고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도 꼭 알려주고 싶다. 그래야 살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 좋은 것만 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이때부터 생기는 거 아닌가 싶다.
이번 주 토요일은 슬찬이 운동회다. 단체줄넘기와 계주 중 박치인 내가 단체줄넘기는 못하겠고 계주를 하겠다고 했다. 어렴풋하게 어릴때 우리엄마가 계주선수로 뛰었던 기억이 있고 나에게 좋은 기억 중 하나다. 그래서 슬찬이에게 "운동회때 엄마 달리기 해. 슬찬이가 응원해줘. 못 했다고 친구들 모두 야유하더라도 슬찬이는 잘 했다고 해줘" 했더니 못 하겠단다. 열심히 잘 뛰어봐야겠다.

어제 저녁 ymca 등대 모임 때문에 저녁으로 삼각김밥과 떡~이렇게 먹일 수 있을만큼 잘 커준 것에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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