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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오늘의 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짠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버거움 속에서 각자 노력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내가 직접 해보니 정말 사는게 쉽지 않은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엄마들 모임에 갔다가 슬찬이 친구 엄마를 보면서도 느낀 것도 짠하다는 것이었다. 참 쿨하고 멋지고 명확하다. 반모임도 거의 주도적으로 추진해서 착착착착 진행되고 가정이나 직장에서나 딱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어제 아들이 갑자기 열이 난다고 연락을 받고 병원을 갔다가 집으로 가려는데 말을 너무 잘 하는 아들이 약속대로 YMCA에 가야한다고 20분간 울며불며 떼를 쓰다 결국 엄마가 지고 데리고 왔다. 다행히도 그때 아파보이진 않지만 오늘 캠핑을 가야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밤에 또 아플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모든 역할을 다 잘 해내고 있는게 버거워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들은 아내를 보면서 짠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나는 남편들도 아내들도 참 다들 참 짠하다는 생각이 들던데라고 물었더니 우리 남편 역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감정이다. 그리고 답변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해야지란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세상에 당연한 게 없는 사람으로서 저렇게 쉽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성취주의자이다. 세상에 모든 걸 혼자 생각하고 맞으면 혼자 기뻐하고 틀리면 쿨하게 틀렸네~라며 게임하듯 살아왔다. 그래서 세상이 나에겐 하나의 학습장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재밌는 것 중의 하나였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가볍게 봐왔었다는 걸 엄마가 되고서 알았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슬찬이가 어느정도 자랄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취미거리로 돈도 안 들고 세상 바라보기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나는 표현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말로 해서 풀어야 하는데 그걸 할 시간이 없으니 블로그를 함으로써 해소됐던 것도 이해됐다. 요즘 슬찬이가 종일반 시간에 종종 사라진단다. 화장실 가서는 한참 안 와서 가보면 화장실 미화선생님과 수다 떨고 있고 어느날은 선생님과 수다 떨고 있고 어느날 다른 선생님들 방에서 수다 떨고 있단다. 이 녀석도 말로 풀어야 하는 녀석인 듯 하다. 이제는 내가 슬찬이를 통해 들어주는 것을 배워야 할 차례인 듯 하다.
어제 구멍난 양말은 역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꿈꾸는반 선생님께서 더워서 바람구멍이 생겼나라고 말씀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신경 안 쓰고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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