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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슬찬이의 경제관념

<홈플러스에서>
지난 일요일에는 빕스에서 점심을 먹고 슬찬이와 남편만 홈플러스에 남겨두고 나 혼자 30분정도 산책 삼아 집까지 걸어왔었다. 그리고 집에서 조금 빈둥거리며 있었더니 슬찬이가 아빠랑 돌아왔다. 손에 무언가를 하나 들고서~
우리 슬찬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홈플러스다. 그리고 꼭 무언가를 하나는 사야한다. 피곤할 때는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막무가내다. 그래서 나는 술 취한 어른과 똑같다 생각하고 그냥 자잘한 걸로 사주고 만다. 그런 다툼에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나는 너무 피곤하다. 내가 사줄 여력이 된다면 사주고 너무 비싸거나 돈이 없을땐 사실대로 말한다. 그래서 좀더 어릴때부터 슬찬이는 "비싼건 안 돼."란 개념이 잡혔었다. 요새는 돈돈 거린다. 조금 반성이 되지만 설득하기는 쉽다. 나중에 나는 왜 가난한 집에 태어났을까 원망할지도 모른다.
어제는 남편이 저녁에 홈플러스에 다녀오자고 했다. 과일 등 먹을거리를 사러~슬찬이가 하원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빠가 슬찬이 씻고 밥 먹고 홈플러스에 가자고 하셔."라고 했더니 슬찬이가 눈을 반짝이며 "아빠 돈 있대요?!"라고 말해 빵 터졌다. (주말에 둘이서 홈플러스 다녀올때 엄청 비싼 걸 골라서 아빠는 돈이 없다고 말하며 꼬드겨 5천정도 하는 고양이 접기를 사왔었다) 그래서 "몰라 아빠 돈 있는지"라고 했더니 홈플러스 가기 싫단다. 그리고 집앞 마트에 가자는걸 꼬드겨 집으로 갔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자마자 인사말이 "아빠 돈 있어요?"이다. 아빠가 100원을 줬더니 그것만 있으면 다 되는줄 안다. 가는길에 100원이랑 1000원 중 뭐가 더 크냐고 물으니 100원이 크단다.
결국 홈플러스에서 우리 장보는걸 카트에 앉아 잘 기다리더니 장난감 코너에서 무턱대고 비싼 것들 막 사고 싶단다. 이미 반은 잠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저렴한 비눗방울 하나 골라놓고선 고양이종이접기 코너에 가서는 하나만 사자고 했더니 고양이가 혼자면 외롭다고 2개 사야 한단다. 그러더니 옆에 좀더 큰 강아지 접기도 2개 사겠다며 막 카트에 넣는다. 알았다고 엄마 아빠 들고 가겠다고 하며 2개는 빼고 고양이접기만 2개 샀다. 그리고 만족했는지 집에 오는길에 잠시 잠들었다 집에 와서 쭉 잘 줄 알았는데 깨선 종이접기 하잔다. 안된다고 엄마가 피곤해서 못 한다고 하고 쇼파에 누워 잘때 보는 티비 틀어주고 남편과 맥주를 마셨다.
슬찬이는 알고 있다. '우리집에 돈이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없지도 않다.' 그래서 사줄 수 있는 것들을 잘 고르고 사준다는 말로 사랑을 느끼는것 같다. 그리고 사준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애정공세를 보인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뭐 사준다고 따라가면 안된다는 걸 끊임없이 말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고양이접기를 나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아빠를 시킨다. 이 박쥐 같은 녀석이라고 나는 종종 말하지만 이 녀석의 생존능력이 정말 뛰어날 것만 같다. 내년부턴 성당에 꼭 보내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느끼며 자랄 수 있단 건 정말 축복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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