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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나랑 맞는 사람

뉴스룸에 나온 후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진 않다'라는 멘트를 보고 이효리에게 무언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퇴근길에 라디오스타 이효리편을 다운받아 봤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듯 하다. 그리고 여전히 참 열심히다. 이날 방송에서 '세상에 좋은 사람이 어딨어요. 나랑 맞는거지'란 말을 했다. 내가 늘 생각하는 부분이다.
좋은, 착한 사람...이건 누구에게 좋고 착한 것이며 누가 결정하냐는 생각을 종종해왔다. 나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 친절한 걸 택했고 그걸 사람들은 착하다 좋은 사람이다란 말을 해줬지만 솔직히 고맙지 않았다. 그 틀에 나를 가둬야만 할 거 같아 답답했다. 그래서 휴직기간동안 내 인간성의 바닥을 본 이후 종종 말했다. '좋은 사람 아니에요. 이게 편하고 좋아서 할뿐이에요' 아무리 이렇게 말을 해도 자기 생각대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러면 그냥 냅둔다. 대신 나를 좋은, 착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후 과하게 친하게 훅-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나는 순간 불편함을 느끼고 피한다. 그 사람 입장에선 그 이후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바뀐다. 알쏭달쏭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거 같은데 자신과는 상당한 거리가 생겼기 때문에 자신에겐 더이상 좋은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나와 제일 맞는 사람은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다.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해봤고 생각이란 최소한으로 방향만 잡으면 되지 많은 생각이란 시간만 잡아먹는다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무생각없이 즐겁게 보이는 사람이 너무 좋다. 내가 평생 노력해서 만들고 싶은 모습이지만 쉽진 않았고 여전히 노력중이다.
두번째로 생각이 많은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이 좋다. 저질러놓은 일도 많고 포기도 빠르고 뭔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매력있다.
이 외엔 솔직히 별관심이 없다. 다행히도 싫어하진 않는다. 나를 불편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자만해왔고 그렇게 살고 있는 듯 하다.
주말에 폭발을 하고 남편에게 '사랑의 다섯가지 언어' 책을 읽게 했더니 남편이 읽고 있다. 그리고 어제 퇴근했더니 거실 책장에 이렇게 붙어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뀔리 없다. 나를 폭발하게 하고 내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나게 하는 이 사람이 나한테는 정말 맞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엔 머리쓴다고 생각을 했었다. 나같이...'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너무나 상식적이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대해 무지하다. 이걸 하나하나 생각하고 따지기엔 내 머리가 아프니 나도 그때그때 표현하고 편하게 살아야겠다.
요즘 내 삶이 하나의 시트콤 같단 생각이 든다. 무미건조했던 회색에서 알록달록 색깔이 들어간 것만 같은~그래서 나는 재밌다. 오늘은 또 무슨일이 생길지~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