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면 새벽미사를 가고 못 일어나면 그냥 9시 또는 11시 미사를 갈 예정이었다. 새벽시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제일 참여하고 싶은 미사는 새벽미사이긴 하다. 그러나 굳이 알람을 맞추고 그 새벽에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없다. 그래서 편하게 일어나면 가고 못 일어나면 못 가고라고 생각하며 슬찬이 장난감을 정리하다 어제 조금 늦게 잤다.
그런데 너무 멀쩡하게 정신이 깼다. 블라인드 뒤로 약간의 밝음이 느껴지고 아침까지는 아니고 새벽인 듯 했다. 그래서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니 5시10분이다. 6시 미사를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샤워를 하고 깔끔하게 옷을 입고 미사에 다녀왔다. 58분에 도착했기에 아무 생각도 못하고 바로 입당성가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부활 제4주일로 성소주일이다. 성소란 성스러운 부르심으로 성직자 또는 수녀가 되도록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는 의미다. 나에게는 그 분의 부르심이란 것에 대해 항상 의문이 있었기에 오늘도 또 그런 날인 것만 같았다. 뚜렷한 목소리로 들리지 않지만 내가 새벽에 자연스레 일어나 미사에 오게 만드는 힘이 그것인 듯 하다.
오늘의 복음 - 요한 10.1-10
목자의 비유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양 우리에 들어갈 때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다. 그러나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들의 목자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달아난다.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이야기하시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나는 착한 목자다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나보다 먼저 온 자들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다. 그래서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오늘의 강론 중 사제서품식을 말씀하셨다. 호명이 되면 '여기 있습니다.'라고 응답을 하고 차례차례 나간다. 이 모습이 오늘의 복음과 정말 유사한 것 같다. 지난 2월 남편의 친구가 사제서품을 받아서 보러 갔었다. 나는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스크린으로 비치는 예비사제들의 얼굴과 그분들의 메시지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늘 궁금했다. 무엇지 저렇게 만드는지 자기 인생 전체를 바칠만큼 강력한 힘이 무엇인지가 늘 궁금했다. 세상의 대부분의 욕망을 버려야 하는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강문식 미카엘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응답을 하고 앞으로 걸어가는 그 길에서 사제가 되기로 처음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정말 기쁜 마음으로 걸어갔다고. 오늘도 미사가 끝나고 성당 입구에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끊임없이 인사하시는 순수한 모습이 너무 좋다.
그리고 혼인성소 또한 주님이 그렇게 하도록 하셨기에 혼인을 하고 사는 것이라는 말씀 또한 마음에 와 닿았다.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일들은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은 아닌 듯 하다. 특히 생명이 그렇다. 아이를 너무나 갖고 싶어하지만 힘든 사람들도 있고 나의 경우 임신이 쉽게 된 이유는 내가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진짜 인생이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생기'를 찾아 살아가는 일이 주님을 따르는 일이다는 말씀이 오늘의 주요지다.
내가 성당을 가는 것과 슬찬이와 노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 이유를 알았다. 나는 책 속의 이야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상담사조차도 나보고 책 속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요즘 세상은 비정상이 정상인 시대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지친다. 옳지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이야기가 난무한다. 나는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옳지 않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옳지 않아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면 해보고 후회든 자기합리화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라는 말 뒤로 마음 속 깊이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있다. 타인을 위해서라는 말, 타인이 정말 원한건지는 물어봐야 한다. 본인이 혼자 해주고서는 타인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소통할 때 듣기 좋으라고만 말하지 말고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제일 중요하고 사람이 말을 하면 말그대로 믿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A라고 말했는데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 B라고 듣고 있지는 않는지도 한번씩 점검해봐야 한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부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나는 이 말을 믿고 그대로 살아가보려 한다. 끊임없이 주님과 대화하며 뭐라고 하시는지 잘 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하려는 노력이 내가 그분의 사랑에 보답하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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