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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아이와 소통하는 즐거움

오늘은 휴가를 내고 내가 등하원을 했다. 늘 생각해왔다. 등원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아침부터 아이가 울며 어린이집을 안 간다고 한다면 하루종일 속상할거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출근하는 것으로 등원역할을 남편에게 맡겼다. 직장에 출근하기 전 정해진 시간내에 등원을 하는 일이 정말 힘든 일과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직장맘들에게 고생하고 있다고 서로 위로하자고 말하고 싶다.

오늘은 도시락을 싸는 날이다. 그래서 7시부터 유부초밥, 오렌지, 수박으로 도시락을 싸두고 토스트로 아침식사를 챙겼다. 한 것도 없이 아침시간 2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렇게 버스를 타러 가자고 하니 안 가겠다는 것을 휴대폰으로 꼬셔서 나가서 보여줄게 했더니 잘 따라나선다. 아침에 일어날때도 슬찬이가 좋아하는 상어가족을 크게 틀어났더니 바로 일어나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해 엄마가 잘 알고 있으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예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내 입장에서 슬찬이가 안 따라주니 힘들고 짜증이 났었는데 슬찬이 입장에서 움직이다보니 내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슬찬이를 보내고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진 후 오후 5시 20분 하원버스에서 내리며 엄마가 있자 너무 좋아하는 슬찬이를 보면 나도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왼쪽 눈 옆에 상처가 있다. 그래서 "어디 부딪혔어?!"하고 물어보니 "형아가 긁었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형아가 슬찬이를 긁었다고?"하고 물으니 머리를 이렇게 치고 뭔가 장난을 쳤다는 표현을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었고 주요지는 "내가 형아 귀를 잡아당겨서서 형아가 긁었어"라는 것이었다. 상처를 보자마자 처음 든 마음은 속상하다. 그리고 형아가 그렇다고 하니 그 형이 좀 얄밉다. 그리고 다시 진짜 이 말이 맞는 말인지 의심이 됐다. 그리고 진짜라면 왠지 그 형도 걱정이 됐다. 슬찬이가 그냥 당했을리 없고 분명 뭔가 시작을 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꿈꾸는반(종일반)선생님께 상황에 대해 여쭤보니 전혀 모르시는 이야기고 버스 타기 전까지 괜찮았다고 한다. 상황을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셔서 기다리니 30분쯤 뒤에 전화가 왔다. "슬찬이가 먼저 긁었다는 이야기는 안 하던가요."라며 해주시는 말씀은 슬찬이가 그 형을 계속 건드렸는데 슬찬이가 먼저 할켜서 그 형이 참다참다 할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그림이 그려진다. 슬찬이는 좋아서 장난을 쳤을 뿐이고 그 형은 귀찮았을 것이고 이렇게 슬찬이가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 형하고 전화통화까지 하시고 연락을 주신 사항이라 그 형은 7살인 자기가 참았어야 했는데라며 울먹였다고 한다. 그리고 10분쯤 뒤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전화가 와서 다시 걸어보니 그 형의 엄마다. 너무 미안하다고 전화가 왔다. 아니라고 분명 우리 슬찬이가 먼저 했고 슬찬이가 말하는 투를 보아 자기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다고 주용이도 속상할테니 슬찬이가 미안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말하며 끊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주용이형아가 그랬구나. 근데 슬찬이가 먼저 긁었다며 그래도 형아가 미안하대"라고 말하니 활짝 웃으며 형이 "미안하대"란다. 그래서 슬찬이도 형한테 미안하다고 하라고 했다. 슬찬이에게는 이 모든 상황들이 그냥 장난이다. 그게 느껴진다.

슬찬이 아빠와 할머니께서 슬찬이 상처에 대해서 너무 예민해서 슬찬이가 다치거나 아플때 말을 잘 안 한다. 그리고 약을 바르려고 하면 안 아프다고 하거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기 입장에서는 혼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슬찬이가 다치는 것에 대해서는 덜 예민하게 굴려고 노력한다. 대신 한번씩 말한다. 조심해야 한다고. 슬찬이 몸은 슬찬이가 잘 챙겨야 하는거라고. 슬찬이가 다치면 엄마 아빠가 속상하다고. 오늘도 처음에 집까지 오는 길에 이야기를 하더니 집에 와서 약 바르려고 하고 심각한 듯 느껴지니 그 다음부턴 "아프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설거지 하는 사이 슬찬이는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오늘의 일과를 적을 수 있다. 오늘 느낀 건. 첫번째는 슬찬이가 말하면 그대로 슬찬이말을 믿을 것!! 그리고 슬찬이에게 공감해주었더니 슬찬이가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 자체가 너무 기뻤다. 자기에게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슬찬이가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 같아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슬찬아 사랑해 하니 슬찬이가 사랑해하고는 "행복하지?"하고 물었는데 깜짝 놀랐다. 보통 자기 전에 슬찬아 사랑해 슬찬이가 있어 너무 좋아 이런 표현을 많이 해주는데 그리고 한번씩 사랑해라고 말해달라고 강요하는데 그렇게 억지로 듣고는 "슬찬이가 그렇게 말해줘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더니 그 말을 기억하고 묻는 말이었다. 슬찬이와 이렇게 말이 통하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