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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책]박웅현의 '여덟단어' 4강 견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의 대부분의 행동은 시청을 하는 거죠.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결국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의 경쟁력이 되어준 단어는 '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살펴봅시다. 내 눈앞의 것, 내 행동만 잘 본닫고 해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창의력이 솟아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주변의 모든 것들, 예를 들어 회의실에서 하는 한마디, 친구들과의 대화,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의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야 하죠. 이게 뭐가 어려운 일이냐 싶겠지만,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 말들이 대단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일상의 언어들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걸 견문해서 그 안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해내야 해요.

시를 쓰든 말든, 광고를 하든 말든, 창의적이 되든 말든 다 떠나서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곧 풍요니까요. 그래서 인문이라는 단어는 법학, 의학, 과학, 물리학에 다 필요한 거예요. 이런 게 있어야 행복한 상태로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배롭게 봐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는 힘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삶은 의미 있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고, 내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에요.

견,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천천히 낯설게 봐야 진짜 볼 수 있는 겁니다.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더 그 현상을 뇌리에 박으면서 경험하는 거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입니다.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 욕심을 부려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미친 개한테 쫓기듯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도망가느라, 뛰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쫓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삶, 나의 삶을 살면 되니까요.

호학심사,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입니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피천득 선생이 딸에게 이른 말처럼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어느 책에서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제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기의 느낀점>

[책은도끼다]에서 읽었던 내용이 중복되다보니 그냥 흘려 읽다 마지막 부분에 딸의 반응을 읽으며 웃었다. 좋은말도 계속 들으면 듣기 싫을테지만 박웅현의 입장에서 너무나 좋은 것이다보니 딸도 똑같이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어제 지하철 환승을 하는길에 인문학강의 광고 중 박웅현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쯤 가서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박웅현도 이세상이 너무 정신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고 살아가려는 노력이 엿보여서 박웅현이 참 좋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하는 것처럼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나는 박웅현이 더욱 궁금하다. 한가지 직업으로 24년을 살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자신이 지키고 싶은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