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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남편은 덤

요즘 드는 생각 중 하나가 가사 분담은 있어도 육아분담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약 한달전부터 그렇게 마음을 먹고 슬찬이를 대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독립적이고 타인에게 의지해본 적 없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너무 심하게 무너져 남편에게 의지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결혼전의 독립적인 내 모습을 좋아했기에 자신에게 의존하는 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해결하고 나자 모든 게 다시 정상화되고 있다.
경제적 고민부터 슬찬이를 맡길 보육기관을 선택하고 주말에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남편을 놓아줬다. 결혼하고 3년간 '가족은 이래야 해'라는 생각에 갇혀 다른가정과 비교하고 슬찬이에게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요구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생각이 다르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슬찬이를 사랑해주니 슬찬이가 아주 밝아졌다. 어제 미술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성격이 너무 달라졌는데요'라고 말씀을 하셨을때 ymca에서 종일반에 있으면서 '형누나들을 많이 봐서 그런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는데 기본적으로 집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 듯 하다.
초록색에 집착하던 것이 없어졌고 손이나 옷에 물감이 묻어도 예전처럼 무조건 닦아달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웃음이 넘친다. 억지로 웃는 웃음이 아니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한다. 슬찬이는 말이 엄청 느리다. 내가 고2때까지 말이 너무 느려 '고향이 충청도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이 많아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이를 대할때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 말고 어떤말을 할지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 기다려주다보면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아이도 개인의 인격체라는 점을 절대 잊지 않음 좋겠다.
지금 나는 육아에서 남편을 놓아주면서 시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그 덕에 직장생활도 불편하지 않게 하고 있다. 대신 일을 해도 돈은 못 모은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모든 걸 잘 하려한다. 그래서 조급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사는 법>
1. 등하원 관련하여 어머니와 직접 이야기 한다.
2. 슬찬이 저녁도 어머니께 부탁드렸다. 그 덕에 일찍 가는 날은 나도 잘 먹을 수 있다. 남편은 밖에서 먹고 오거나 집에서 먹더라도 알아서 챙겨먹게 한다.
3. 대신 어머니께 경제적으로 감사의 표시를 한다.  내 월급으론 슬찬이를 ymca에 보내는 비용을 포함한 생활비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쓴다.
4. 남편에게 1년에 1000만원정도씩 할당을 줘서 모으라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1억5천정도 모이면 초등학교가 가까운 곳으로 이사가야지 생각하고 있다.
5. 1년에 한번쯤 남편과 둘이서 해외여행을 가려한다. 것도 시어머니께 미리 말씀드렸고 쿨하게 그러라고 하셨다. 내 주변에 대부분이 현실을 생각하며 '지금은 안 돼'할 때 남편은 여행 같은 부분에서 뜻이 맞는 사람이다. 그리고 슬찬이가 아픈 것에 너무 예민한데 거슬리면 본인이 직접 병원을 데리고 가라고 했고 집안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도 거슬리면 본인이 직접 하라고 했다.

부부의 대부분의 문제가 본인이 거슬리는 것을 상대방이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비난한다. 본인이 거슬리는 것은 본인이 해결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때는 부탁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정리를 했더니 사는게 편해졌다. 이렇게 했을때 따라와주는 남편을 선택한 것이 내 능력이다. 그 속에 내가 포기한 것이 경제적의존이다. 우리 모두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욕심 때문이다. 두손에 떡을 가지고 하나더 가지려 입으로 쥐려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