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가 흘리듯 '연민이 느껴질텐데...' 라고 말한 이후 연민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했었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이 단어가 많이 보였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밤은 책이다] 에서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동진을 참 좋아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다보니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내적으로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듯 이동진 또한 아주 편안해보이지만 내적 고민이 엄청났던 사람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 글귀만 보고도 느낄 수 있었다. 이동진은 사인을 부탁받을 때 '꿈보다 연민'이라는 글귀를 써준다고 한다. 내가 요즘 느끼는 가장 고귀한 가치도 연민이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자기애와 자기연민이다.
둘다 어찌보면 일반적으로는 조금 부정적으로 내비치는 단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자기'에게 너무 집중한 이 두 단어는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정신병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내가 우울증이라고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평생을 이 우울감을 조금은 가지고 살 것이다.)에서 블로그와 성당에 나가는 일이 나에게 힘이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자신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다. 그러고나니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많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그게 내가 가진 불안의 표출방법이었고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재미있지만 때때로 공허했던 이유는 내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상처받기를 싫어서 관계를 최소화했던게 원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연민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다른 사람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는 우선 '불쌍히' 여기는 게 싫었다. 누군가가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싫고 내가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싫었다. 그냥 알아서들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며 서로 걱정끼치지 않고 즐겁게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내가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그건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 타인을 생각하면서 자기 역할을 잘 하고 타인을 위해서 내가 잘 살아야 한다는 느낌을 슬찬이를 낳고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똑똑한 여자들에게 조금 모자란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봐라고 권하고 싶어진 이유였다. 이게 정말 삶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슬찬이를 통해서 내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내 세계관이 넓어지고 더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 이게 사랑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연민,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려면 나부터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자기애'와 '자기연민'이 중요한 것 같다.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 동정과 달리 책임이 따르지 않는 단어다. 그저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이 된다. 그것을 '연민'이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너무나 감정적이어서 눈물도 많이 나지만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며 삶을 의연히 살아가는 것이 요즘 내 삶의 목표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살다보니 요즘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잠을 너무 잘 자고 먹는 음식이 모두 맛있고 어깨가 아프고 책이 잘 읽히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 모두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었다. 그저 이 세상에 던져졌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모두 자신의 몫임을 알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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