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왜 그렇게 조숙한 척 진지한 척 심각하게 살았을까이다. 그래서 나처럼 생각많고 너무 심각한 어린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 조금더 가벼우면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텐데...
내가 채식주의자를 보고 너무 우울했다가 내가 좋아하는 2명의 동료와 이틀간 점심을 먹고 어제 저녁에 남편과 외식을 하며 기분이 풀렸다. 이 3명이 내 기준에선 참 닮았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좋고 싫고가 분명한 편이라 싫은게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나의 경우 호불호가 분명한데 싫은걸 그대로 표현해본 적이 별로 없다보니 나 스스로 늘 괜찮다고 했지만 스스로 괜찮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3명이 참 부럽고 좋았다. 저들처럼 편하게 살고 싶었다. 내눈에는 편해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는 내가 편해보였던 것 같다.
내가 상담을 했을 때 맨 마지막 쯤 상담사가 나에게 '사는게 만만하냐?'라고 말했을때 단한번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당황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볼때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상담을 시작할때 심리적성 검사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결과를 보고 상담사가 참 의아했었다. 나는 사회성이 '0'이고 영적인 믿음도 '0'였다. 온전히 혼자 존재하는 사람인 것이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사람의 경우 염세적이고 부정적인데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나의 삶은 스무살때부터 시작이었다. 그전까지는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가능성들에 대해 생각만 했다. 그러다보니 경험도 없고 추억도 많지 않다.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나의 친구들이 있어 정말 고맙고 다행이다.
내가 대학을 가서 과외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던 시기부터 진짜 내 삶은 시작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한편씩은 영화를 보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사먹었지만 그때까지도 즐거웠지 행복하진 않았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것은 여행을 다니면서부터였다. 약간은 고생스러운 즉흥적인 국내여행을 다니며 사람들 사는 것을 보고 자연을 느낄 때 나는 행복했다.
나는 선택이 빠르다. 이 말은 곧 포기가 빠르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면에서 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에 뛰어난 편이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생계는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릴때부터 알았다. 그래서 일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외 내 판단의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을 했었다. 나는 행복하고 싶었다. 6학년때 티비에서 우연히 '귀여운 여인' 본 후 10번도 더 봤을거다. 시궁창 같은 삶 속에서도 밝고 즐거운 여주인공을 너무나 사랑했다. 오페라를 보며 오줌쌀 뻔했다는 감상평을 보며 나도 그러고 싶었다.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저 신데렐라를 꿈꾼다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의 돈보다 그 여주인공의 가치를 알아본 그 남자의 안목을 좋아한 것 같다. 이렇듯 나는 내가 감동하려고 산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특출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참 열심히도 생각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예술작품을 볼때 희열을 느끼고 자연의 웅장함에 감동하는 것을 즐긴다. 그럴때 같이 느끼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신선놀음이나 하고 산다고들 많이 생각한다. 무언가 추상적이고 일상적이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일상이 소중하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일은 새벽5시쯤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퇴근하면 슬찬이와 빈둥대다 밤10시쯤 잠을 잔다. 1~2월 꾸준히 다니려던 SNPE 운동은 슬찬이가 YMCA 입단하면서 3월은 한번도 가지 못했다. 그랬더니 바로 다시 어깨가 아팠다. 내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거나 아프다고 인상쓰며 있긴 싫다.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남편에게 하루의 휴식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우연히 본 뮤지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예매했다. 이 날을 생각하며 평소의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 내가 사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꼭 스위스를 갈거라고 믿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하다.
주변에 우울해하거나 삶이 힘든 사람들을 보면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나 또한 그랬다. 끝이 나질 않을 것 같았다. 출구 없는 터널에 갇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 무조건 쉬어야 한다. 충분한 휴식 후에 조금씩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해야한다. 책은 도끼다를 다 읽고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이 '나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였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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