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당을 갔다가 또 엄청 울었다. 성당에 가서 잡생각이 나지 않으면 눈물이 난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성경구절이 잘 보이고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신부님께서는 성찰이라고 말씀하신다. 나와 하느님의 관계이기에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본인만이 아는 거라고 그래서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이 오늘의 주요지였다.
오늘은 주보를 받자마자 아무생각 없이 보는데 제1독서의 화답송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시편 95, 1-2)' 이 글귀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가 스무살때부터 서른살때까지 정말 잘 살고 있다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사람에 의해 상처받은 내 마음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서 그토록 애썼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상처받지 않을 관계만을 만들며 괜찮은 직장, 한번씩 여행을 가는 여유, 좋은 친구들...아쉬울 것이 없는데 한번씩 공허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울에 오고 나름 즐겁게 잘 살고 있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3년간의 힘듦을 견디고 돌아본 지금 내가 얼마나 오만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누구도 믿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못 믿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나자신을 보호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써버렸다. 그나마 여행을 많이 다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두려고 노력한 덕분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힌 것이 참 다행이다. 남편의 친구가 올해 사제서품을 받았다. 따라갔다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났다. 도대체 인생을 바칠만큼 강렬한 믿음이 어떻게 생길수 있는지 의문하는 동시에 눈물이 났다. 누구도 믿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에 그 괴리감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내가 성당을 가고 신부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맹목적인 믿음이 너무나 궁금했다. 어떻게 저렇게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믿을 수 있을까 나로서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늘 부러웠다. 성당에 가고 요즘 슬찬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하며 깨달은 건 내가 내 생각의 틀에 갇혀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내가 사람들에게 누누히 하는 말 '해보면 되지 안 해보고 무조건 안 하면서 투덜거린다' 이말이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한계를 내가 먼저 정해버렸다. 내 한계는 내가 알 수가 없다. 한계에 다가가려는 노력만이 내 한계 근처에라도 가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내가 나를 믿지 않고 속단하여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면서 마음을 무디게 만들려고 노력한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가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후 3개월동안 글을 쓰며 깨달은 나다.
슬찬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요즘 이제 정말 사는 것 같다. 내가 자연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에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슬찬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 너무너무 신기하다. 하루가 다르게 크고 달라지는 것이 정말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슬찬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려하고 슬찬이가 볼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참 좋다. 그리고 슬찬이가 어떻게 커갈지 너무나 궁금하다. 내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혼자 자라왔다고 느끼듯 슬찬이도 자기가 잘나서 혼자 잘 자랐다고 생각하는 아이로 크진 않음 좋겠다. 세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른 아이로 자라주길 바란다. 슬찬이가 원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고 무엇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살아야하는구나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우리 도련님께서 슬찬이가 태어났을 때 나에게 책을 한 권 주셨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그때는 읽을 여유가 없어 안 봤다. 아직도 안 보고 있다. 그저 책상옆에 두고 하루에 하나라고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 오늘 문득 '내이름의 김삼순'의 '김삼순'이 떠올랐다. 내가 참 재밌게 봤던 드라마였고 그때 이 구절이 나와서 이 시집이 떴을거다. 별로 관심 없었는데 아마도 김삼순의 모습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찌질하고 늘 상처받고 울고 웃으며 사람들하고 어울려 지내는 김삼순처럼 우리 모두 꿋꿋하게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 나는 이제서야 믿는다는게 사랑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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