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로 들을 때는 김어준의 목소리가 주이고 게스트들은 그냥 배경이다보니 안희정에 대해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알고자 한 적은 없다. 최근 대연정, 선의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진 나에게는 호감인 인물이다. 화면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잘 생겼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을 전공했고 꽤 괜찮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안희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버스킹>
원래 충남 엑소라고 불렸는데 엊그제부터 '안깨비'라고 해요. 저희 스태프들이 요즘 도깨비가 뜬다면서 제 아내한테 빨간 마후라를 뒤집어씌우더니 제가 또 요즘 많이 뻔뻔해졌어요.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은 행복했다. 비로 올게...첫눈으로 올게....!" 안깨비 안희정입니다.
여러분들이랑 어떤 이야기를 오늘 나눌까 하다가...지지난 해 여러분 메르스 때문에 많이 공포스러웠죠? 메르스로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는 반경 500미터에 사람이 안 다녔습니다. 정말 우리 모두에게 공포였습니다.
당시 고열 환자가 되고, 기침이 나오고 하면
1. 의심 환자의 객담(가래) 재취 2. 객담을 서울 중앙질병본부로 보냄 3. 서울에서 바이러스 검사 4. 메르스 양성 여부 판정
2, 3일 걸리죠. 그렇게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얼른 그 환자를 격리 수용해야 되고 그 사이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뒤져서 격리해야 하죠.
"근데 이걸 왜 서울까지 올려서 2, 3일 기다려야 하죠?"하고 물었더니 "중앙질병본부에 올려서 최종 지침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답하더군요. "그사이 환자들은 돌아다니고, 격리해야 할 사람이 늘어나는데...우리가 양성, 음성 확진할 능력이 안 됩니까?"하고 물었더니 "우리 기계로도 됩니다."라고 하더군요.
우리 기계로 되면 여기서 양성, 음성 확진해서 여기서 격리를 할 건지 말 건지 결정하면 되지 왜 그걸 서울에 가서 중앙부처의 지침을 받아가지고 지침 내려올 때까지 기다립니까? 그래서 제 책임하에 충남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 판정을 하도록 조치했어요. 그러니까 훨씬 더 초반에 대응 할 수 있었고 격리환자, 주변의 접촉자들을 가리는 데 훨씬 일손이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 많이 하지 않습니까? "인 서울" "인 서울이 아니면 루저다" 이런 말을 우연히 SNS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말이 얼마나 오래된 말일까요? 20년, 50년, 600년 된 이야기입니다. 18년간 유배 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 그런게 있습니다. "절대 한양 사대문 안을 떠나지 마라" 1392년 조선 건국 후 한양에 도읍지를 정한 아래로 '사람은 한양으로 말은 제주로' 옛날부터 흔히 들어왔던 말이죠. 삶에 유리한 조건을 얻는다 믿어왔고 그것은 또한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중앙 집중화된 이 국가 체제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환자가 침상 위에 드러누워 있어도 중앙 정부의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모두가 앉아서 기다리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 서울'과 중앙 집권화 된 국가 체계가 가지는 결정적인 문제인 겁니다. 효율적인 국가의 작동에 문제점을 야기하고 많은 사람을 비주류로 만들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는 인구의 50%가 모여 삽니다. 국토의 10% 땅에 50%의 사람이 거주하죠. 과도한 수도권 인구로 인한 도시 문제들도 생기고 있죠. 조물주 위에....건물주! 높은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 속에서 우리는 죽어라고 알바를 하더라도 죽어라고 열심히 소상공업을 하더라도 소득의 대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해요. 대부분의 대한민국 법인과 대기업의 본사가 다 서울에 있습니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대기업, 하청 기업의 임금 격차도 문제죠. 자동차 산업의 경우 대기업 본사가 100만원 받을 때 1차 중소기업이 50만원 재하청 중소기업은 30~35만원 기업 생태계 내의 불공정한 임금 구조가 '쓸 만한 일자리는 서울밖에는 없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건 아닐까요? 마치 운동장을 넓게 쓰지 못하는 축구팀과 같은 대한민국이죠. 국토의 10%의 수도권, 그 좁은 문을 향해, 우리 모두가 스펙을 쌓기 위해 등허리가 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천정부지인 '인 서울'의 임대료, 그 아파트의 성냥갑 속에서 "치열한 스펙 경쟁에 우리 인생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헬조선이지요. 20세기까지 중앙 집중화된 그 국가 권력을 모아서 그 권력을 향해 모든 사람이 충성하라고 했고 모든 개성을 잠재우라고 얘기했습니다. "닥치고 따라와" 그러나 21세기 우리의 행복은 "중앙 집권화 된 체제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답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Q. 요즘 학생분들이나 직장인들이나 가족이랑 밥 한 끼 하지 못하는 '저녁이 없는 삶'을 살잖아요. 그런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당히 슬프죠...굉장히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는 50년 전의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이 불행해져버렸습니다. 밥 세 끼의 공포로부터는 면해져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생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 높은 청소년 자살률, 이런 나라 만들려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니잖아요.
우리는 먹어야 삽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신이 있어야 삽니다. 지금 현실은 '정신'과 '물질'이 불균형한 결과 반드시 정치인이 가진 가치와 철학을 보고 뽑아주시길 바랍니다. 구체적인 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공약은 사실 속이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그걸 묻지 않으면 우리는 매번 선거 때마다 이 사람이 이거 해준다고 해서 뽑아봤는데 아니고 반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수기의 느낀점>
스튜디오에서 손병호 게임을 하다가 안희정지사가 졌다. 현장에서 노래를 한 곡 부르는게 벌칙이었다. 노래까지 잘하면 솔직히 나는 매력을 못 느꼈을 것 같다. 너무나 투박하게 못 부르지만 정성을 다해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나는 안희정지사가 최근에 한 '선의'라는 표현에 어느정도 공감한다. 결과가 잘못 되었고 그 과정 또한 잘못된 점이 너무나 많았지만 처음부터 이럴 의도로 나라를 망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선의와는 별개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요즘 '가치관, 태도에 있어서 옳고 그르다'는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와 맞는가, 다른가일 뿐 아닌가...요런식으로 나의 아집을 정당화하고자 말이다. 내 입장에선 관계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으로든 나도 이만큼 손해볼테니 너도 너무 니 욕심만 챙기지는 마라'가 내 기본 태도이다 보니 너무 많은 욕심이 보이고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을 보다보면 답답하다. 그래서 서장훈을 싫어했고 그 오랜시간 버틴 결과 이룬 성과를 보고는 존경하게 되었지만 현실 속 내 옆에서 그렇게 독한 사람을 보다보면 보는 내가 더 힘들어서 나는 슬그머니 피한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이 외로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든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다 보니 힘든 것이 싫다. 내가 남에게 피해주기 싫은것은 그만큼 나도 피해보기 싫다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슬찬이를 위해서 이 성격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싫은건 계속 싫고 참 안 바뀐다.
안희정지사의 버스킹을 들으며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생각을 말해줘서 좀더 좋아졌다. 그 중 가장 공감되는 말은 '구체적인 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공약은 사실 속이기 쉽습니다.'였다. 어느 카드 광고에서 '부자되세요'라는 카피를 보면서 나는 참 불편했었다. 20살이 넘어 세상을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 너무나도 열심히 발버둥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제 경제적 부자가 아닌 마음이 풍요롭고 정신적인 부자로 거듭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나 또한 지금까지는 너무나 눈에 띄는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다.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라기보다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읽었다. 그러다 내 가치관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참 기쁘고 이제 정말 책읽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나의 정신도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자연스레 드러나는 삶을 살고 싶다. 안희정지사가 앞으로도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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