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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말하는대로]지.대.넓.얕 채사장

나는 항상 한템포 늦다. 너무 유명해서 읽기 싫었다고 할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책이나 편식하지 지금 인기 있는 책들이 왜 인기 있는가에 대해서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요즘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해도 좋을텐데 늘 한템포 늦게 반응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을 나는 오해했다. 주를 "지식"으로 봤기 때문에 이 책을 안 읽은 이유도 많다. 나는 지금도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은데 더이상 머리속에 지식을 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버스킹을 보면서 알았다. 이 책의 존재 이유는 "대화"라는 것을....내가 원하는 삶이다. "지적 대화"....이모티콘으로 그때그때의 감정만 표현하는 카톡 대화가 아닌 얼굴을 대면하고 진지하게 삶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 갈망 때문에 늘 외로웠고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을 쓰고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겐 참 즐거웠다.

요즘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내가 왜 책을 읽는가였다. 예전에 언젠가도 적었지만 내가 책을 좋아해서 읽는게 아니었다. 그냥 잘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늘 해온 것이다. 시간이 빌때 멍하니 있는 것이 불안하고 싫어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책을 그냥 읽었었는데 블로그를 읽고 내가 책 읽는걸 꽤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사람들의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그 작가의 삶을 조금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참 좋았다. 영화나 티비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고 한 템포 쉬고 음미하고 이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 정말 독서가 내 취미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는 찰나였다.

오늘 버스킹을 보고 이제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어볼 마음을 먹었다. 그만큼 이 버스킹이 나에겐 또 하나의 울림으로 왔다.

<채사장의 버스킹>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하는 질문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에요.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말하기가 애매하죠. "조용필부터 들으세요" 음악, 영화의 경우 개인의 주관적인 선택에 의해 이뤄지는 거죠.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책 선택에는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두가지 유형이 있더라구요. 첫번째는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에요. 두번째는 낯설어서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잘 아는 것을 계속 반복해서 찾아가는 사람을 "우물을 파는 영혼"라고 하고 반대로 내가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찾아 헤매는 사람을 "여행하는 영혼"이라고 하죠.

우물을 파는 영혼은 우선 한권의 책을 선택해요. 이 책 속에는 A라는 지식이 들어있습니다. 그게 마음에 들어요. 그러면 A를 세계관으로 삼아요. 그리고 두번째 책은 어떤 책을 선택하냐면 A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였으니까 이걸 좀더 강화하고 심화시켜주는 책을 갖게 됩니다. 같은 세계관의 A', A''에 관한 책을 선택하는거죠. 점점 지식이 깊어져요. 지식이 깊은 심연으로 나아가게 돼요. 그래서 '우물 파는 영혼'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여행하는 영혼은 A라는 지식이 마음에 들었으면 그 다음에는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 A라는 세계관을 뒤흔드는 책을 선택해요.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찾아가는 사람이죠. 'Not A'에 대한 책을 찾아가는 겁니다. A와 전혀 다른 B, C에 대한 책을 선택하는거죠. 이 사람의 지식은 점점 넓어집니다. 지식의 대지를 걸어가는 사람이 되는 거죠. 용기도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기존의 있는 걸 깨부숴야 하니까....이 사람이 바로 '여행하는 영혼'이죠.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 중 하나의 영혼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데 다른 영혼은 좀 억압 받는게 있어요. 다시 말해 '우물 파는 영혼'은 즉 전문적지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환영받습니다. 반면 '여행하는 영혼'은 환영받지 못하죠. 사회와 국가가 우리에게 뭘 요구하냐면 "전문가가 되어라"고 하죠. "하나를 파고 들어" 그리고 우리도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그래야 하죠? 우리는 왜 우물파는 영혼이 돼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바로 자본주의 때문이죠. 자본주의의 노동 방식이 '우물파는 영혼이 돼라'를 강요해요. 자본주의는 산업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체제죠. 산업화의 특징 중 우리가 집중하려 하는 것은 "분업"이죠. 분업이란 일을 나눠서 하는 것이에요. 이게 문제예요. '그게 왜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을 나눠서 하면 이점이 뭐죠? 효율성 생산성이 향상돼죠. '분업'이 인간의 노동방식을 크게 바꿔요.

중세시대와 그 이후 근대 사회를 비교해봅시다. 중세시대에 살던 한 사람 'X씨'가 있어요. 'X씨'는 중세 사회의 구두를 만드는 장인이었어요. 중세사회 X씨는 어떻게 구두를 만들까요? 소부터 잡아야 해요. 구두만들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업하죠. 그리고 두가지를 얻어요. 첫째는 이익이죠. 둘째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이 구두 누가 만들었어?"할 때 "내가 만들었어"라고 할 수 있죠. 장인과 그가 만든 제품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노동자에게 보람을 주는 노동방식이에요. 그런데 근대사회가 됐습니다. 그리고 분업이 생겼죠. X씨는 죽었다가 환생했어요. 근대사회의 운동화를 만드는 사람이 됐습니다. 아주큰 나이스 공장에 취업했어요. X씨는 컨베이어벨트위 열 여섯번째 자리에 앉았습니다. 15번 기계가 깔창을 붙여서 주면 X씨는 손으로 눌러 17번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17번 기계가 그 운동화를 운반하죠.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노동방식이죠. X씨는 휴가기간이 되어서 백화점에 갑니다. "이 운동화 내가 만들었어."할 수 있을까요? 이 노동을 통해 X씨가 얻는 것은 임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보람도 받을 수 있나요? 운동화가 X씨를 밀어냅니다. '난 네가 만든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소외'죠. 노동자가 만든 것이 노동자의 것이 아니죠. X씨에게 보람은 없습니다. 월급을 위해서 살아가게 되는 거죠. 우리도 동일하지 않습니까? '나는 회계팀에서 일하고 싶었어! 그래서 '스펙'을 쌓아서 회계팀에 가서 앉으면 보람이 느껴지나요?' 분업 때문에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요. 나는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 되는 겁니다. 회사 전체에 대한 전망을 가질 필요는 없는 거예요.

국가와 사회가 '전문가가 되어라'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입니다. 국가와 사회는 여러분의 영혼의 상태, 마음 상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관심 있는 건 오직 노동력입니다. 최고조로 분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작은 나사'로서의 당신을 평가하는거죠.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뭘까요?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 왔습니까? 이 신비한 세계를 여행하고, 놀라워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반론이 있죠! 이 얘길 듣는 순간부터 반론이 생각 나죠. "누구는 여행하는 영혼이 안 되고 싶어? 그런데 현실이 그럴 수 없어!" 맞아요. 먹고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있겠습니까. 다리를 자르고 날개를 꺾고 우물가로 돌아가야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내가 보살피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위해 다시 우물가로 돌아가야 됩니다.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됩니다. 우물가에서 희생하고 있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그 자녀들은 그 모습을 가슴 깊이 잔상으로 남겨요. 그 잔상은 의무와 당위로 다가 옵니다. '아, 나도 저래야 하는 거구나.'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날개와 다리를 꺾고 우물 파는 영혼이 되어야 하는구나' 누군가에겐 사치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죠. 가족이라는 내 눈앞의 사람들을 떨쳐내고 혼자 도망치는 것이 이기적으로 보이고 그렇기에 쉽지 않은 '여행'이죠. 그런데 차이가 있는거 같아요. 힘든 일상 가운데에서도 '이것은 내가 거쳐가는 잠깐의 여행지이구나'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환경에 함몰될 수도 있을 거에요. 여러분이 여행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무거운 중력을 박차 올라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이가 되었으면...그것이 도움이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희생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여행을 시작할 용기가 당신의 주변에 퍼져 갈 거에요. 그러면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이 순간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인생의 여정중 어느 순간에 다시 만나게 되면 당신만의 여행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여행을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 책 추천

책 추천 대신 청년들에게 꼭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이거 끝나고 뭐 하십니까? 집에 가야죠. 그렇죠? 춥고 늦은 밤이지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맑은 눈을 보면서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돌아와서 정말 열심히 일하세요. 그래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게끔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헤어지겠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그러다가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해지면 청년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씀하세요. '이거 끝나고 뭐할 거예요? 보고 싶은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요.' 여러분이 이 말을 마지막에 했으면 좋겠어요. '인생 살만하더라. 아름답더라'

<수기의 느낀점>

이 사람 무지 말 잘 한다. 버스킹 전에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한라산을 갔다가 차가 구르면서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 죽음이다. 역시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런데 죽을때 '인생 살만하더라. 아름답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여전히 고민이 많다.

마음속의 평온을 찾았다가 폭풍우를 만났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슬찬이가 없었다면 일어나질 않았을 일이다. 슬찬이는 지금 YMCA 적응중이다. 나는 YMCA를 믿고 있고 일주일동안 담임선생님과 2번의 통화, 종일반선생님과 1번의 통화를 통해 슬찬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제재가 없던 삶에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슬찬이에게는 스트레스인가 보다. 그래서 바지에 오줌을 싼다던가 아침에 일어나 울고 안 가겠다고 한다. 그 모든걸 내가 지켜봤다면 나 또한 난감하고 고민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남편이 겪고 나에게 전한 이야기만 듣고 어제는 하루종일 슬찬이가 잘 지냈는지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저녁에 만나서 '오늘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슬찬이랑 보내는 저녁시간이 참 평화롭고 좋았다. 그리고 이 방송을 오늘 새벽에 보면서 나의 어젯밤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이 답이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고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오늘 버스킹을 듣고 나는 역시 알았다. 처음엔 여행하는 영혼이고 싶은, 우물을 파는 영혼이라는 생각을 했다가 나는 그동안 지식을 위한 책은 읽은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지식을 위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만큼 나는 우물을 파는 영혼도, 여행하는 영혼도 아닌 듯 하다. 나를 위해서 한발짝 더깊이 더넓게 알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 그냥 지금 아는만큼만으로 충분해하며 익숙한 것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책읽는 재미를 알게된 이제 나의 독서는 시작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