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아이랑 남편과 함께 가족해외여행을 꼭 한번 가고 싶었다. 처음부터 편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힘들거지만 즐거운 일이 더 많을 거란 기대로 추진했다. 우리의 첫 가족여행은 완벽하게 실패다. 나는 슬찬이가 꽤 컸다고 생각했고 너무 준비가 부족했고 배려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실패로 '더이상은 여행을 안 가'보다는 다음번에는 조금더 준비를 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나의 이 태도에 대해서 남편은 굳이 왜 돈 쓰고 그런 불편을 감수하냐며 5년 뒤에나 생각해보라고 하고 슬찬이도 이제 집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 찡찡대고 있다. 이번 여행은 온전히 내 욕심 때문이었지만 내가 처음부터 계획한대로 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꼭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고 그 전에 우리 슬찬이의 체력을 키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출발은 밤비행기로 최소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
출발할때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2시간 전이었다. 제주항공쪽에 가보니 줄이 어머어마했고 세부는 기계로 할 수 있는 자동발권지역이 아니었다. 오전10시40분 출발이고 10시25분까지 탑승하라고 하는데 10시10분쯤 발권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출국심사에서도 아이가 있어서 옆문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제주항공 게이트가 제일 끝쪽이었고 슬찬이랑 같이 뛰어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10시25분이었고 제주항공이 지연되고 있어 도착후에나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이 밤비행기를 탈 생각이었고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슬찬이를 공항에서 놀린 후에 비행기에서는 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좀 일찍 출발하면 온전히 3일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오전비행기를 끊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이 너무 피곤한 일임을 감안하면 도착해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세부에서 출발할때가 새벽2시반 비행기였고 샌딩해주는 곳에서 11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게 했다. 발권을 끝내고 출국수속을 하는 곳으로 가보니 엄청 좁은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덥고 공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슬찬이가 너무 힘들어했고 결국 슬찬이와 나는 줄에서 벗어나서 옆쪽 의자에 앉아서 남편이 맨 앞으로 올때까지 기다렸다. 슬찬이가 물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액체류를 못 들고 들어오다보니 곤란했는데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물을 구할 곳 있을까요'했더니 자기가 가지고 있던 맑은샘물 새 병을 하나 주었다. 물을 몇 모금 먹고 나더니 슬찬이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면세구역에 들어간 시간이 1시 정도였고 1시간정도의 휴식 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2. 아이 비상약품 챙기기
출발전에 슬찬이가 중이염이 다 나았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을때 기본 감기약을 받았고 해열제만 따로 챙겼다. 의사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슬찬이같이 소화기가 약한 아이를 위해서는 좀더 준비가 필요했었는데 챙기지 못한 것이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늘 했던 말이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였기에 이번 여행도 방심했다.
첫날 석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배가 아프다해서 방으로 가니 바로 토해버렸다. 밤에 3번 정도 그렇게 토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둘쨋날 아침 슬찬이가 괜찮아보였다. 그래서 조식을 먹으러 가서 바나나와 밥을 조금 먹었는데 또 토했다. 남편은 자기가 가지고 온 성인용 소화제를 쪼개서 먹였고 남편이 가져왔던 유산균을 먹이고 하루를 보냈다.
3. 아이 컨디션 살피기
둘쨋날 상태가 좀 좋았을때 슬찬이가 물고기를 좋아하다보니 우리는 슬찬이에게 바닷가에 있는 물고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물에도 들어갔었다. 그리고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풀에도 들어갔었다. 슬찬이는 하루종일 끓인 물만 먹으며 잘 버텼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잠을 잤는데 새벽3시부터 깨서 또 토한다. 이날 오전에 피자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그것만 하고 오후에는 산책이나 하면서 좀 쉬었다면 슬찬이 컨디션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 도움구하기
셋쨋날 새벽에 슬찬이가 3번 연속 토했을 때 남편은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한국인스태프를 불러서 같이 병원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세부공항에서 내려서 리조트까지 가면서 든 생각이 '여기서는 못 살겠다'였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그것도 필린핀이라는 장소에서 아이가 아프니 순간 겁이 났다. 도움이 필요한데 믿지를 못하니 도움을 구할 생각을 못 했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샹그릴라였고 메인프론트 바로 아래층인 G(그랜드)층에 클리닉이 있었다. 둘쨋날 알고 슬찬이 열을 재러 한번 들렀었는데 38도가 넘었지만 슬찬이가 축 쳐져 있거나 힘들어보이지 않아 간호사가 우리가 가지고 온 해열제만 먹고 하루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시 오라고 해서 그냥 왔었다.
그런데 셋쨋날 새벽 토하면서 프론트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한국인 스태프는 9시에 출근을 한다. 간호사에게 구토약만 받아두고 슬찬이가 자서 그냥 기다렸다. 우리끼리만 병원을 가기에는 의사소통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9시까지 기다려서 한국인스태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에 같이 갈 수 있는가 물었더니 오늘은 한국인직원이 혼자뿐이라 불가능하단다. 우리끼리 가면 전화로 통역은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조트내에 클리닉에 오후4시부터 의사선생님이 나와 계시고 병원이랑 똑같이 처방도 해준다는 말을 했다. 슬찬이가 오후 4시까지 버틸 수 있는가가 문제였는데 그때는 좀 잠잠해진 시간이었고 40분동안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것보다는 오후4시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후에 의사선생님이 오셨을때 한국인직원이 와서 통역을 해주고 처방전을 받고 그 이후로 토하지는 않았다.
5. 일정은 단순하게
마지막날 호텔 체크아웃 후에 비행기탑승시간까지 12시간이 넘게 남는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이 하루 시티투어였다. 마지막날 슬찬이 상태가 괜찮았고 시티투어의 첫번째 장소인 아얄라몰에서 슬찬이는 장난감을 사고 엄청 좋아했었다. 그것까지만 하고 우리가 숙소를 잡고 쉬었다면 슬찬이가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이후 진행된 시티투어는 너무 덥거나 춥거나 했다. 슬찬이의 컨디션은 엉망이 되었고 저녁식사시간에 폭발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며 울어재꼈다. 그리고 남은 2시간 휴식을 위한 숙소로 갔을때부터 계속 뻗어잤다. 여행 내내 슬찬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거의 지쳐잤다고 봐야 한다.처음부터 이런 일정 없이 숙소에서만 3박을 하고 레이트체크아웃이나 그냥 1일 숙박비를 내고 하루 더 호텔에서 놀다 나오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티투어때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탑스힐에서>
투어진행하며 가이드가 '마지막날 투어를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해요'라고 한다. 슬찬이를 보고 리조트직원이나 가이드나 반응들이 '애들이 많이 이래요'였다. 여행을 오면 역시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는 것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기 욕심껏 애들을 고생시키며 데리고 다니게 되는 듯 하다. 나 또한 슬찬이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엄청 행복했을 거 같다.
여행을 떠나면서 내가 목표한 것이 책 2권 읽고 오는 것이었다. 나는 해변가에 앉아서 자다 책읽다를 반복하며 편하게 쉬고 슬찬이는 그 옆에서 모래놀이 하고 남편은 물놀이를 좋아하니 스노쿨링이나 수영을 하는 것이 내가 이번에 꿈꾼 여행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 엉망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슬찬이는 결국 설사를 시작했고 한국에 오자마자 병원으로 가서 수액을 맞았다. 아마도 가기 전에 노로바이러스에 걸렸을 가능성이 더 높단다. 그리고 아직까지 상태가 안 좋다. 그래서 슬찬이에게는 좀 미안하다.
그래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게 내가 정말 특별히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집안일을 너무 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찬이와 숙소에서 종이접기하고 놀고 슬찬이에게 티비 틀어주고 나 혼자 책읽고 하는 일은 집에서도 충분하다. 그런데 집에서는 왜 쉽지 않은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치우기 보다는 그냥 조금 미루고 하고 싶은 일부터 하면서 지내면 이제 집에서도 쉴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여행은 나의 한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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