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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블로그시작

[부부상담]수기, 다시 태어나다.

결혼이나 출산, 육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나는 즐겁게 잘 살고 싶었던 사람이고 나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대학생이 되면 연애는 당연히 하는 거라 생각해왔었는데 연애 한번 못해보고 대학을 졸업했다. 큰 불만은 없었지만....

심심풀이로 사주까페에 가면 늘 물었던 질문이 제가 연애를 하긴 할까요?!였던 걸로 봐서 나는 아마도 연애를 꿈꿨던 거 같다.

 

26살,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고 일을 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던 하루하루였다.

 

28살, 승진에서 밀린 뒤로 직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고 열심히 국내여행 다니며 즐겁게 살았다.

 

30살, 직장에서와 나, 집에서와 나, 친구들과 함께 할때의 내가 다 다른다는걸 느끼고 직장이나 집에서의 내 모습이 너무나 괴로워 스무살때 하지 못한 상경을 결심했다.

 

2010년 7월 서울에 올라온 후 아무도 없는 서울에서 혼자 있으면 외로울 거란 막연한 불안에 첫 연애를 했으나 이런게 연애라면 재미없다는 결론을 내고 혼자서 열심히 놀았다.

명동성당 예비자교리, 뮤지컬공연, 영화감독과 함께하는 시네마톡, 나꼼수콘서트 등등 끊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즐겼다.

 

그렇게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약간의 공허함이 찾아왔다. 32살 다시 연애를 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연애 상대를 찾았다. 설명절 연휴에 부산에서 티비를 보는데 요즘엔 소개팅어플이란게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래서 가입을 하고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돌이켜보면 그때 1년간이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간인거 같다. 참 즐거웠고 외롭지 않았었다.

 

그런데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없던 내가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혼 후 그동안 나와 함께 있으면 다른 친구가 필요없다고 말해왔던 남편은 술약속 건수를 찾아 떠나는 것 같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봐주실 시부모님이 계신 부천에 터전을 잡았던 나는 1년의 육아휴직기간동안 너무나 외로웠고 우울했다. 하루하루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언젠가는 헤어지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꿈꿨다.

 

34살 복직을 하고 잠시 괜찮은 듯 하였으나 승진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턴 승진에 대한 욕심으로 또 하루하루가 불만족스러웠다.

 

36살 7월 승진은 하였으나 가정에서의 삶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부부상담이었다. 부부상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편이 쉽게 용서되지 않았다. 다만 내 우울한 기분 때문에 제대로 아이 옆에 있어주진 못했단 사실을 깨닫고 너무나 미안했다.

부부상담 중 변한 것은 남편이었다. 그동안 시어머니께서 하시던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남편이 직접 하게 되었고 아이가 남편을 따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조금 느리고 더디던 아이가 조금씩 나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내 아이에 대한 내 책임감의 무게가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

 

마지막 상담을 갔던 날 매번 갈때마다였지만 또 울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깨달았던 것은 항상 모든 일에 대해 열심히 하는 것은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는 것과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상대방의 기분을 위해 평생을 알아서 기면서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그게 힘들어서 최소한의 인간관계만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불편하고 힘든것을 피하기만 하면서 살았던 것처럼 아이와 남편에게까지 똑같이 할일은 다하면서 깊은관계맺기는 피하고 있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딸리고 늘 무언가 잘못된 것만 같은 기분에 시달렸었다.

 

그리고 이제 상담이 끝이 났다. 상담이 끝나고 한달 가까이 된 이제야 나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늘 항상 열심히 하는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아마도 그냥 살아갔었다면 결혼이란걸 할 수 없었을 내가 상담을 하자고 했을때 같이 가준 남편을 선택해서 다행이며 조건없이 나를 믿고 따라주는 아이가 있어 살만하다.

 

그리고 내 꿈이 뭘까하고 다시 생각을 해보았더니 역시나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게 내 꿈이다. 그러기 위해 이제는 머리가 아닌 내마음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잘 살아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나처럼 불안해서 잘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덜트까페라고나 할까...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공간을 꿈꿔본다.

 

<상담비용>

우리가 할 때 초기상담비용이 6만원씩 12만원 들었다. 첫날 상담을 하고 나면 각종 검사지를 주신다. 이 검사지가 인당 32만원이다. 그리고 상담은 주1회씩 12회 진행되었고 1회비용이 15만원이다. 문제는 한번에 결제해야한다는 것!!! 총비용이 500 가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남편이나 나나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