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의 영화다. 그냥 배우들에 이끌려 봤는데 나름 재밌었다.
경유는 어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의 사람이다. 너무 착하다고 해야할까 세상물정 모른다고 해야할까...보는 내내 답답했다.
여자친구역으로 류현경이 나왔는데 반가웠다. 초반에만 나왔지만 류현경을 보자마자 좋은 영화 같다고 느꼈다. 여자친구 현지는 나빴다...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충분히 이해도 되었다. 서점에 근무하던 계약직직원 현지에겐 경유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기에 지지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대리운전기사로 살아가며 밤낮 바뀐 생활방식에 본인이 보는 모습은 늘 잠 자고 나태하고 나약해보이는 모습이었을테니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올라온다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인사를 드릴래 ?"하고 물었을때 거절한 사람도 경유 자신이었다는 점. 그것까지 물론 계산했을 것 같다만 현지 입장에선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느낄 것 같다. 그래서 미련없이 관계를 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만난 유정은...딱 예술가다. 행동에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에 노력은 해보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괴로움을 술로 푸는...유정은 예술가이지만 어쩜 모차르트 보다 살리에르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창작능력은 부족하지만 경유의 재능을 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본인을 잘 알기에 술 없이 살아간다는게 괴로운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영화 속에 다양한 대리손님들이 등장한다. 인간같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그 중 가장 싫은 사람은 기침하던 노인이었다. 대리비를 떼어먹는 모습...경유의 선의를 호구라고 생각하며 무시해버린...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을 것만 같은 모습이 정말 싫었다.
이 영화 속에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손님들.. 유정?? 어쩜 떠돌이 생활하는 경유 자신도 포함되는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에 진짜 호랑이가 있다고 느낀 순간 그 모습에 라이프오브파이가 떠올랐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다시 느껴진 듯 했다. 어쩌다보니 두 사람을 살리고 자신도 다시 진짜 자신으로 돌아와 글을 쓸 용기가 생긴 모습이라고나 할까...
경유가 꼭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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