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꿈은 '평범하게 오래 살기'다. 평범, 무난, 적당...이런 단어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 안다. 어릴때는 펑범을 넘어서 비상하고 싶었고 비상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20대때는 독특함을 꿈꿨던 것 같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가 "내꿈은 객사하는 거야."라고 했을때 나는 그 말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생각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가다 어느날 그냥 죽어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내 인생의 큰 틀은 평범하게 사는 것였던 듯 하다.
서른 정도가 되면 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결혼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내가 말하는 평범의 기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는 2명 정도 여력이 된다면 많이 있으면 좋겠다. 요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가치관이 정립된 18살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러니 당연히 평범의 기준도 바꼈다. 지금 나에게 있어 평범은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뭘 그리도 하려고 했다. 남들이 하는 것, 남들이 하지 않지만 나는 재밌어 보이는 것. 끊임없이 보고 느끼고 생각했고 실행했다. 그렇게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오늘이 어제와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다이나믹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심심해질 수도 있고 남들은 뭘하고 사나 기웃기웃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기에 맞춰 유연하게 평범하게 오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성당을 다니며 작년에 많이 생각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보고 가장 좋은 분은 성당에 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냥 의무로 와서 1시간의 미사를 대충 시간만 떼우다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나 어르신들 중에 몇명은 절실하게 신께 매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믿고 기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생각엔 아마도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어봤을 사람들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게 된 사람들,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와 탄식이 있는 사람들이 회개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기도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종교는 별로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나는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많다. 대신 노력에 따라 운이 따를 수 있다. 그 노력을 하게 만드는 힘이 나는 신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데미안에서처럼 자기 자신 안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다보면 결국 또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는 듯 하다.
<데미안 속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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