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글>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도 결국 부모의 선택이다. 세상에는 아이 키우기에 대한 가이드가 차고 넘친다. 듣고 읽으면 다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다 따라 할 수는 없다. 남들 하는 대로 한다고들 하는데 그 남들이 대체 누구인가. 내가 따라 하기로 선택한 남들일 뿐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듯이, 육아 또한 잠깐이면 지나간다. 그 잠깐을 걱정으로 채우지 말고 즐거움으로 채워 가면 나머지 인생도 그렇게 채워질 거라고 믿는다.
남들 눈에는 세속에 초연한 듯 보이겠지만 그들도 뜻 맞는 친구들이 필요하다. 주위에는 눈을 씻고 봐도 자신을 지지하는 엄마들은커녕 이해하려 드는 엄마들조차 찾기 힘들다. 엄마들 모임에서 그는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는 느낌에 늘 외롭다.
전문가들도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10년 후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 세 살짜리 아이를 보며 15년 후, 20년 후에 할지도 모를 후회를 미리 앞당겨 불안해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아이가 지금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할 거고 일주일 후에도 행복할 건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
쓰레기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평소 단단한 내공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자녀관과 교육관을 굳게 세우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나는 평소 '여자는 강하지만 엄마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여자들 하나하나는 정말 똑똑하지만 일단 엄마가 되면 순식간에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놀이터에 친구가 없다고 서둘러 학원 순례에 내보내는 대신 혼자 있을 때 어떻게 노는지 아무 간섭 없이 내버려 둬 보자. 처음엔 어쩔 줄 모르다가도 이내 노는 방법을 잘도 찾아내는 능력이 모든 아이들에겐 있다. 마냥 내버려 두면 때로는 심심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놀이를 만들어 낸다.
아이가 내 뜻대로 된다고 자랑 말고, 아이가 내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 말라. 반대로 아이가 내 뜻대로 된다면 걱정하고, 아이가 내 뜻대로 안되면 안심하라. 가장 걱정해야 할 문제는 아이에게 뜻이 없다는 거다.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내 인생관이 곧 내 자녀관이요, 내 교육관일 수밖에 없다. 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가는 참고사항일 뿐 그것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이런 엄마다.
1.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2. 아이를 끝까지 믿어 준다. 3.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4. 아이의 생각을 존중한다. 5. 아이를 자주 껴안아 준다. 6. 아이와 노는 것을 즐긴다. 7. 아이에게 공동체의 룰을 가르친다. 8. 아이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다. 9.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공부하라는.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가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의 의지와 욕구가 따로 있다고 믿지 않기에 자신의 의지와 욕구를 강요한다. 나의 배경이 나빴기 때문에,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 이루고 싶었는데 못 이룬 것들을 나의 분신이 대신 이뤄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현재의 내가 불만족스러울수록 아이에 대한 기대는 커져 간다. 기대가 무너지면 원망도 커진다.
내가 못했던 걸 아이가 대신 해 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내가 도전하는 쪽이 훨씬 의미가 있지 않을까.
부모의 초라한 노후를 그저 지켜봐야만 할 그 자식세대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자신한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자신에겐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없으니. 죄송스런 마음에 짓눌리다 보면 오히려 부모가 미워질지도 모른다. 차라리 자신에게 쏟아붓지 않았다면 죄책감이 훨씬 가벼워질 텐데 하고.
우리가 누군가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단지 성공했고 유명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품까지 포함해서 말한다. 아무리 출세하고 돈 잘 벌로 유명해도 인품이 개차반이라고 알려지면 누구도 훌륭하다고 하지 않는다. 또 아무리 인품이 좋아도 찌질하게 보이면 역시 훌륭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사람, 참 사람은 좋아"라는 말이 칭찬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가장 성공한 엄마는 아이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살든 아이와의 관계를 늘 따뜻하게 이어 가는 엄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다는 것은 바로 아이가 상냥하고, 인사성 바르고, 성실하고 정직하면서도 늘 당당하게 키우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당당하게 자란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위치에 있든 결코 스스로를 찌질하게 산다고 비하하지 않는다. 또 출세한 사람 앞에서 기죽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에 대해서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안다. 어렸을 때 당당한 아이는 엄마가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커서도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인품도 좋은 데다 당당하기까지 하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꼭 세상에 이름을 내고 돈을 많이 벌어야 훌륭하게 사는 건 아니잖는가.
아이도 결국 그렇게 떠나 버릴 사람이다. 아니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손님과의 관계는 떠나기 전이나 떠난 후에도 내가 어떤 주인노릇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손님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했다면 그는 내게 늘 고마워하고 떠난 후에도 날 잊지 않고 자주 찾아올 것이다. 일단 떠난 후에도 관계가 지속되느냐 마느냐는 내 쪽에서 억지로 부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혹시 예의상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 보고 싶어 찾아오는 것은 영 다른 차원이다.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손님에게 성의껏 대접하되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언젠가는 떠날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아이에 대한 생각이 확 달라진다. 내 맘보다 아이의 맘을 살피게 되고, 어떻게든 늘 잘해주고 싶고, 단점보다는 장점에 더 눈이 가며, 조그만 호의에도 고마워하게 된다.
끝까지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매달리지 마라. 손님처럼 항상 떠나보낼 준비를 하라.
노는 것도 마찬가지다. 암만 놀아도 부모가 아무 잔소리도 안 하면 노는 것도 시큰둥해진다. 자연히 새로운 재밌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리게 된다. 그러니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아이가 혼자 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내 아이가 나쁜 친구를 사귈까 봐 겁내지 마라.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은 어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나쁜 친구란 없다. 친구를 나쁘다고 욕하는 건 곧 내 아이가 나쁜 아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백세시대에 끝까지 행복하게 삶을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개개인에게 창의성이 더더욱 필요한 때다. 창의성이 있어야 일상도 창의적으로 설계해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창의성을 길러 주기 위해서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호기심을 엉뚱한 생각 말라며 묵살하지 말고 아이에게 시간의 족쇄를 채우지 말며 될 수 있는 한 아무 과제도 없이 그저 자유롭게 놀 시간을 허하는 일뿐이다.
착하게만 보이는 내 아이가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 아니 말보다도 부모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사람의 심리는 묘해서 굴종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점점 더 멸심하게 된다.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 싫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면 당장은 더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이 일게 마련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낌새가 보이면 '학생이 학교엔 가야지'라며 억지로 등을 밀지 말아야 한다. 꾀병을 부리는 것 같아도 믿어 주어야 한다. 그깟 학교 며칠 좀 빠지면 어떤가. 쉬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왜 학교 가기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내 아이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말아야 하지만 동시에 방관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학교폭력은 싸움이 아니다. 일방적인 괴롭힘이며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섣불리 나섰다가 내 아이가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적어도 교사나 신고기관에 알릴 수는 있잖은가.
난 어렸을 때 우리 집이 굉장히 부자인 줄 알았다. 부모님이 한번도 남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을뿐더러 우리처럼 행복한 가족은 서울에 없을 거라고 우리 형제를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날마다 접하는 자연 그리고 날마다 누리는 소소한 일상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워해야 할 것들이라고 느끼는 아이는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다. 자신을 무능력하고 미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믿는 아이는 어디서나 행복할 것이다.
세상이 불만스럽고 다른 사람이 부럽고 자신이 싫고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아이가 자기 몫까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아이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만을 먼저 배울 뿐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먼저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내어 최소 1만시간만 투자한다면 무슨 일을 못해 내랴. 새로운 도전과 투자 없이 그저 엄마 이전의 경력만 내세우면서 사회가 나를 쉽게 받아 주겠냐면서 미리 주저앉아 버리는 그런 바보짓은 그만두자.
아이를 억지로 키우려 하지 말자. 엄마가 크면 아이도 따라 큰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 안에서의 규칙들과 공동체의 룰에 대해서 엄격하게 교육하는 것은 아이의 기를 꺾는 짓이 아니다. 아이가 사회와 조화로운 관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이다. 이웃들이 눈살을 찌푸리도록 아이를 방임한 부모는 무책임한 부모이다. 꾸중하는 어르신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게 제대로 된 부모노릇이다.
육아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지켜봄과 동시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찬찬히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아울러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겨우 찾아낸,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그저 공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가면서 새록새록 느끼는 것 중의 두 가지는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그리고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모성은 남의 아이까지도 사랑할 줄 안다. 나아가 생명 있는 모든 것에까지 사랑의 영역을 넓혀 간다. 모성도 연습이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다. 적성에 맞으면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더 잘할 수 있지만 안 맞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기 십상이다.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은 생래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었다.
<어린이 행복선언>
1. 마음껏 신나게 놀고 나면 행복해요. 놀 곳과 시간을 주세요. 2. 포근하게 안아주면 행복해요. 많이많이 안아주세요. 3.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면 행복해요.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 주세요. 4.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해요. 좋은 먹을거리를 주세요. 5. 책을 읽어줄 때 행복해요.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세요. 6. 어른들이 기다려줄 때 행복해요. 잘 못하고 느려도 기다려주세요. 7. 제 말을 귀담아 줄 때 행복해요.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8. 제 힘으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해요. 저 혼자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9.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요. 모두 함께 행복하게 해 주세요. 10.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해요.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행복하게 해 주세요.
어떤 어린이집, 어떤 유치원, 어떤 초등학교를 보내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행복한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아이에게 자연과 친해지고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물론 부모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배운 것도 많고 일에 대한 열정도 큰 재원들이 아이들 때문에 몇 년째 일을 놓고 있는 걸 보면 미안하다. 혹시 본인들은 백세시대에 맞추어 나름대로 현명하고 치밀하게 인생계획서를 써 놓고 잠시 아이 키우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이 키우기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젊은 엄마들,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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