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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영화<라이프 오브 파이>

어제 슬찬이가 하원길에 잠이 들어 아침 7시에 깼다고 한다. 남편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오랜만에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틈틈히 듣던 김생민의 영수증을 듣다가 2018년 예산안을 짜놓고는  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기는 아깝고 예전부터 보려던 영화<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다.  영화를 재밌게 봤던 언니가 끝이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뭘까 뭘까를 계속 생각하며 보느라 솔직히 집중하진 못했다.
망망대해의 멋진 풍경들, 그 속에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별이 쏟아질 것 같은 고요한 밤의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온 우주 속에 혼자인 듯한 외로움...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혼자는 너무나 외로웠을 것 같다.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고 마지막에 구조된 후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간 리차드 파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던 파이의 모습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느 이야기가 진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파이가 소설가에게 묻는다. "어느게 더 마음에 드세요?" 이게 종교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한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파이는 어릴때부터 다양한 신을 믿었기에 혼자였어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내가 무신론자라고 했지만 신을 믿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재미를 우선으로 조금은 방탕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을거 같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을 사랑했고 신이 나에게 준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기에 내 삶을 바른 방향으로 살아온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산다면 내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낀다.
파이에게는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순간 가족에 대한 미안함, 맹수인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동행 혹은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내재되어 있던 본연의 자신을 인지할 수 있었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에 답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삶이 정답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경험이 될지 희망을 품고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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