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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공개수업을 보고

오후 4시라는 시간이 참 애매하다. 슬찬이는 갈때부터 엄청 졸려하더니 도착해서는 친구들이 보이니 반갑긴 한 듯하다. 그래도 정상컨디션도 아니고 엄마가 와서 더 아기같이 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영지수업과 체육수업으로 총 2시간 진행되는 내내 제대로 집중하는 시간은 동화 들을때 잠시인 듯 했다. 처음엔 내가 좀 멀찍이 떨어져 있었더니 바로 뒤에 아빠가 사진을 찍어주려고 앉아있었는데 손가락을 계속 입에 넣고 장난을 치다 아빠가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결국 내가 자리를 바꿔 앉고서야 약간은 집중을 하려다말다를 계속 반복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나는 교과서처럼 살아왔고 교과서처럼 사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래서 삶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었고 그대로 실행했더니 나에게 있어서의 정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구나하고 느끼고 있다. 나는 비난받는 것이 너무나 싫다. 어릴때부터 존재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했기 때문에 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저 무난하고 싶었다. 유치원때는 큰 키 때문에 늘 선생님이나 엄마역할을 해야 해서 어릴때 사진 중에 임신한 것처럼 있는 사진이 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아마도 나도 이쁜 공주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워낙 소심한 성격에 궁금한 것을 묻지도 못해서 선생님의 설명을 잘못 알아듣고 '그날은 안 와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드려 개근상을 못 받고 정근상을 받았었다. 나는 그게 어린시절 가장 큰 한이었다. 그래도 국민학교 2학년까지는 완전 쭈글이 시절이었기에 종례시간에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바지에 오줌을 싼적도 있다. 어찌보면 그때의 나의 정말 바보였다. 어느순간부터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어린시절부터 늘 생각이 많았던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중간에 질문을 함으로써 뭔가 방해가 된다고 늘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최고가 되기는 걸렀고 잘 못하는 것으로 튀고 싶지 않았다.

어제 슬찬이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이 아이는 나와 닮은 듯 많이도 다르다. 속을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다. 그래서 나는 참 고맙다. 어제는 혼자만 튀는 행동을 계속 한다. 선생님과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동들이 나는 참 거슬리지만 어제는 엄마 아빠가 있어 더 그런 것을 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나랑 남편 둘다 옳지 않다고 느낀다. 그래도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것으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저 끝까지 다해낸 것만으로 충분히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사단이 났고 슬찬이는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박스기차 달리기를 해야하는데 자기는 초록색을 타고 싶은데 파란색쪽에 줄을 서야 한다.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나는 안된다고 끝나고 초록색을 타보자고 했으나 슬찬이는 피곤함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나는 참여시키지 않았다. 우리 남편입장에선 나의 이런 태도를 싫어한다. 그저 아이가 좋아하면 그냥 저쪽 줄로 가면 되지 뭘 그리 엄격하게 지키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게임이 끝나자마자 초록색기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슬찬이는 다른 친구들은 수업 마무리를 하는데 옆에서 기차타고 달리기를 했다.

공개수업은 끝이 났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같이 뒷풀이를 하러 가기로 했기에 나는 슬찬이에게 "친구들하고 같이 저녁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하고 물으니 가겠다고 해서 우리 가족도 참여했다. 그리고 즐겁게 놀다왔다. 친구들에게 여러번 치이고 울고 그러면서도 또 가서 놀고를 반복하며 슬찬이가 점점 친구들의 존재를 인식해가는 과정이 나는 그저 만족스럽다. 그리고 나또한 예전 같으면 참여하지 않을 불편한 자리가 이제 더이상 불편하지 않다. 다들 비슷하게 각자의 육아에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끼며 위안을 받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남자들끼리 2차를 다녀온 후 남편은 새벽에 술이 취해서 돌아왔다. 남편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자기는 그렇게 푸는 스타일이다. 술이 안 취했어도 수업시간 중 슬찬이가 제대로 하지 않아서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안 데리고 다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살짝 들 정도였다. 그러나 남편 또한 이겨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술을 먹고 와서는 슬찬이에게 자신의 어린시절과 비교하는 모습이 참 답답하다. 슬찬이도 잠결에 듣고는 잠이 깨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더니 다시 잔다. 슬찬이가 중간 수준만 되도 참을텐데 제일 못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많이 상한 듯 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우리가 3년동안 정서적으로 방치한 결과이기에 우리가 이겨내야하는 과정인데 그걸 또 비난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화가 났다. 웬만하면 술 취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싶은데 나또한 남편의 행동이 싫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에 깨어 남편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나도 내 속을 다 표현해야 털어내지는 성격이다 보니 블로그가 나에게는 일종의 뒷담화의 장소이자 내 다짐의 장소가 되었다.

사람들 중에는 혼나야 정신을 차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혼나는 것이 싫어서 해내는 것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스스로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견디고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하는 것들을 좋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혼자서 독고다이처럼 살아가면 죽는 순간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여담>

어제 YMCA 수업 중 너무나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내가 이곳을 선택한 것은 슬찬이와 나를 위해서 최선이었다.

1. 영지수업 중 나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를 말하면 친구들이 다같이 "최고야"라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고 나면 답으로 "칭찬해줘서 고마워"라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발표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해내는 모습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는 사람이기에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2. 체육시간 중 두줄로 서있다가 체조대열로 쓰라고 하니 갑자기 아이들이 4줄이 된다. 5살밖에 안된 이 아이들이 그렇게 맞추는 것이 너무나 기특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줄을 서서 믿음소망사랑 3개조가 나눠서 자기 실내화를 찾아서 양말부터 다시 신는 장면도 참 감동적이었다.

집에서는 늘 아기 같아도 이 곳에서 이런 수업을 하고 따라가려 노력하는 슬찬이가 나는 참 대견하고 기특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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