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히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좀 어수룩한 바보들이 좋다. 약간은 손해볼 줄 알고 손해봐도 너무 연연하지 않고 쉽게쉽게 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바보들말이다.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은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또한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내가 나의 파트너에게 몇번의 대화를 시도했다가 실망을 하고 이제는 포기상태가 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해졌다. 나의 입장에선 대화의 시도였고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그저 선배의 잔소리였을 것이다. 내 느낌엔 둘이 너무 닮았다. 둘다 엄청 예민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비난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본인 스스로 느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 월요일에 자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그 친구의 태도가 늘 거슬렸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기는 직장이고 이제 기본에 충실했음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대화중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지만 그 이후 그 친구의 태도가 좋아졌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예전의 나 같아서 좀 짠함이 있었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모습이 되고자 지금 이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동안의 내 화법이 그 친구에게는 어려웠나보다. 그리고 선배같지 않은 선배라는 존재 자체가 불편했나보다. 어쨌든 더이상 그 친구에게 쓰는 마음을 거두고 내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늘은 슬찬이의 공개수업으로 휴가계획이 이미 한달전부터였고 오후 늦게 끝날것으로 예상되는 차에 어머니께서 금요일에는 평창을 가신다는 말에 잘됐다는 마음으로 내일까지 휴가를 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슬찬이를 봐주시는 것이 늘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직장에 유연근무를 신청했다. 나에게는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오후 4시반에 퇴근한다면 슬찬이 픽업도 가능할 거 같다. 그리고 직장에서 업무시간외의 일에서는 슬찬이를 핑계로 당당히 거절할 수 있다. 이래서 직장에선 여직원을 기피하겠구나 하고 또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아침 7시반부터 오후 5시까지 늘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기에 조금은 민망함을 무릎쓰고 상사들에게 말했고 쿨하게 인정해주셨다. 표현하지 않은 속은 모르겠지만 나는 굳이 내색하지 않는 마음들을 읽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육아는 기본적으로 부모인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의지한 것이 나는 늘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한번씩 어머니의 개인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어찌보면 나는 보통의 등하원도우미처럼 생각해온 것 같다. 그러면서 과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늘 무언가를 혼자 해냈어야 했던 입장에서는 내 일을 남이 하는 것만 같아 늘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7월부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살짝은 설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좀 독특하긴 한거 같다.
내 주변에 이유가 너무 많아서 시작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기본적으로 마음들은 다들 너무 착하고 좋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참 좋다. 예전에는 그냥 해보면 될 것을 왜 계속 생각만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 내가 제대로 마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고 나니 나에게 마음으로 늘 잘 해주던 그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이해는 된다. 그래도 또 생각한다. 내가 마음 주는 것을 이렇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다보니 어렴풋이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또 세상에 안 될 일은 없는 것 같다.역시 포기하지 않는한 희망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저 생각한 또는 마음먹은 방향대로 시도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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