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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5세 남아의 일상

슬찬이와 어제 함께한 미술 주제는 '접시동물'입니다.
접시로 동물을 표현해보는건데 슬찬이는 교재에 있는 고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래를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파란색물감을 묻혀 접시에 슥슥 칠해주고 말리는 동안 스케치북에 고래의 친구들을 그려주자! 하니까 '고래친구아니야~ 이고래는 아빠고래야 바닷속에는 엄마고래랑 슬찬이고래 그려줄거야!' 하더니
접시고래랑 똑같이 그려준다며 웃고있는 엄마고래를 먼저 그려주었습니다.
점을 찍어주니 선을 먼저 긋고 위로 동글하여 반원을 그린 후 꼬리도 비슷하게 알려주니 슬찬이고래는 혼자 그리더라구요^^
손힘도 많이 늘고 표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혼났습니다ㅎㅎ
또 가오리라며 동글그리고 꼬리와 반점.눈도 두개그려주었습니다.
갑자기 교재에 있는 접시동물 그림을 보며 막 웃더니 '북극곰이 고양이를 밀어서 고양이가 바다에 빠졌어~ 그래서 슬찬고래가 슬퍼서 입을 이렇게 하고있어~'하며 삐쭉거리는 입모양을 그려주었습니다ㅎㅎ
상어도 뾰족뾰족 그려주고 예쁘게 색칠까지 해주었습니다.
아빠고래에게 매직이나 스티커로 꾸며줄까? 하니
언제 보았는지 가방에서 칭찬스티커 개구리로 꾸며주고 싶다고 하더라구요ㅎㅎ
슬찬이가 원하는 색의 개구리스티커를 주니
아빠고래는 안경썼어 하고 눈 주위를 둘러주고,
바다에서 헤엄쳐서 우산도 쓰고있어~ 안경에 물이묻었어~ 하며 눈위에 파란개구리 스티커도 붙여주더라구요ㅎㅎ
슬찬이가 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주어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즐겁고, 독특한 그림이 나오는거같아요^^

미술수업은 처음 시작이 슬찬이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내가 운동을 가는 시간에 어머니께 맡기는 것이 조금 죄송하기도 하고 티비만 보게 될거 같은 불만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을 1시간정도 앞당겨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시간이 슬찬이가 엄청 피곤한 시간이어 살짝 조마조마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거의 다와갈때쯤 미술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건 아니지만 슬찬이가 '죽는척'을 한다며 뒤로 넘어가는 행동을 10번정도 했다는 것이다. 언니가 복직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조카가 한동안 죽는다는 표현을 쓰며 말을 안 이뿌게 한다고 상심했던 적이 있었다. 복직을 한지 얼마 안 되었던터라 자신의 복직이 아이에게 스트레스여서 저렇게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늘 가지는 직장맘의 불안과 미안함 등 복잡한 마음을 느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청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문에서부터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린다. 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슬찬이에게 완전히 당하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고 복잡해졌다.
운동을 가는 것이 내 욕심인 것도 같고 내가 운동을 갈때는 남편이 일찍 와서 슬찬이랑 놀아주면 좋을 것을 하는 약간의 원망도 생기고 어머니께 슬찬이를 맡기는 것이 둘다에게 좋은 일인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제 일찍 퇴근했더니 슬찬이가 뭔가 많이 차분해보인다. 그리고 아빠가 농구를 가기전 집에 왔는데 아빠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며칠전에도 그 모습을 봤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슬찬이가 요즘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 뿐이란 확신이 생긴다.
남편과 내가 사이가 안 좋았을때는 나 또한 슬찬이가 그저 힘들었다. 그냥 내가 해내야 할 하나의 일거리마냥 생각했었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슬찬이가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3돌까지 슬찬이는 참 순했다. 그게 늘 미안했다. 그리고 작년 7월부터 우리가 각자 슬찬이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하려 노력하니 생각보다 금방 변해서 너무 신기했다. 시기를 놓치지 않아서였던 듯 하다. 그리고 올해 슬찬이는 YMCA에 가면서 또래에 맞춰 따라가려 애쓰고 있다. 처음 보낼때 수준이 돌쟁이였다면 지금 3돌정도로 보인다. 아직 자기밖에 모르지만 형누나들과 노는 것이 재밌고 좋은 듯 하다. 여전히 적응 중이고 때로 힘들다.
슬찬이를 키우면서 나를 사랑을 알았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그동안 몰랐었다. 그리고 내가 억지로 해내는 일들은 슬찬이가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것이 본인은 꽁꽁 숨겨뒀다고 생각하겠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금방 느낀다. 귀찮지만 해야하겠기에 억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직장에서나 성과가 꼭 있어야만 하는 일에선 그렇게라도 해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집안일과 육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고 밥을 대충 먹어도 괜찮고 서로 참고 이해해야 하며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상대방도 하기 싫은거다. 그리고 5살 정도 되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때 어느정도 이해한다. 지금 슬찬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이라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운동을 상황을 봐서 틈틈히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야겠다.

YMCA에선 잘 지내는지 걱정이기도 궁금하기도 하여 미술수업 내용을 알려드렸더니 답장이 왔다. 역시나 부모의 성급한 불안이다. 나는 늘 생각했지만  3년간 지키지 못한 생각을 지금 이해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아이는 내 소유가 아니고 하나의 인격체다. 내 마음대로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모를땐 물어야 한다. 나 혼자 독단적인 판단은 금물이다.
어젯밤 자기전에 슬찬이에게 "엄마가 사랑하는거 알지?"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네" 한다. 그리고 "엄마는 슬찬이가 있어 너무 행복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다 슬찬이 덕분이야. 슬찬이도 YMCA 가서 신나게 놀아줘" 그러니 우선 "네"라고 대답은 한다. 오늘 아침 어떨런지...나는 기본적으로 성과 위주의 사람이다. 그리고 성과의 결과로 나는 타인의 인정보다 보람을 최우선 하는 사람이다. 내가 한 모든 일 중에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는데 가장 만족스러운 즐거움을 슬찬이에게서 느끼고 있다. 사람은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맞구나를 아이를 통해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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