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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20170625 교중미사

종교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식이다. 나는 이 의식을 좋아하게 되었고 성당에 참여하는 이 시간이 일주일 중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 되었다. 지난 주일의 강론 중 신부님께서 말씀하신다. 많은 신자들의 죄의식을 일으키는 무서운 이야기라고....나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77번 용서하라는 말씀....정말 가혹하다. 그러나 이 말씀 전에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마태오 복음 18장19절)

 

두 사람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무슨 일이든 다 이룰 수 있다는 이 말을 나는 이제 이해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부부간에 마음을 맞추는 일이 정말 어렵다. 그러나 아이가 있고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이 마음이 같은 한 생각보다 간단하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약간은 양보하고 각자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제 서로 마주보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진짜 사랑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즐겁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내가 즐겁지 않을 수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웃을 이유 하나 있다면 그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요즘이다.

 

용서와 일치 (안지헌 보니파시오 신부 | 인천성모병원 원목)

 

소설가 공지영씨의 작품이자, 2006년에 개봉된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저는 책보다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영화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네요. 아무튼 이 작품은 단순히 두 남녀 간의 새콤달콤한 사랑이라는, 단물 다 빠진 풍선껌과도 같은 주제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숭고하고도 눈부신 사랑을 드러냅니다. 그 중에 작품 속에서 남자 주인공 윤수의 일기인 블루노트 18에 쓰인 글을 소개할게요.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걸.....알았습니다......우리가 만나던 그 시간, 우리가 마셨던 인스턴트커피, 우리가 나누었던 작은 빵, 일주일에 그 몇 시간으로 인해 저는 어떤 모욕도 참아낼 수 있었고,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었으며, 원수를 용서할 수 있었고, 저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신께 뉘우치며 참회했다고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소중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게 합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행복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행복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하고 아껴주기에도 너무나 시간이 모자라면서, 왜 그리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지 못해 안달인 세상인 걸까요.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나에게 손 내밀어줄, 왜 그리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지 못해 안달인 세상인 걸까요. 조그만 시선을 돌려보면, 나에게 손 내밀어줄, 그리고 내가 손 내린 눈짓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또는 그 눈짓을 보낼 수 있다면, 세상은 언제라도 지금보다 살만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베드로의 질문.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와 진실함, 그리고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실천하는 이에게 상상하지 못할 커다란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사랑이신 그분께서는 그를 끊임없이 당신의 품 안으로 초대하셔서, 우리의 잘못으로 일으켜진 하느님과 나 사이의 분열을 일치에로 묶어주십니다. 그러기에 용서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가장 아름다운 현존 방식입니다. 용서 안에는 하느님께서 현존해 계시고,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곧, 용서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향한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이따금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저 멀리서, 혹 어떤 대단한 것에서 찾으려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나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안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맺어진 일치의 관계 안에서, 서로 용서를 주고 받는 상황 안에서, 그리하여 다시금 새롭게 출발하는 관계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새하얀 미소를 짓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는 70년 넘게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분단은 한 민족, 한 형제인 우리가 서로에게 더더욱 깊은 상처와 무관심을 주고받게 하였지요. 분열을 일치로 바꾸는 힘이 용서에 있다면, 남북 분단을 극복해 나갈 우리의 자세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용서와 사랑,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주님께 드리는 끊임없는 기도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사랑으로 함께 모여 주님께 감사드릴 그 날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평화와 일치가 사랑으로 묶인 이 땅, 그 자리에 분명 예수님께서 함께 계실 것입니다.

- 인천 주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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