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출근길에 충무아트홀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예매를 했다. 꽤 오래전이라 솔직히 한동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남편은 슬찬이를 데리고 이천에 놀러가준다고 했고 간만에 혼자 나왔다.
시작으로 옥주현의 솔로를 들을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끝까지 참 많이도 울었다. 나는 이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다보니 너무 재밌게 봤다. 중학교때 본 영화의 매릴스트립을 연상시키는 몸짓, 대사 처리, 감정 몰입면에서 옥주현은 최고의 캐스팅인 것 같다. 그리고 박은태 또한 너무 멋지게 잘 어울린다.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모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영화에선 여주인공만 기억이 났는데 중학교때는 여주인공의 선택을 이해 못했을 것이다.
오늘 뮤지컬로 보니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는 너무 멋진 이야기가 있다. 21살의 어린 나폴리 소녀는 약혼자를 잃고 폭격에 무너진 도시에서 두려움에 떨며 자유만 꿈꿨다. 그때 손을 내민 미군은 그녀를 미국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를 처음부터 사랑했고 결혼 후 가족의 안정을 위해 무섭고 독단적인 모습이 가족들을 답답하게 했지만 농부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 참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사진기 뒤에 숨어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있다.
충실한 농부의 아내로 살아가던, 자유로운 화가를 꿈꿨던 여자는 3일동안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우연히 길을 물어본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사진작가인 남자를 통해 나폴리와 잊고 살았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당신을 더 사랑해요"
그 남자 또한 처음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든 여인을 만났고 같이 떠나자고 했지만 여자는 남는다. 남자가 죽고 난 후 온 편지에서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요. 당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니까요.'에서 둘의 위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둘의 모습보다 계속 남편의 모습에 눈이 갔다. 그녀를 정말 사랑했고 여전히 너무 사랑한다. 그러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모습이 대부분의 우리와 닮았다.
나는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데 의리가 아닌 사랑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결국 여주인공은 열심히 잘 살아냈고 두 명 모두에게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미안함이 두 남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역시나 있고 있었지만 내가 중학교때부터 사진 등 예술에 동경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전공한 우리 남편이 나에게 '사진 가르쳐줄까요?'라며 우리의 첫 대화가 시작된 기억이 났다. 다시 사진기를 꺼내서 슬찬이가 크는 모습부터 우리의 모습을 많이 남기고 싶다.
이 뮤지컬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출을 정말 잘 한 것 같다. 불륜을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족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연출가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4만원이라는 비용을 생각하면 볼거리가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고전처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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