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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이것도 강박

어제 결국은 폭발했다. 그런데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나라고.
10년동안 일을 하며 대체적으로 사람들에게 받는 평가는 좋았지만 나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지금 하고 있는 업무 같은 남들은 싫어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업무를 할 때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업무 강도는 낮지만 감정노동이라는 표현을 많이하며 대부분 기피한다. 그런데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솔직히 재밌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아저씨가 신분증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 실물이 훨씬 나으시다고 말씀드리니 기분좋게 가셨다. 이런 일이 재밌다. 아예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에 그냥 기분좋으라고 아무말이나 막 던지진 않지만 그 순간에 응대하는 재능이 있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엄청 보람된다.
지난 7월 이 업무를 맡으며 진짜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오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1월에 업무 파트너가 바꼈고 이 업무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임신해서 휴직하기 위해 지나가는 자리로 온 친구였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건드리지 않고 각자 맡은바 잘 하려했으나 너무 예민한 성격에 신경이 계속 쓰였다. 둘다 예민한 성격이라 서로에게 눈치를 보고 있는게 느껴지고 그 친구가 나에게 한번 대화를 하자고 한 이후 그 친구는 편해진 것 같았지만 나는 더 불편했다. 내 기준엔 그냥 안 맞는 사람인거다. 그럴때는 서로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친구 입장에선 너무 친절한 내가 이상한거다.
3월에 임신을 해서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 친구를 핑계삼아 나는 이 업무를 최대한 오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임신한 이후 입덧으로 그 친구의 상태는 더 안 좋아졌고 나는 좀더 무리해서 많은 일을 했다. 나는 업무 시간 중 일을 하는 것보다 옆에서 직원들이 그렇게 있는게 훨씬 신경이 쓰이는데 그 친구는 자신 때문에 힘들어보이는 나를 위해 팀장님께 도움을 구한다. 나도 팀장님을 좋아하지만 실무를 하기엔 부적합하다. 그러다보니 일은 더 꼬이고 내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할때 내 기준에선 순서대로 차근차근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스피드까지 있으면 최고지만...괜히 빨리 해준다고 실수를 하게 되면 수습하느라 안 해도 될 일을 해야할 때가 많다. 그 친구가 오고 내가 몇번의 수습을 하며 그런 일이 짜증이 났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하고 싶을 뿐인데 옆에서 도와준다는 것이 방해하는 꼴이다보니 어제 화를 냈다. 팀장님에게도 제가 있을때는 그냥 계셔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는 팀장님이 편해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팀장님은 제가 불편한가요라고 물었는데...잘 모르겠다. 어떤게 답인지는 그냥 나는 내가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서 보람되게 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참 답답했지만 3달정도 참다 어제 폭발하고 속이 시원한 걸 보면 나는 아마도 계속 이렇게 살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