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슬찬이가 태어날때쯤 봤던 책이나 요약해둔 것을 읽어보다보니 지금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때 막상 닥쳤을때는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게 이해가 안 되고 그저 힘들뿐이었다. 그리고 지나고 지금 제일 후회하는 것은 그때 책이나 인터넷으로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슬찬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주려 한다.
'세상은 원래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너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끝까지 해보자. 최선을 다해서 지지해주겠다. 니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자연의 변화에 늘 신기해하던 내가 아이가 커가는 3년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너무나 미안하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만큼 세상에 신기한 건 없는것 같다. 그런데 삶이 팍팍해지면 느낄 여유가 없다. 그리고 육아는 힘든것이고 나를 희생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육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원래 내 마음대로 안 되는게 맞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때 감사하고 기뻐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거꾸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때는 투덜거리고 화를 내고 내 마음대로 될때는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게 힘든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하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순간이 너무 많다. 자줬으면 좋겠는데 안 자고 버틸때 나는 쉬고 싶은데 계속 사고를 치며 쉬지 못하게 하고...그런데 아이는 내 소유물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게 정상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호르몬의 영향과 함께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힘듦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선 지금 당장 육아가 너무 힘들다면 그동안 편하게 잘 살아오게 만들어준 나 자신부터 부모님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표현하고 도움을 구하자. 나의 경우 나 자신을 못 믿었다. 내가 잘 해낼것 같지 않았고 우리엄마는 당연히 애를 봐주는 사람이 아니고 남편은 너무 예민하고 남편의 예민함에 시어머니와 나는 눈치만 보고 육아를 아무도 주도하지 못했다. 엄마인 내가 내 의지대로 하려고 했어야 했는데 당장 너무 힘들다보니 주변도 안 보이고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구해야할지 전혀 몰랐다. 그러다보니 평소 내가 의지하던 책에 의존했다. 그런데 책처럼 안 된다. 그게 맞는거고 만약 책대로 되고 있다면 아이에게 감사해야 한다. 정말 어쩜 그렇게 순하게 잘 태어나준건지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해주면 좋겠다.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친구를 만들자. 나의 경우 같이 힘들다고만 느끼는 사람보다는 힘들지만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됐다. 아마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듯 하다. 우리 아이보다 더 유별난 아이를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내가 너무 힘든데 육아가 힘든 사람들끼리 만나서 힘든 이야기만 하다보면 헤어지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에 진짜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 하는 자괴감에 더 힘들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긍정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년간 육아휴직기간동안 살림살이는 당연히 내 몫이었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아니까 너무너무 하기 싫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했다. 그런데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모두 똑같이 살 필요가 없다. 내가 힘들면 힘든거다. 그렇게 인정하고 아이를 키울때 내 마음 편한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가정일을 최소화하고 체력을 비축하자!!
내 주변에 육아를 편하게 했던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마음의 여유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한 언니의 경우 밤3시 넘어서 같이 자고 낮1시에 기상하곤 했다.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생각도 못해본 일인데 언니는 모든 기준이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우선인 사람이다. 이 언니도 남의 말 안 듣는다. 그래서 내가 이 언니를 엄청 좋아한다. 이유식은 조금 시도하다 당연히 시켜먹었고 남들이 볼때 언니가 육아를 한다고 못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엄청 잘 자라고 있다. 밝고 건강하게. 주변에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 덜 아프다. 콧물 조금나는 것 정도야 정말 의연하게 넘긴다. 지금 4살이 된 아이가 밤에 엄마 먼저 자라고 자기는 조금 더 놀다 자겠다고 하고 주말에 엄마가 늦잠 잘 때 혼자 일어나서 놀곤 한다.
양재진 원장님이 말했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 50%, 6살 이전의 가정환경에서 25%, 그리고 자기가 성장하면서 형성되는게 25%라고. 6살 이전에 75%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타고난 50%는 부모의 영역이 아니지만 25%는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아이의 성격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믿는다. 나는 내가 예민한 성격인 줄 몰랐다가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그 예민함을 최소화하려고 평생 숨기며 잘 살아왔는데 아이를 낳고 심리적으로 힘들다보니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슬찬이와 함께 했다. 그래서 우리 슬찬이도 꽤 예민하다. 3돌때까지 남편과 끊임없이 싸웠고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가 늘 감돌았기 때문에 눈치가 빠르고 그 순간을 회피하려 한다. 그리고 사회성이 엄청 떨어졌다. 처음 보낸 어린이집에서도 슬찬이를 문제아처럼 늘 말했기 때문에 슬찬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기려 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걸 안다. 약간의 틱 증세가 보였고 눈 마주침이 안 되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기에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부모가 된 이상 가장 큰 의무는 부모자신의 감정컨트롤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때 아이에게 전가시키지 말고 화를 냈을 경우 미안하다고 하고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해서 보이는 것만 믿는다. 부모가 화를 내고 힘들어만 한다면 내가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구나라고 느끼면서 자랄 수도 있다.
작년에 서천석 선생님의 '우리아이 괜찮아요' 책을 읽고 이 책을 3년전에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었다. 지금 당장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주변에 정 아무도 없어 너무나 힘들다면 나에게라도 말하면 좋겠다. 메일(a31355@naver.com)을 보내준다면 성심껏 읽어보고 응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고민하는 자체가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본다. 우리 모두 충분히 잘 살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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