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냥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역설적이게도 여행에서 돌아왔을때의 내집의 아늑함을 좋아해서 여행이 더욱 좋다. 여행지에 가면 마음이 여유가 생긴다고 할까...모든게 쉽게 용서가 된다. 집보다 불편해도 그럴수 있지뭐 하며 쉽게쉽게 넘길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관대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이점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늘 가까이 그곳에 있을때에는 그 가치를 잘 모른다. 처음 만나고 가깝지 않을 때 충분히 예의를 갖췄던 모습은 사라지기 쉽다. 그게 보통사람 사는 것이지만 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죽음에 대한 강박이 있듯 행복에 대해 강박이 있다. 내가 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미루는 것은 삶에 대한 바른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행복해야 미래의 나도 행복하다고 믿고 그래서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왔다. 이동진의 자기 소개에서 쓰였던 '하루하루는 성실히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이말이 참 좋았다. 행복을 위한 추상적인 미래를 꿈꾸기보다 지금 당장할 수 있는 오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
(2008년 12월28일의 나)
내가 예전의 여행지를 정리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나 참 잘 살아왔다였다.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내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의 소중함을 포함하여 일상의 소중함도 충분히 느끼며 살았다. 인생이란 길다. 그래서 때론 지겹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말해왔다. 삶에는 마디가 필요하다고. 사람의 기억이란 한계가 있어서 시간으로 기억을 하기보다 사건으로 기억을 한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뇌에서는 기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거다. 그런데 '그때 뭐했지?'하고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게 없다면 나는 허무할 듯 하다.
내가 즐거운 것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행이다. 내가 쉽게 잘 할 수 있는게 그냥 돌아다니는거다. 그리고 보고 느끼는 것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좋아했다는 것을 이제 이해한다. 나같이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여행만큼 좋은 취미는 없는 듯 하다. 내가 예전에는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읽고 티비도 보고 하면서 충분히 세상에 대해 열려있다보니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었지만 혼자서 틀어박혀 남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시기에는 아무런 욕구가 없었다. 분명 우울증이었다. 요즘처럼 살만하고 앞으로의 내 인생이 기대되는 지금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그 곳에 나오는 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부터 나의 여행기도 다시 시작이다.
난 해외여행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언어에 자신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처럼 막무가내로 갔다가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긴장된 상태로 있기 싫다가 가장 큰 이유였다. 2008년도에 친구들과 푸켓을 패키지로 다녀왔다. 나에게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걸 다녀오고 생각했다. '이게 뭐야...' 그즈음 다녀왔던 울릉도가 나에겐 훨씬 좋았다. 친구들 성향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수천장의 사진을 찍고 패키지여행 특성상 아침7시부터 밤10시까지 쉴틈없이 일정이 빡빡했다. 나에겐 도대체 이게 무슨 여행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 이후로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더더욱 생각이 없었고 계속 국내여행을 하며 살아왔다. 지금 슬찬이가 있는 상황에서는 한번쯤 패키지로 편하게 다시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도 슬찬이정도의 나이에는 특별히 관광할 것도 없다. 그냥 지금 거기 내가 그리고 슬찬이가 있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다 2012년 명동성당에서 예비자교리를 하며 알게된 세례동기들과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나를 제외하고 3명 모두 해외여행 경험이 많았고 나는 아무런 준비없이 돈만 내고 따라갔다왔다. 그래서 내가 갔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로마, 아씨시, 피렌체 3도시를 다녀오고 꼭 다시 오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나에겐 로마는 솔직히 그닥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물론 멋지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내 기준에는 너무나 번잡하고 그늘이 없어 쉴 곳이 없는 곳이었다. 8월 초 햇볕은 너무 뜨거웠고 힘들었다.
일정 중 남부투어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10대 장소 중 하나인 포지타노는 너무 좋았다. 한참을 이 풍경만 봐도 행복했다. 그리고 다음에 오면 꼭 여기서 숙박을 하고 2박3일은 지낼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상품이 존재한다고 한다. 남부투어와 함께 꼭 해야하는 것은 바티칸투어라고 생각한다. 로마에서는 계속 지쳐있었다. 너무 피곤했고 가이드가 설명을 해줘도 귀에 안 들어왔고 계속 졸았다. 그런데 마지막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는 순간 그 방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정말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보고 나는 신보다도 인간이 더 대단하다고 느꼈던것 같다. 그렇게 로마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넘어간 아씨시는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 위안이었다. 로마에서 지쳤던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찔끔 났다.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했다. 그렇게 아씨시에서 수녀원에서 1박하며 산책하고 신부님께서 우리만을 위한 세례1주년 기념 미사를 해주시고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간 곳은 피렌체였고 내가 이탈리아를 가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재밌게 읽었었고 다케노우치 유타카를 좋아하며 영화도 재밌게 봤다. 그리고 늘 두오모성당에는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때 다녀왔다. 역시 멋졌다. 꼭대기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한참을 있었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베컴 이미지가 있던 반바지에 컨버스화를 신은 멋진 외국인 남편과 뚱뚱하고 훨씬 나이 많아보이던 아내를 보며 여자가 돈이 많을거라고 생각했던게 기억난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들도 아주 멋지고 좋은 추억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저녁쯤 별 기대없이 버스를 타고 갔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여기는 정말 '다시 꼭 와야해'라고 생각했다. 일찍부터 올라와서 멍하니 있고 싶은 장소였다. 멍하니 있다 저녁에 맥주 한잔 하고 내려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 장소다. 개인적으로 다음에 다시 꼭 간다면 피렌체에서 나는 더오랜시간을 머물고 싶다. 저녁시간에 버스킹 공연하던 마술사도 재밌었고 로마보다 번잡하지 않아 좋았다. 어떤 다리앞에서 성공적인 사진을 찍겠다며 사진을 잘 찍을만한 사람을 계속 눈치보며 찾았던 순간, 아침에 투어시간을 잘못 알고 계속 기다리던 순간도 재밌었다. 피렌체가 나에게 참 좋은 곳이다.
그 이후 신혼여행으로 갔던 코타키나발루는 휴양지였다. 석양으로 유명한 만큼 참 멋졌다. 슬찬이와 함께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여행이 일탈이자 일상이 되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세상에 물론 가볼 곳도 많지만 뭔가 우울하고 힘들때 가면 편안하고 위안이 되는 장소, 슬찬이가 어느정도 클 때까지는 유럽보다는 휴양지 중심으로 편안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코타키나발루도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에 친한 언니와 두명이서 일본을 다녀왔다. 내 목적지는 하우스텐보스였고 그 장소에 간다고 했을때 그 언니의 친구가 말했다. '일본 할머니들이나 가는 장소인데 왜가?'라고....3~4년전에 하우스텐보스를 알았고 일본속의 유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해외여행지에 왔어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본에 가면 하우스텐보스에 가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과 가정 둘다에 지쳐있을때라 이 일본여행은 나에게 위안이었다. 하우스텐보스 안에서 배 타고 몇바퀴를 돌며 그냥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고 하카타역 주변 선술집에서 술 마시며 수다 떨었던 시간도 좋았고 유니클로에서 쇼핑했던 슬찬이의 니모티셔츠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었는데 슬찬이가 너무 좋아해서 기뻤다. 일본에 가서 명동에서 할 수 있는거 다 하고 왔어요라고 장난으로 말했지만 이때의 기억이 좋아 일본이 좋아졌다. 그리고 만만하게 다시 한번 가봐야지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여행지에서는 불편함을 어느정도 감수하고 그 댓가로 가지고 오는 추억이 있다. 그 여행의 추억이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나에게는 내가 이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일상과 일탈, 돈과 시간, 생각이 참 많았다. 나는 절대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무리해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제 내 자신을 의심하지 말자. 내 마음이 가고 싶다면 가면 되는거다. 그때 기꺼이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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