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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블로그시작한지3년

윤희에게

엄청 오랜만에 온전히 쉬고 있는 주말이다. 영화를 보러 오기전 슬찬이에게 늦은 점심을 먹이며 물었다. 슬찬이는 엄마가 행복해보이니?! 슬찬이가 그렇단다. 그 말에 내가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영화 <윤희에게>를 보고나니 아까 그 질문이 또 생각났다.

준과 헤어진 후, 윤희에게 남겨진 삶은 벌이라고 생각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봄이 구김살없이 잘 커준 모습을 보면 윤희는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며 살아온 듯 하다. 전남편이 이혼한 이유가 윤희는 사람을 외롭게 해서라고 하지만 술에 취해 자주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전남편에게 윤희는 사랑이었던 듯 하다. 남편의 청첩장을 받고서야 가벼워진 윤희는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 또한 윤희의 그동안의 미안함과 원망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기분에 같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개인적으로 퀴어영화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남자, 여자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는 편이다. 살아가며 딱 맞는, 함께 하고 싶고 그 사람을 생각해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 대상이 연인일 수도 있고 자녀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린 시절에 유독 로맨스를 좋아했고 미남, 미녀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흐뭇하다. 그러나 이제 영화와 현실에 대해 구분하게 된 듯 하다.
이 영화의 끝에 윤희가 이제 진짜 새봄을 맞이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시작하는 모습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이다. 그 선택의 기준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