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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블로그시작한지3년

양심의 기준

결혼을 하고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내가 너무 높은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양심 때문에 나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난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직도 모르겠다. 슬찬이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내가 살아가며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고민...내가 왜 태어났으며 굳이 살아가야 하나...에 답을 얻게 도와주었다. 그렇다고 내 삶 모두를 슬찬이에게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참여하고 싶지 않은 행사들이 꽤 있다. 어릴때 엄마가 그런 부분에 참여하지 못해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기본적인 행사는 참여하려고 한다.
오늘 YMCA에서 공동체한마당행사가 있었고 아침부터 슬찬이를 깨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이고 다녀왔다. 출발전까지 남편은 자고 있었고 피곤한 것도 이해가 됐기에 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행사장은 정신이 없고 슬찬이는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슬~ 짜증이 났다. 하지만 행사는 나름 잘 끝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식탁위에 만들어둔 샌드위치는 먹고 빈 그릇이 덩그러니 있었다. 그리고 점심을 준비하는데 남편은 티비를 보고 있었다.
결국 폭발했다. 사람이 양심이 없다!!!
남편은 그냥 안 가면 되지, 괜히 다녀오고 짜증내는게 아이한테 더 안 좋다고 했다. 이 말도 맞는 말이다. 내가 늘 생각하는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말면 될 것을 억지로 하면서 불평불만 하는게 제일 싫다라고 생각해왔다.
나에게 결혼생활이 딱 그렇다. 굳이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춰서 이렇게...스스로에게 상처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들이 계속 생기는 것이 참 싫다.
그냥 혼자서 밥 먹고 싶을때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대충 먹고 싶지만 남편이 집에 있다보면 괜히 계란이라도 하나더 굽게 되고 스스로를 귀찮게 만드는것이 참 많다.
슬찬이는 아직 어려서 내가 챙겨주는 것이 맞지만 성인인 남편은 손도 까딱하지 않고 차려주는 밥 먹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게 참 보기 싫다.
오늘저녁부턴 절대 미리 챙기지 않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슬찬이도 앞으로 정해진 시간 외에는 밥을 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겠다.
스스로의 일은 평생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한 나에게 너무 귀하게 자란 남편은 참 버겁다!!!
예전 고해땐 신부님께서 '할때 즐거운 일보다 하고 나서 즐거운 일'을 하라고 하셨는데 나에게 꽤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그 이후에도 그 기준으로 선택하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런데 수많은 집안일은 하고나서 '왜 내가 해야하지?'란 생각을 만드는 것 같다. 특히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살아갈 땐 더더욱~
아무리 좋게좋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내 입장에선 남편은 양심없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