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이렇게 일요일 새벽 명동에 나와서 미사를 보고 맥도날드에 앉아 멍 때리거나 카톡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시간, 장소에 의미를 많이 붙인다. 몇 년간 카톡 프로필은 ‘지금, 여기 무조건 행복’이었다. ‘지금, 여기’라는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곳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그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나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웠다. 그래서 나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
예전에 상담을 할 때 슬찬이를 두고 나 혼자 한나절이라도 나가라고 했었다. 그때 아이에게 사실대로 ‘엄마 좀 나갔다 올게. 몇시까지 올게.’라고 하고 그 시간을 지키라고 했었다. 그때 나는 그러는 내가 불편했다. 엄마가 어린 아들을 두고 밖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영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상담사가 아이가 어떤 마음일거 같아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간다고 미워할 것만 같아요’라고 말했다. 내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이유가 아마도 나 자신이 너무 중요해서 내 시간을 쪼개어 누군가에 시간을 내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였던 듯 하다. 내 마음은 너무나 작아서 늘 내 몸과 함께 다녔기에 눈앞에 있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슬찬이는 엄마가 외출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아빠 또는 할머니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걸 알기에 나는 이제 이렇게 혼자 나와있어도 마음이 편하다.
오늘 명동을 걸으며 이 시간 명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인 듯 하다. 새벽6시반에 명동엔 사람이 거의 없다. 혼자 걷는 이 거리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미사를 마치고 8시쯤 걷다보면 호텔 앞에 오늘의 일정을 기다리는 외국인 단체여행객들이 몰려있는 풍경들도 재밌다. 나는 일상을 여행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다.
20대때 내가 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여행이었다. 나는 아마도 일상이 늘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티내지 않고 살아가려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게 여행이었다. 것도 몸이 조금은 힘든.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역시 집이 좋아’라는 생각이 들며 일상을 즐겁게 살 수 있었다.
일상이 참 소중함에도 우리는 쉽게 잊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당연해서 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늘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거저 얻는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신이 공평하다는 것. 누구에게나 똑같은 양과 질의 기쁨, 슬픔, 행복, 시련을 준다는 것을. 그것을 알아채느냐, 느끼며 살아가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다보면 신은 나를 나쁜 길로 가게 그저 보고만 있진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8-블로그시작한지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미사]1월26일(백)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0) | 2018.01.27 |
---|---|
[매일미사]1월25일(백)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0) | 2018.01.25 |
[YMCA부모교실]사회성 발달을 위한 바람직한 아빠 역할 (0) | 2018.01.19 |
변화 그리고 인복 (0) | 2018.01.19 |
[매일미사]1월17일(백)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0) | 2018.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