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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블로그시작한지2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이렇게 일요일 새벽 명동에 나와서 미사를 보고 맥도날드에 앉아 멍 때리거나 카톡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시간, 장소에 의미를 많이 붙인다. 몇 년간 카톡 프로필은 ‘지금, 여기 무조건 행복’이었다. ‘지금, 여기’라는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곳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그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나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웠다. 그래서 나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

예전에 상담을 할 때 슬찬이를 두고 나 혼자 한나절이라도 나가라고 했었다. 그때 아이에게 사실대로 ‘엄마 좀 나갔다 올게. 몇시까지 올게.’라고 하고 그 시간을 지키라고 했었다. 그때 나는 그러는 내가 불편했다. 엄마가 어린 아들을 두고 밖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영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상담사가 아이가 어떤 마음일거 같아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간다고 미워할 것만 같아요’라고 말했다. 내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이유가 아마도 나 자신이 너무 중요해서 내 시간을 쪼개어 누군가에 시간을 내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였던 듯 하다. 내 마음은 너무나 작아서 늘 내 몸과 함께 다녔기에 눈앞에 있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슬찬이는 엄마가 외출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아빠 또는 할머니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걸 알기에 나는 이제 이렇게 혼자 나와있어도 마음이 편하다.

 

오늘 명동을 걸으며 이 시간 명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인 듯 하다. 새벽6시반에 명동엔 사람이 거의 없다. 혼자 걷는 이 거리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미사를 마치고 8시쯤 걷다보면 호텔 앞에 오늘의 일정을 기다리는 외국인 단체여행객들이 몰려있는 풍경들도 재밌다. 나는 일상을 여행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다.

20대때 내가 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여행이었다. 나는 아마도 일상이 늘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티내지 않고 살아가려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게 여행이었다. 것도 몸이 조금은 힘든.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역시 집이 좋아’라는 생각이 들며 일상을 즐겁게 살 수 있었다.

일상이 참 소중함에도 우리는 쉽게 잊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당연해서 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늘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거저 얻는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신이 공평하다는 것. 누구에게나 똑같은 양과 질의 기쁨, 슬픔, 행복, 시련을 준다는 것을. 그것을 알아채느냐, 느끼며 살아가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다보면 신은 나를 나쁜 길로 가게 그저 보고만 있진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