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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첫 집 계약

토요일에 부동산에 갔다가 바로 질렀다. 나에게 집은 꼭 필요한 필수재이고 집의 가격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했지 이 집이 오를것인가 내릴것인가는 내 생각의 범위는 아니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집을 알아보려고 인터넷으로 이집저집 검색해봐도 결국 내가 원하는 집이 입지조건이 좋은만큼 그나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조정을 덜 받을 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쌌다. 우리는 5년간 막 살았기 때문에 모아둔 돈도 없고 집을 사려고 할때마다 부동산 하락론자인 우리 남편은 반대를 해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확고하게 밀어부쳤다.

지금 우리 수준에는 맞지 않는 집이 맞다. 그러나 3~5년 정도만 바짝 긴장하고 살면 분명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년 뒤 우리 수준에 맞는 이 집이 우리가 살 수 있느냐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어부쳤다. 처음에는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포기상태로 부동산에 갔지만 집을 보고 꼼꼼히 살피는 건 역시 남편이다. 구석구석 살펴보고 집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협상하는 것도 남편몫이다. 앞으로도 돈과 관련한 디테일한 것은 남편에게 맡겨야겠다.

현재 3억 전세에 30만원 월세를 받고 있는 집이었다. 처음에 중도금으로 3억원을 주고 잔금을 치르면 됐었다. 그러나 내가 그걸 챙기지 못 했고 2월20일에 임차인이 빠지는 날에 맞춰 잔금을 치르는 것으로 계약서를 쓰고 왔다. 그래서 우리남편은 또 화가 났다. 내가 처리하는 방식이 남편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줄 돈 먼저 주고 어차피 빚 내는 거 그냥 이자 며칠 더 내는게 그리 화가 날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부동산중개해주시는 분께 연락을 취했더니 본인이 여유자금이 있으니 10일간 무이자로 우리가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빌려주시겠다고 했다. 나에게는 이집을 구한것도 좋지만 중개해주시는 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내가 그쪽 지역을 선택했을때 우리 남편이 했던 말은 그쪽 엄마들 치맛바람 엄청 세다며 똑같이 해주지 못한다면 갈 의미가 없다고 했었다. 나는 생각이 다른 것이 슬찬이가 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며 기꺼이 노력해보겠다이지만 슬찬이가 원하지도 않는데 주변에서 한다고 다 시킬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해봤기에 공부는 지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예체능쪽에 한번씩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몇달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건 최소1년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슬찬이가 뭘 하고 싶다고 한다면 최소 1년간은 유지해야 한다는 약속을 하고 시킬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남편에게는 백날 해봤자 안 듣는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분이 자기 생각이랑 똑같다며 자기도 그 옆에 아파트 살지만 사교육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이 친구 엄마들이 연락이 와서 하자고 해도 자기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야 우리 남편도 덜 불안한 듯 하다.

내가 살아가면서 저지르고 수습하면서 살아가는데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도 쉽게 술~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돈(수수료, 이자 등등)에 대해서 예민하게 굴지 않기 때문에 세상 살기가 편했던 것 같다.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하면 머리가 너무 아프고 진행은 되어있지 않고 늘 원점에서 멈춰있다보면 자신이 그동안 돈을 모으지 못했던 것들이 후회되고 자괴감이 들고 자신감을 떨어지고 악순환이 된다.

무언가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게 맞다. 대신 감당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해서 꼭 생각해봐야 한다. 감당하고 싶다 아니다는 감정적인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싫다면 남들이 한다고 해서 억지로하면 안 된다. 그러나 하고 싶고 무리인 듯 하다면 최선인가 무리인가를 판단하는 힘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슬찬이에게 집이란>

슬찬이에게 "엄마 집 사려고 해. 근데 아빠는 반대를 해. 엄마가 맞아? 아빠가 맞아?" 했더니 아빠란다. "왜?"라고 물으니 돈 모아서 자기 장난감을 사야 한단다. 헐~~아마도 '엄마 집을 사려고 해. 그럼 슬찬이 장난감은 못 사줄 수도 있어.'라는 말을 예전에 했었나보다. 그리고 토요일에 문화센터에 맡겨두고 집을 본 후 계약하기로 하고 남편이 문화센터에 데리러 가서 "집을 산다"라고 했더니 대성통곡을 했단다. 장난감 사줄 돈은 있다며 겨우 달래고 하나 사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집에 와선 나에게 집을 사라며 인터넷으로 주문하라고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