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하고 싶다 vs 해야 한다

어디에 더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늘 '해야 한다'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살았다. 그래야 내가 더 편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여전히 나는 꾸준히 하고 싶은, 이유나 댓가 없이 그냥 하고 싶은 걸 찾고 싶다. 슬찬이가 정말 이유없이 그냥 좋고부터는 더더욱 그렇다.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일 중에 이유없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참 쉽게 행복할 것만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다.
나의 사고는 늘 한계가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내가 할 수 있느냐,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야 할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하다보면 내가 당연히 해낼 수 있는 것들이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어느새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하기 싫어지고 재미가 없다.
작년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을 10개월간 억지로 해치우고 참 괴로웠다. 모두 수고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했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건 정말 일을 해낸 것이 아니라 일을 대충 빨리 없애버렸던 것이다. 나에겐 그건 그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는게 아니라...
올해 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점에 대해 나 스스로 용서가 되었다. 나도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모든걸 다 '잘' 해낼 수 없다. 때론 실패할 수도 있고 완벽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저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고 대충 해치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에 떳떳하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냥 안 하거나 더 대충했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다만 어느것이 나자신과 조직면에서 좋은 것일지 모르겠다. 내가 거절 못해서 맡게 된 업무들이 그대로 후임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보며 내가 그저 좋다고 해낼 수 있다고 오버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임자에게 매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그땐 내가 고의나 악의가 없었다면 큰 징계는 없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그냥 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고부터 집이 너무 편해졌다. 올초까지 집 또한 제2의 직장이었고 해야할 일들이 너무 눈에 띄어 그대로 두고 가만히 있는게 괴로웠다. 그 이유는 남편이 비난할 것만 같아서 스스로 눈치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게 나보다 훨씬 예민한 남편의 눈에 안 보일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나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다.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괴롭다. 그 괴로운 감정이 싫었고 참는 법, 시간을 기다리는 법을 전혀 몰랐다. 그걸 기다리느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중 좋아할만한 일을 찾아낸 것이다. 행복한 나를 위한 순간순간의 최선이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슬찬이에게는 꼭 알려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인내가 꼭 필요하다고, 지금 당장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잃는 것이 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그리고 그건 슬찬이의 선택이고 그 결과에 책임지고 만족할 줄 안다면 충분하다고.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815 성모승천대축일  (0) 2017.08.15
20170814 미술수업  (0) 2017.08.15
기억의 편집  (0) 2017.08.14
임경선 '엄마와 연애할 때'  (0) 2017.08.13
20170813 주일미사  (0) 2017.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