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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인간에 대한 예의

약육강식은 동물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지 사람들 사이에선 제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러나 사람도 동물이긴 한 듯 하다. 자연스레 갑을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권력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지난 주 엄마들모임에 갔다가 슬찬이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들은 순수하게 잘 자라고 있는듯 하다. 슬찬이와 달리 집에서 조잘조잘 YMCA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집에서 '나는 4번째야'라는 말을 했단다. 남자들 사이에선 자연스레 힘이 센 순위로 순서가 정해져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예전에 아이들이 노는걸 보니 5살짜리들이 놀면서 경찰놀이를 하는데 도둑으로 몰리는 아이들은 조금은 어리숙하고 너무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슬찬이가 제일 처음 도둑으로 몰려서 싫다고 울며 왔는데 그 모습을 보니 속상하지만 이건 놀이고 이번엔 슬찬이가 도둑이고 잡힌 다음에 다른 도둑을 또 정하면 된다고 그렇게 돌아가며 하는거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다음에 도둑으로 몰린 친구가 또 울면서 왔다. 나는 아무런 악의없이 노는거라고 믿고 있다. 다만 그때 힘이 센 친구들은 절대 도둑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슬찬이는 나를 닮았다고 느끼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면 피한다. 그래서 나는 슬찬이가 고맙다. 나는 그게 생존방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늘 YMCA에서 친구들이 만든 레고를 부수기만 하던 슬찬이였는데 어제 친구가 슬찬이가 만든 레고를 부숴서 달려들려는 걸 선생님이 말리고 말로 해야한다고 했더니 울음을 참으며 말로 했다고 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슬찬이에게 뭐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너 그러면 같이 안 놀거야'라고 했단다. 그 순간 슬찬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 아닐까 싶다.
내가 작년에 사무실이나 집에서 답답했던 것이 우리 남편과 그때 사무실에 같이 일하던 팀원 때문이었다. 둘다 능력자다. 나보다 훨씬 일을 잘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내 일에 대한 명확한 경계가 있어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손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집안일이 그렇고 그때 하던 업무도 명확하지 않은 업무가 너무 많았다. 그 일은 안 하면 안될 거 같았던...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걸 알았던 내가 다 처리하고 있었다. 상담때 내가 왜 그렇게 했냐는 것에 집중적으로 물었고 나는 나의 불안 때문에 나 스스로 '을을 자처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정도로 일을 한다면 당당하거나 투덜거려도 될만한데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색내는 것을 워낙 싫어하던 성격이라 다 해내면서 힘들다보니 마음의 병이 생겼던 것이다. 지금은 그때의 내가 대견하다.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게 나의 역량을 키우는 계기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 귀찮고 사람들하고 어색해질까봐 두려워 나자신이 제일 힘든 상황으로는 절대 몰지 않을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있다며 왜 그런지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행동할 것이다.
인간이라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기계도 무리하면 고장나는데 인간은 당연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알고 그 한계를 조금씩 뛰어넘어 어제보다 조금더 큰 내가 되도록 성장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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