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눈물과 이권으로 얼룩진 전기
2012년 1월 어느날 밀양에서는 송전탑 문제로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던 70대 농민이 공사에 반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전기를 보내기 위해 76만 5천볼트, 34만 5천볼트, 15만 4천볼트 같은 엄청나게 높은 전압의 송전선이 건설되고 있었고 그 송전선 때문에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76만5천 볼트. 가정용 전기의 전압인 220볼트의 3500배나 되는 전압이다.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을 이어 소비지까지 보내는 방식인 중앙집중식 발전을 위해서는 76만5천 볼트 송전탑 건설이 필수다. 하지만 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질 때마다 인근의 주민들은 눈물로 피해를 호소한다.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자기장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애써 일궈 온 땅의 가치가 떨어지고, 송전탑 공사에 대한 찬반이 갈리면서 마을에 불화와 불신이 만연해지는 것이다. 마을에서 쓰기 위한 것도 아닌 전기 생산 때문에, 애꿎은 주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밀양 뿐만 아니라 경북 청도에서도 이미 건설되어 있는 충남 당진, 서산, 강원도 횡성, 평창, 태백, 전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서 시골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불필요한 발전소와 송전선을 왜?
정부와 한전은 고리원단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대구와 경북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해 필요한 송전선이라 하지만 그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대구는 전기소비량이 많이 증가하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밀양 송전선이 필요한 이유는 발전소, 특히 원전 때문이다. 원전을 한 곳에 몰아서 짓기 때문에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원전 같은 대규모 발전소를 많이 짓기 때문인 것인데 그러다 보니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송전선을 많이 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기를 누군가가 쓰게 만들어야하니 기업들에게 원가이하로 산업용전기를 공급해왔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돈을 버는 기업(포스코, GK, GS, 동부 등등의 대기업)들이 있었다. 발전을 담당하던 공기업 한국전력(한전)이 운영하던 발전소들은 2001년 전력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한전 산하6개의 발전자회사로 이관되었는데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민간대기업들이 세운 발전회사들)과 한국수력원자력(원전을 맡는 회사)들이다. 정부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허용했다.(민자발전) 그리고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이들 민간 발전회사들이 발전한 전기를 수익을 보장하고 매입하도록 했다. 그결과 대기업들은 민자발전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역시 대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원자건설
민자발전은 석탄화력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전은 아직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라는 한전의 자회사가 독점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전은 대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정부가 곧 착공하려는 신고리5,6호기원전의 경우 총 공사비가 7조6168억원에 달하고 원전1개당 공사비가 3조8천억이 넘는 것이다. 이런 원전건설은 누가하게 될까? 한수원 홈피에서도 확인 가능한데 현대건설, SK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등의 국내 굴지의 건설 회사들이 공사를 맡는다. 원자로의 경우는 두산중공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다는 원전건설공사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나눠수주했고 무려 6조4천억에 달하는 공사이다. 그런데 이원전수출은 덤핑계약을 한국 시민들이 세금이나 전기요금으로 메우게 될 것이다.
원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3천억원에 가까운 돈은 원자력 진흥을 위해 사용한다. 그 돈은 관련 연구기관, 기업들, 교수 등의 전문가들에게로 흘러간다. 고위관료들도 연루되어있다. 원전 관련 일을 하던 고위관료들은 퇴직후 한수원이나 관련기관에 낙하산으로 취직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치인, 언론인들도 이런 구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원전 관련 광고를 따야하는 언론들은 원전에 호의적인 기사나 기고문을 실어준다. 원전은 막대한 이권사업이고 이를 옹호해야만 자리나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들을 원전마피아라고 부른다. 이들이 대한민국 전력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원전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그많은 전기를 누가 다 쓸까?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발전소들을 지었고 또 지을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분간 전력난이 올 리가 없다. 2014년 12월 정부는 무려 전기10기분량의 발전설비가 남아돈다고 인정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발전소를 허가해줬고 건설해왔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부는 2011년 9월 15일 정전(전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력수요를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후 절전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건설을 밀어붙이려면 전기 소비가 늘어나 주는게 정부에게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대한민국만 발전소 많이 짓고 송전선 지어가며 전기를 더 쓴다는 것은 이상하다. 원전의 위험성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이상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들이 늘어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전기소비량은 세계8위에 달한다. 경제규모가 세계10위권밖인데 전기소비량은 8위이니 뭔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다. 1998년~2010년까지 OECD국가들의 전기소비량은 10% 이내로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1인당 전력소비량이 같은 시기동안 무려 3.16배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이 많은 전기를 누가 다 쓰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주택용 전기소비량은 OECD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주택용 전력소비는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자체도 작다. (2011년 기준전체소비의 3.5%) 이에 비해 산업용전기소비는 53.2%로 절반이상 아무리 주택용 전기소비를 줄여본들 산업용이 늘어나면 감당이 안된다.
착한 전기를 위한 대안은 간단하다
첫째, 전기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큰 숙제이다.
둘째,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지역분산형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초고압 송전선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과도기적으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서울시는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시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은 공장안에서 자체(자가)발전을 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전기의 20%이상을 기업들이 자가발전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한 대 10%대였던 자가발전 비중이 4%대까지 떨어졌다.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굳이 자가발전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이후에 재생가능에너지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일본에서 추진중인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는 70기가와트에 달한다. 1기가와트급 원전 70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이 태양광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추진중에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우 풍력과 지열발전은 이미 경제성이 원전과 겨를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태양광은 향후 발전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2030년이 되면 원전과 경제성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재생가능에너지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원가와 일정수익을 보장하고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2012년부터 폐지된 상태이다. 이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
넷째, 지역별 전력자급을 올리는 정책을 펴야한다. 이것은 중앙정부도 해야하고 지방자치단체도 해야하는 일이다. 이미 서울시가 하고 있는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사례도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재정을 배분해야 한다. 에너지분권을 해야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여가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기술발전에 따라서 발전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세계적인 대세는 재생가능에너지로 기울어졌다. 유럽의 경우 2020년이 되면 유럽전체전기의 32%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별 동향을 보면 전력소비량 세계8위인 우리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투자액1위는 중국, 2위는 미국이다. 중국은 원전을 늘리고는 있지만 이미 풍력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원전에 비해 훨씬 많은 국가이다. 미국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는 전기가 원전전기를 넘어섰다. 오스트리아는 원전 한 개를 다 지어놓고도 국민투표를 해서 그 원전을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라이다. 오스트리아는 전기의 68%를 수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수력발전이라고 하면 거대한 댐을 떠올리지만 댐을 짓지않고도 수력발전을 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원전과 석탄화력(화석연료)발전소 의존도가 매우 높고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이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2011년 기준으로 원전은 우리나라 전체전기의 29.6%가량을 담당하고 석탄화력 발전소의 발전량은 전체전기의 39.4%를 차지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2.3%에 불과했다.
착한전기는 다른 사람의 눈물과 고통을 낳지 않는 전기를 말한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전기를 말한다. 전기를 쓰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착한 전기를 쓸 수 있고 착한 전기로 쓰는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
발췌 :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지음)
<수기의 느낀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노력을 해본적이 없다. 절전용 콘텐트를 이용하고 외출시 스위치를 한번더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충분한 방법인 듯하다.
결국은 산업용전기에 대해 너무 싸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기업의 부담이 늘면 물건의 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에게 온다고 주장하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궤변이 아닐까 싶다.
온전히 돈이 목적이 아닌 기업도 소비자도, 온 국민이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꿈꾸고 미래세대에게 미안할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등대는 내가 늘 원하던 인문학토론의 장이다. 슬찬이를 내 욕심에 YMCA에 보내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오히려 등대 때문에 YMCA를 더욱 좋아할 수도 있을것만 같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엄청 열심히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보고 노력해보고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지금은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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